[스브스夜] '꼬꼬무' 청년들을 죽음으로 내 몬 '피라미드' 다단계 사기…'인간사냥'이라 불린 이유?

김효정 2024. 10. 25.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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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청년들의 꿈을 앗아간 다단계의 늪.

24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인간사냥 - 피라미드의 덫'이라는 부제로 청년들의 꿈을 짓밟은 다단계 사기에 대해 조명했다.

1998년, 20대 초중반의 청년들이 사라졌다. 명문대생, 취업 준비생, 갓 제대한 사람까지 가족들과 연락이 끊어지고 생사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된 청년들.

그러던 어느 날 세 명의 청년들은 각각 친구들에게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리고 기가 막히게 똑같은 3일을 보냈다. 그런데 이 3일은 이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강남의 한 빌딩으로 들어간 세 사람. 이들이 향한 곳은 바로 SMK 숭민 코리아였다. 다단계 판매업체였던 이곳은 잘 나가는 종합 유통 업체로 연 매출 최고 6천억 원에 대리점 수만 수백 개에 달하고 판매원은 20만 명 넘었다. 강남에 위치한 한 빌딩을 통째로 쓰는 중견 기업인 이곳은 국내 다단계 업계의 최정상의 기업이었다.

그곳에서는 한창 강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자신의 성공담을 늘어놓는 강연자는 고액이 입금된 통장까지 보여주며 다단계 판매업을 홍보했다.

다단계라는 것을 알게 된 세 사람은 자신을 데려온 지인에게 집에 가겠다며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의 지인들은 좋은 비즈니스라며 함께 돈을 벌자며 이들을 설득했다. 또한 상위층의 판매원은 경찰서 바로 앞에 있는 자신들의 회사가 만약 불법이라면 영업을 할 수 없지 않겠냐며 이들을 부추겼다.

이에 설득된 이들은 강연을 듣게 되었고 들을수록 흥미로운 이야기에 흔들렸다. 3개월 동안 3명만 모으면 월에 1천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에 지인들을 따라가기로 한 세 사람. 이들은 이후 판매원들이 함께 생활을 하는 합숙소로 향했다.

한 세트에 520만 원인 자기요 세트를 판매해야 하는 판매원들. 당시 대학 등록금 2년 치 정도의 값이었던 고가의 자기 요를 파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업체는 강연 둘째 날부터 이들에게 돈을 어떻게 마련하는지부터 알려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래층에 판매원을 두기 위해 자신이 겪은 과정을 지인에게 똑같이 실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치밀한 계획에 따라오게 됐는지 알게 되었다.

지인 리스트 작성부터 시작해 등급을 나누고 이들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체크해 상대를 움직이게 되는 다단계. 판매원들은 자신이 이 시스템 안에서 이곳까지 왔음을 철저한 시나리오대로 움직였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또 다른 판매원을 데려오기 위해 시나리오를 연습하고 공략법을 공유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은 무려 10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었다.

일본에서 시작된 다단계 회사 재팬 라이프가 국내에 진출해 재팬 라이프 코리아로 국내 다단계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이름을 산융 산업으로 바꾸었다. 정에 약한 국내 정서에 최적화된 다단계 판매 방식, 이에 회사는 시작부터 탄탄대로였다.

그러나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로 회사의 대표 중 한 명이었던 한국 조폭 두목이 구속되고 위기에 빠진다. 그런데 이때 40대 남성 이광남이 신입 사장으로 취임하고 이후 적극적으로 다단계 사업을 홍보했다. 이후 대리점만 6천 개, 초반 4년간 매출 8천억 원의 최정상 업체가 된다. 지금으로 치면 2조 원이 넘는 매출을 낳은 기업. 이에 판매원들에게 이광남은 신이자 최고의 롤모델이 되었다.

또한 그는 조희팔, 주수도 등 엄청난 피해자를 만들어낸 다단계 사기 범죄자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두 사람 모두 SMK 출신이었던 것. 이광남은 피라미드의 대부였다.

다단계 업체에 들어온 세 사람의 3개월 후는 상상과 너무 달랐다. 단 1명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것. 이에 이들의 합숙소 생활은 길어지고 하루에 한 끼를 먹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완벽한 피라미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질적으로 상위 등급으로 올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계속 빚만 늘어가는 구조에 판매원들은 대부분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그럴수록 최상위 등급만 돈을 벌어갔다. 하위 등급의 판매원들에게는 고가의 자석요와 빚만 남고, 그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파산까지 했다.

당시 피해자는 "옆에서 같이 하던 여자 판매원이 사채 쓰고 업소에 팔려가는 걸 보고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리고 일부는 할 수 있는 것이 죽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목숨까지 끊었다.

잔혹한 인간 사냥이 된 다단계 판매업. 다단계를 시작했다가 생을 마감한 많은 청년들에 대해 회사 측은 자신들의 책임은 없다고 발뺌을 했다.

산융 산업은 이후 숭민 산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제조사인 숭민 산업과 판매사인 SMK로 분리한다.

그리고 검찰이 계속 주시하고 있던 이광남은 금 모으기 운동이 한창이던 당시 골드바 95개, 당시 시가로 14억 2500만 원 상당의 금을 내놓으며 기업 이미지 세탁을 제대로 했다. 또한 스포츠 구단 창단 등 스포츠에 투자를 하며 기업을 키웠고 그렇게 다단계는 계속 유행처럼 번져갔다.

날이 갈수록 다단계로 인한 청년들이 피해가 늘어가던 어느 날, 또래 대학생들 사이에서 친구들을 살리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대학에서는 피라미드 판매 대책반이 결성되었고 인터넷에서는 다단계 경험담을 공유하며 서로의 고민까지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안티피라미드 운동 본부가 결성되며 이들은 다단계에 빠진 청년들을 살리기 위해 더욱 열심히 뛰었다. 이에 SMK의 재수사가 진행됐고 이광남은 체포되었다.

이광남이 체포되고 충격적인 사실들이 드러났다. 이광남에게는 피해자 또래의 자녀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모두 최상위 등급으로 등록되어 있었던 것. 그뿐만 아니었다. 회사 간부들의 친인척까지 피라미드 꼭대기에 몰려있었고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까지 드러났다.

이광남은 판매원들로부터 가입비 명목으로 5,765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와 함께 허위 광고, 허위 선전 등의 혐의를 받고 구속 수감됐다. 그러나 재판 결과 과대광고, 법인세 포탈 혐의만 인정되고 다단계 사기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아 실형을 면했다.

돈은 회사가 벌고 책임은 판매원이 지게 되는 시스템을 설계를 했다는 것만으로 사기죄 입증이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또한 다단계 판매 자체가 불법이 아니기에 이를 처벌할 수 없었던 것.

그러나 이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SMK와 이광남의 만행을 알게 되었고 이에 2004년 SMK는 최종 부도 처리되었다.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광남. 그리고 4년 뒤 그는 463억 원이라는 고액의 세금을 체납해 고액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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