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가 최근 서비스 10주년을 맞았다. 왓챠는 사용자가 별점을 매기며 취향에 맞는 영화를 추천하는 '왓챠피디아'에 기반해 2016년 OTT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다소 부족했지만 독립·예술영화 수급을 확대하며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온라인에서 함께 영화를 감상하며 소통하는 '왓챠 파티' 역시 소소한 인기를 끌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왓챠는 지난해 8월 서울회생법원 제17부 결정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사업 부진으로 손실이 누적돼 자본잠식에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49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원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점이 결정적이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회생 신청 주체가 왓챠가 아니라 최대 CB 투자자인 인라이트벤처스였다는 점이다. 또 과거 몇몇 원매자들이 경영권 인수를 목적으로 접근해 협상을 진행한 적이 있었지만 주주 간 이견으로 딜이 상당 부분 무산됐다는 특징도 있다. 살아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 오히려 회생 리스크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잡한 지배구조…엇갈린 FI 주장
왓챠가 회생까지 갈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5년 전인 2021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왓챠는 49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인라이트벤처스가 200억원, 두나무가 100억원을 투자했고 컴퍼니케이파트너스와 카카오벤처스 등 기존 투자자 일부도 참여했다.
연 5% 수익률을 보장한 3년 만기 일시상환 구조였지만, 2024년 말까지 상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CB로 현금 유입이 있었음에도 영업적자가 누적되며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CB는 주가가 낮을 경우 주식 전환이 어렵고, 만기에 상환해야하는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일부 CB 투자자들은 손실을 일부 감수하더라도 감자(자본금 감소)를 통해 이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복잡한 지배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왓챠의 일부 재무적투자자(FI)들이 감자에 반대하면서 자본잠식 해소가 무산됐다. 인라이트벤처스 측은 "두나무, LSS프라이빗에쿼티 등 채권자들과 함께 감자 등 자구책을 요구했지만 주주 간 의견이 엇갈리며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매각을 전제로 한 회생 신청 역시 주주 반대에 부딪히면서 결국 인라이트벤처스가 직접 회생 신청에 나선 것이다.
현재 왓챠의 지분 구조는 박태훈 대표(14.54%)가 최대주주로 있지만,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7.63%), 컴퍼니케이 고성장펀드(5.14%), 카카오 그로스해킹 펀드(3.86%), 한국산업은행(3.38%), 원지현 공동창업자(3.01%) 등 다수의 주주가 얽혀있다. 그간 박 대표는 수년간 경영권 매각을 추진해왔고 3년 전 LG유플러스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 KT와 달리 자체 OTT가 없어 왓챠 인수를 검토했다. 주요 주주들의 동의도 얻었지만 기업가치 산정에서 간극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LG유플러스는 프리밸류를 2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지만, 왓챠는 2021년 브릿지 라운드에서 33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상태였다. FI들이 대폭 낮아진 밸류에이션을 수용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인라인트벤처스 "회생, 불가피한 선택지"
왓챠가 실제로 3300억원의 가치를 지녔는지를 두고는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2022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600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여기에 부채 987억원이 쌓여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다. 인라이트벤처스 관계자는 "실제 인수 구조에서는 수백억원의 추가 자금 투입과 대규모 손실 인식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인라이트벤처스는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이나 감자를 통해 손실을 정리한 뒤 인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3년 전 감자나 워크아웃이 이뤄졌다면 선택지는 훨씬 많았을 것”이라며 “회생이 지연되면서 손실만 커졌고, 결국 회생 외에는 선택지가 남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인라이트벤처스는 왓챠의 회생 신청이 구조조정이라도 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신청은 인라이트벤처스가 했지만, 매각 주관과 향후 절차는 박 대표가 맡아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인라이트벤처스는 매각 주관사 선정과 원매자 협상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인라이트벤처스 관계자는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아 매각은 불가피했고, 경영에는 불개입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경영권 매각을 통해 회사가 정상화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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