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기업 거버넌스社, “한국 재벌들, 구조의 정당성 실적으로 증명해야”

채제우 기자 2026. 4. 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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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the 깊은 인터뷰
스퀘어웰 파트너스 파트너 2人
“밸류업 정책? 주가만 부양한다고 될 일 아냐”
“기업들, 최선의 방어는 먼저 주주 만족시키는 것”
14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에서 영국 기업 거버넌스 자문사 '스퀘어웰 파트너스'의 알리 사리바스, 루이스 바비어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4.14 /박성원 기자

“주주 행동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기업은 주주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경영 활동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은 때로 공격이 최선의 방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기업이 주주의 요구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한다면 기업과 주주 모두의 이익이 커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에서 만난 영국의 기업 거버넌스 자문사 스퀘어웰 파트너스의 알리 사리바스(Ali Saribas) 파트너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주주가 기업에 경영 관련 제안을 하고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는 이른바 ‘주주 행동주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블룸버그 등이 집계한 국가별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 추이를 보면 한국은 2024년 기준 49건으로, 같은 기간 미국(325건)과 일본(151건)에 이어 영국·호주와 공동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이재명 정부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에 자사주 소각, 주가순자산비율(PBR)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주주 환원 확대 기조는 본격적인 뒷바람을 맞았다. WEEKLY BIZ는 스퀘어웰 파트너스의 창립 멤버인 사리바스와 루이 바르비에(Louis Barbier) 파트너를 만나 주주 행동주의가 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알아봤다. 스퀘어웰 파트너스는 지난 2018년 영국에서 설립된 기업 지배 구조 자문사로, 글로벌 기업들에 주주 행동 자문과 대응 전략 수립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세계 곳곳서 번지는 ‘주주 행동주의’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이 해를 거듭할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주들의 요구가 실제로 거세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평균 임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대표적인 증거다. 주주들은 기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으려고 한다.”

-왜 이런 경향이 생겼나.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시장 참여자가 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특히 고령화라는 ‘메가 트렌드’도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연금과 배당에 의지해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 인구가 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주주환원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은 어떤가.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 경영에 직접 개입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미 정부는 인텔의 지분 10%를 전략적 산업 보호 명목으로 인수했고, 철강 업체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개입을 하기도 했다. 다만, 주주 환원은 줄이는 추세다. 트럼프가 기업들에게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금을 높이는 대신 생산 설비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하라고 요구하면서다.”

◇재벌이라는 특수성,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평가하자면.

“한국 기업의 지배 구조는 ‘재벌’이란 단어로 해외에 소개되곤 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유럽과 가깝다. 미국 기업들은 강한 지배력을 가진 대주주가 없지만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창업가 집안이나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지배 구조하에서 소액 주주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고, 이로 인해 대주주와 마찰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재벌에 대한 생각은.

“재벌 문화가 생소한 해외 투자자 입장에선 물음표가 생기는 건 사실이다. 재벌 기업들은 이런 지배 구조가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는 것을 실적을 통해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고, 주주를 설득할 책임도 있다. 물론 현재까지 한국의 재벌들이 세계적인 브랜드를 탄생시키고 산업을 일으켰다는 점은 존경받을 만하다. 하지만 (주주와 시장 참가자들이) 상장사에 투명성과 신뢰성을 요구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재벌 문화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재벌과 동의어로 통하기도 한다. 재벌은 특수한 지배 구조인 만큼 시장이 어렵거나 주가가 부진할 때 투자자들은 재벌을 탓하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지속 불가능하고, 불투명한 지배 구조로 보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밸류업 정책 속도 조절도 중요

-한국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대한 생각은.

“정부가 주도하는 밸류업 정책은 정부가 글로벌 투자자들을 환영한다는 신호로 작용한다. 일본의 도쿄증권거래소도 과거 비슷한 정책들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다만 속도를 조절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현재 한국 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밸류업 정책까지 맞물리면서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커진 측면이 있다.”

-어떻게 속도 조절을 하라는 뜻인가.

“단순히 주가만 부양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정부는 기업들에게 밸류업 정책들이 왜 의미가 있는지, 자사주 소각이나 주주환원 등이 왜 중요한지 충분한 설득이 필요하다. 할 일 리스트를 체크하듯이 기계적으로만 정책을 밀어붙이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실제로 과거에 유럽에 있었던 기업 이사회 ‘여성 할당제’를 봐라. 당시 일부 기업은 경험과 역량보다 성별을 앞세워 이사회를 구성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부작용만 남았다.”

-기업들은 주주나 정부의 요구에 대응해야 하나.

“기업들은 개인 투자자든 기관 투자자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수동적으로 대응만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최선의 방어는 실제로 방어가 아닐 때가 많다. 기업은 주주들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를 미리 파악하고, 주주들이 만족할만한 대안을 들고 나오면 된다. 기업이 앞장서서 기업과 주주의 이익이 일치하는 구도를 만들어 나가는 게 이상적이다.”

-스퀘어웰 파트너스의 주요 고객은 누구인가.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 에너지 관리 및 자동화 전문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 등이 있다. 대부분 여러 나라의 주주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이다. 한국에선 아직 개별 기업 고객은 없지만 LG화학과 삼성물산 주주들의 주주 행동을 도운 적은 있다.”

-기업과 투자자 양쪽 모두가 고객인 셈인가.

“그렇다. 상황에 따라 주주 행동을 돕고, 반대로 기업의 주주 대응도 지원한다. 양측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만큼 원만한 관계 형성에 유리한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 증시가 급성장하면서 주주 행동주의도 눈에 띄게 거세지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기업과 글로벌 투자자들의 소통을 중재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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