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의 암살자' MQ-9 리퍼, 한반도 장기 배치 의미는?
미국이 자국의 대표적인 무인 공격기인 MQ-9 리퍼를 오는 9월부터 군산 공군기지에 3개월간 배치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지형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MQ-9 리퍼는 이미 지난 2023년부터 여러 차례 한미 및 한·미·일 연합훈련에 간헐적으로 참여해 왔지만, 이번처럼 장기 순환 배치 형식으로 머무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배치를 통해 MQ-9 리퍼는 단순 임시 전개를 넘어, 주한미군의 대북 억지뿐 아니라 대중 견제 기능 강화를 위한 운용 자산으로 그 역할이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군산 기지에서 MQ-9이 감시 가능한 지역에는 중국의 핵심 해안 도시들이 포함되어 있어, 미국의 대중 전략 재조정과 연결된 포석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리퍼, ‘사신(死神)’이라는 이름의 의미
MQ-9 리퍼는 미 공군이 운용하는 고고도 장기 체공형 무인 공격기로, ‘사신(Reaper)’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정밀 타격 능력에 초점이 맞춰진 플랫폼이다. 최대 비행 고도는 약 15km, 체공 시간은 14시간 이상에 달하며, 정밀 유도 미사일 헬파이어, GBU-12/38 레이저 및 GPS 유도 폭탄 등을 장착할 수 있다.
무인 플랫폼이지만 타격 정확도는 유인기와 견줄 수준이며, 2020년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도 투입되었던 대표적 사례가 있다. 한반도에서도 MQ-9은 북한 수뇌부 제거 및 도발 원점 정밀 타격용 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리퍼의 진정한 강점은 공격력뿐 아니라 감시·정찰 능력에 있다. 주야간, 악천후를 가리지 않는 SAR(합성개구레이더) 및 적외선 탐지 시스템, 전자정보(ELINT) 수집 기능 등은 정찰기로서의 효용을 극대화하고 있다.

군산에서 중국까지…작전 반경의 전략적 함의
MQ-9의 작전 반경은 약 1100km로, 군산 기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항저우 등 주요 도시를 모두 감시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이 서해상에서 해상 부표 증설, 인공 구조물 설치, 항공모함 훈련을 강화하면서 서해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MQ-9의 배치는 중국 군사 활동 감시의 최전선 자산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중국 해군 군함이 군산 인근 142km 해역까지 접근한 사건은 미측으로 하여금 감시 자산 전개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만든 계기였다. MQ-9이 그 자리를 채운다는 점은 단순한 대북 억지 차원이 아닌, 전략적 감시 작전의 확대를 의미한다.

'탱크 킬러' A-10 퇴역 이후의 대체 전략
이번 리퍼 배치는 A-10 썬더볼트 공격기 24대가 모두 퇴역한 직후 이뤄진 것이다. A-10은 장갑 차량 및 전차를 상대로 한 근접 항공지원(CAS) 전력으로 평가받아왔지만, 최근엔 시대 변화에 따라 점차 퇴역 수순을 밟아왔다. 이 공백을 MQ-9 리퍼가 감시·정찰 자산으로 채운다는 것은, 주한미군의 작전 목적 자체가 '직접 타격'에서 '전략 감시 및 억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다.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북한 전차부대 대응용 A-10 대신 감시 자산이 들어왔다는 점에서,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주한미군의 임무 범위가 북한 중심 억제 → 동북아 전체 전략 감시 및 대응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MQ-9 운용 인프라, 이미 준비된 군산 기지
사실 군산 공군기지는 오래전부터 MQ-9 배치를 위한 사전 인프라 준비가 진행되어 왔던 곳이다. 미군은 2010년대 초부터 해당 기지에 무인기 전용 격납고, 지상 통제 시설, 운용 요원 숙소 등을 설치하려 했으나, 트럼프 1기 당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전용 문제로 중단됐던 전력이 있다.
이번 장기 순환 배치가 향후 상시 운용 또는 전진 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군산이 동북아 드론 작전의 핵심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MQ-9은 통신 중계체계 확장과 위성 링크를 통해 한반도 전역은 물론 동중국해, 남중국해까지 작전 반경을 넓힐 수 있어, 군산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북 억지에서 대중 견제까지…한미 전략의 교차점
MQ-9의 이번 배치는 단순한 무기 배치 그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한미동맹의 군사적 접점이 대북 중심에서 대중 견제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는 양국 군사 전략의 교차점에서 일어나는 실질적 조정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앞으로 MQ-9 리퍼는 한국군과의 정찰 정보 공유, 연합 작전 훈련, 무장 테스트 등에서 실질적인 연계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한국형 중고도 무인기(MUAV) 개발과의 협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중국은 이를 자국의 전략적 활동에 대한 직접적인 견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에 따른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