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재앙”… 美·유럽 은행 연이은 파산 후 나온 경고
이번주 글로벌 증시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롤러코스터를 탔다. SVB(10일)·시그니처은행(12일)이 이틀 간격으로 무너졌고, 여타 은행으로의 줄파산 위기감이 커지자 곤두박질쳤던 주가는, 미국 금융당국과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모든 예금을 보호하겠다”고 나서자 회복했다. 그러나 잠잠해지나 싶던 금융위기는 대서양 건너 유럽의 대형 투자은행인 크레디스위스가 흔들리며 재점화됐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이 은행은 결국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최대 530억달러(70조3000억원)을 지원받기로 했다고 밝혔고, 유럽·미국과 아시아 증시는 진정세를 보였다. 미국은 ‘파산 3번 타자’로 통했던 퍼스트리퍼블릭에 대한 미 11개 대형은행의 30억 달러(약 39조원) 지원 소식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연이어 폭발하는 금융시장 위기에 전세계 투자자들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못하는 분위기다. 오는 2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선 미국 기준금리 인상 보폭도 결정된다. 다음주 꼭 챙겨야 할 세 가지 경제 이슈를 정리했다.
◇①글로벌 금융시장 위기 : ‘느리게 진행되는 재앙’ 이어지나
하루가 멀다하고 대륙을 건너가며 터지는 금융위기에 전세계 투자자들은 ‘느리게 진행되는 재앙(slow-rolling crisis)’이란 단어에 주목했다. 이 단어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가 최근 금융 위기 상황을 진단하며 사용한 말이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SVB가 파산한 것은 물론 차입 의존도가 높은 다른 지역은행들까지 위기가 천천히 확산할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SVB 파산 사태는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도 견고하게 버텼던 미국 경제에, 빈약한 틈새가 확인된 사건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단 최근 일련의 금융위기 사태는 미국과 스위스 당국이 각각 파산한 은행의 예금자 보호 조치와 크레디스위스에 대한 사실상의 구제 금융을 하기로 하면서 진정되는 국면이다. 그러나 장기간 이어져온 ‘급격한 금리 인상’이란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여전한 상태라 앞으로 어떤 일이 또 불거질지 ‘시계 제로(0)’란 해석이 나온다. 당분간 퍼스트리퍼블릭은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의 여타 은행주들을 유심히 살펴야 할 이유다.
◇②미국 기준금리 : 베이비스텝이냐 동결이냐
다음주 놓칠 수 없는 글로벌 경제 하이라이트는 미국 기준금리 결정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1~22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 수준을 결정한다. 이날 점도표(익명으로 금리 전망치를 내다본 표)와 경제 전망도 함께 나올 예정이라 올해 연말 금리 수준과 금리 궤적이 어떻게 될지도 가늠해볼 수 있다.
다만 이번 연준의 기준금리 협의 테이블은 그야말로 고차 방정식이 될 것이란 지적이 많다. 2월 인플레이션(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 2월 고용 보고서(31만1000명 취업자 수 증가) 등의 성적표가 이미 나왔지만, ‘금융 시스템 위기’란 새로운 복병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은 물가 방어에 통화 정책의 초점을 맞추지만, 금융 시스템 안정도 그못지 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금리 고공행진을 이어나갈 경우 은행권 손실이 커지면서 제3·제4의 SVB가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다만 비슷한 고민을 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6일(현지시각)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연 3.0%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3.5%로 결정했다. 크레디스위스로 촉발된 유로존 은행 부문은 회복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아직은 시급한 인플레이션 불길을 잡기 위해 빅스텝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 연준도 유럽의 결정을 곁눈질할지, 아니면 은행 줄파산 등 금융 시스템 위기를 예방하는 차원으로 동결 조치를 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17일 미국 금리 예측 모델인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22일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15.1%로 낮아졌고,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84.9%로 올랐다. 같은 날 발표되는 점도표에서 확인될 올해 말 예상 기준금리도 직전 대비 0.25%포인트 인상이 예상된다는 게 시장 관측이다.
◇③한국 생산자물가 : 전월 대비 상승할까
한국에선 2월 생산자물가 지수가 21일 발표된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1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1월 생산자물가는 전월보다 0.4% 오르며, 지난해 11월(-0.3%)·12월(-0.4%) 하락에서 석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기 요금 등이 가파르게 오른 결과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5.1%로, 상승폭은 7개월 연속 둔화되는 추세다. 만약 국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잡히면, 4월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다만 SVB·시니그처은행 파산에 이어 크레디스위스 유동성 위기 등 각종 변수가 늘어나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기영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땐) 국내 물가, 미국 연준 결정, 중국 상황 등을 변수로 고차 방정식을 풀어 결정을 내리는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최근 1주일 동안 5차 방정식이 7차, 8차로 미지수 개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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