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마토는 대개 씻어서 그대로 먹습니다. 아침 식탁에서 반으로 잘라 소금을 뿌리기도 하고, 출출할 때 과일처럼 한 개씩 베어 먹기도 합니다. 생으로 먹어야 비타민이 살아 있고, 불에 익히면 좋은 성분이 모두 사라진다고 믿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토마토에는 오히려 열을 가했을 때 몸이 이용하기 쉬워지는 대표 성분이 있습니다. 바로 붉은색을 만드는 카로티노이드인 라이코펜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익힌 토마토가 몸의 방어력을 여덟 배 높인다는 식의 표현도 보이지만, 토마토를 살짝 익혔다고 면역력이 정확히 여덟 배 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진짜 변화는 익히는 동안 단단한 식물 세포벽이 부드러워지면서, 그 안에 갇혀 있던 라이코펜이 소화 과정에서 더 쉽게 풀려나올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라이코펜은 식물이 햇빛과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색소 성분입니다. 사람의 몸속에서도 산화 반응과 염증 관련 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꾸준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토마토 속 라이코펜은 단단한 세포 조직에 갇혀 있어 먹은 양이 그대로 흡수되지는 않습니다. 토마토를 으깨고 가열하면 세포 구조가 느슨해지고, 라이코펜의 일부는 몸이 이용하기 쉬운 형태로 바뀔 수 있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생토마토보다 토마토 페이스트와 가열한 토마토 제품에서 라이코펜의 생체이용률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토마토를 소량의 기름과 함께 조리했을 때 혈중 라이코펜 농도가 더 잘 증가한 연구가 있습니다. 다만 흡수율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감염을 막는 힘이나 면역력이 같은 비율로 증가한다는 뜻으로 바꿔서는 안 됩니다.

살짝 익힌 토마토를 씹으면 부드러워진 과육과 껍질이 위장관으로 내려갑니다. 위에서 음식이 섞인 뒤 작은창자에 도착하면 지방을 소화하는 담즙과 효소가 작용하고, 지용성인 라이코펜은 미세한 지방 입자에 실려 장 점막을 통과합니다. 이어 혈류를 따라 간으로 이동한 뒤 운반 단백질에 실려 여러 조직과 세포로 전달됩니다. 토마토에 들어 있는 비타민 C와 칼륨, 식이섬유도 각자의 길을 따라 이용됩니다. 라이코펜은 활성산소를 없애는 만능 청소부도 아니고, 바이러스나 암세포를 직접 찾아가 제거하는 약도 아닙니다. 다만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는 식단 속에서 산화 균형을 유지하는 데 관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토마토 식품을 섭취해 혈중 라이코펜은 높아졌어도 염증 지표의 변화는 뚜렷하지 않았던 연구가 많았다는 체계적 검토도 있어, ‘몸의 방어력’이라는 표현은 조심해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토마토를 익힌다고 무조건 건강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토마토소스에 설탕과 소금, 버터를 많이 넣고 치즈와 소시지까지 더하면 라이코펜을 먹으면서도 나트륨과 포화지방을 함께 늘리게 됩니다. 시판 케첩과 파스타소스도 제품에 따라 당류와 나트륨이 높을 수 있습니다. 토마토를 오래 끓일수록 좋다는 생각도 피해야 합니다. 가열은 라이코펜이 풀려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비타민 C처럼 열에 약한 성분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토마토와 익힌 토마토 가운데 하나만 고집하기보다 두 방식을 번갈아 먹는 편이 좋습니다. 또한 토마토나 라이코펜 섭취가 특정 암을 확실히 막는다고 단정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라이코펜은 약이 아니며, 토마토를 많이 먹는다고 검진과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토마토를 반으로 잘라 팬에 3~5분 정도만 익히는 것입니다. 올리브유나 들기름을 티스푼 정도 두르고 약한 불에서 부드러워질 때까지만 익힌 뒤, 계란이나 두부와 함께 먹으면 한 끼 반찬이 됩니다. 토마토계란볶음을 만들 때는 설탕과 소금을 많이 넣지 말고 후추와 양파로 맛을 살리십시오. 껍질에도 식이섬유와 여러 식물성 성분이 있으므로 씹는 데 문제가 없다면 벗기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위식도역류가 있거나 신맛에 예민한 사람은 빈속에 많은 양을 먹었을 때 속쓰림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신장질환으로 칼륨 섭취를 제한하라는 안내를 받은 사람도 토마토주스나 농축 소스를 매일 많이 먹기 전에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토마토만 반복해서 먹기보다 브로콜리와 버섯, 콩과 잎채소를 함께 챙겨야 몸의 방어에 필요한 영양소를 고르게 얻을 수 있습니다.

토마토를 살짝 익히는 일은 면역력을 여덟 배로 올리는 비밀 처방이 아닙니다. 다만 생으로만 먹을 때보다 라이코펜을 몸이 이용하기 좋은 방식으로 섭취할 수 있는 조리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몸의 방어력은 토마토 한 접시가 아니라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운동, 예방접종, 금연과 균형 잡힌 식사가 함께 쌓일 때 유지됩니다. 오늘 냉장고 속 토마토를 그대로 베어 먹는 대신, 반은 생으로 두고 반은 기름 한 방울과 함께 살짝 익혀 보십시오. 지금 바꾼 작은 조리법 하나와 여러 색의 채소를 챙기는 습관이 쌓이면, 10년 뒤에도 활기 있는 몸과 안정된 혈관으로 가족의 일상을 지키는 든든한 밑바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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