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중반부에 드는 생각들

극적인 승리를 거둔 다저스 (다저스 SNS)

올해 메이저리그의 남은 경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미를 장식하는 월드시리즈도 중반부에 접어들었다. 7차전까지 간다고 해도 최대 4경기다.

단기전은 후반으로 향하는 속도가 빠르다. 막바지를 향해가는 월드시리즈 관련 생각들을 정리해봤다.

백중세(伯仲勢)
당초 월드시리즈 예상은 한쪽으로 크게 치우쳤다. 다저스의 압도적인 우세였다. 필진 80%가 다저스를 선택한 <디애슬레틱>을 비롯해 거의 모든 매체가 다저스의 우승을 꼽았다. 심지어 다저스가 시리즈를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전망도 지배적이었다.

현실은 달랐다. 토론토도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1차전은 '6회 9득점'을 앞세운 11대4 완승이었다. 토론토의 콘택트 능력이 다저스를 상대로도 떨어지지 않았다.

월드시리즈 타격 콘택트 지표

토론토 [존] 89.4% [아웃존] 63.5%
다저스 [존] 87.2% [아웃존] 48.1%


토론토는 타선으로 다저스를 넘어야 한다. 스타는 부족하지만, 상하위 타선의 균형이 다저스에 밀리지 않는다. 알레한드로 커크, 어니 클레멘트, 애디슨 바저 등이 토론토의 토털 베이스볼에 기여하고 있다. 존 슈나이더 감독도 선발뿐만 아니라 벤치를 최대한 활용한다. 진정한 '벌떼 야구'로 부족한 점을 메우고 있다.

다저스는 연장 18회 혈투를 벌인 3차전을 승리하면서 시리즈 전적을 뒤집었다. 이번 포스트시즌 한 번도 1차전 패배가 없었는데, 바로 시리즈 열세를 극복하면서 불리함을 지웠다. 압박감이 상당했을 2차전 선발 야마모토의 9이닝 1실점 완투승이 결정적이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 (다저스 SNS)

일각에서는 이번 시리즈를 "토론토의 창과 다저스의 방패가 격돌하는 대결"이라고 압축한다. 타선이 강력한 토론토, 선발진이 견고한 다저스를 일컫는다. 잘못된 표현은 아니다.

하지만 다저스는 창도 결코 약하지 않다. 이번 시리즈에서 토론토가 17득점, 다저스가 15득점이다. 토론토는 1차전 11득점 이후 두 경기 도합 6득점이지만, 다저스는 1차전 4득점, 2차전 5득점, 3차전 6득점으로 최소한의 점수는 마련했다.

월드시리즈 타격 성적 비교

다저스 : 타율 .219 7홈런 OPS .738
토론토 : 타율 .250 4홈런 OPS .683


타격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계속 상승세일 순 없다. 그래서 폭발력 못지않게 꾸준함이 중요하다. 일관성 있게 점수를 뽑으면 경기 운영에서 계산이 더 수월해진다.

토론토는 심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챔피언십시리즈를 7차전까지 치른 팀이, 홈 2차전을 내준 뒤 원정 3차전을 연달아 패했다. 설상가상 타선의 핵심, 조지 스프링어가 오른쪽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했다. 어쩌면 단순한 1패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1,2차전은 두 팀의 강점으로 승리가 나눠졌다. 3차전은 모든 것이 동원된 총력전이었다. 이 경기를 패한 토론토는 빨리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3차전 승패는 그야말로 한끗 차이로 갈렸다. 아직 토론토도 기회가 남아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반격은 월드시리즈에서 실종된 게레로의 장타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토론토 SNS)

게레로의 시리즈별 장타 기록

DS : 3홈런 3장타 / 장타율 1.059
CS : 3홈런 6장타 / 장타율 0.846
WS : 0홈런 0장타 / 장타율 0.333

*WS 타구속도 85.8마일 (이전 95.8마일)

ABS

단기전은 매순간이 승부처다. 사소해 보이는 상황도 거대한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사무국도 그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포스트시즌은 6심제로 운영한다. 정규시즌과 달리 외야에 좌전심과 우선심을 배치한다.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타구와 플레이에 관한 판정은 비디오 판독이 이뤄진다. 오심은 번복될 수 있다.

문제는 볼판정이다. 볼판정은 여전히 주심의 고유 권한이다. 오심이 나와도 바뀌지 않는다. 이번 포스트시즌도 오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3차전 주심은 마크 웨그너였다. 웨그너는 2회부터 잘못된 볼판정이 나왔다.

2회 바쇼 타석 (이미지 게임데이)

바쇼는 볼 판정을 받은 4구 슬라이더보다 더 높았던 5구 싱커가 당연히 볼인 줄 알았다. 이에 볼넷으로 1루에 나가려고 했다. 1루주자 비셋도 바쇼를 보고 2루로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웨그너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하면서 경기가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상황을 파악한 포수 윌 스미스는 재빨리 1루에서 벗어난 비셋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이미 1루에서 한참 떨어졌던 비셋은 허무하게 아웃되고 말았다.

물론 판정을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은 비셋도 책임은 있다. 큰 경기일수록, 더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1차 원인 제공은 웨그너 주심의 오판이었다. 제대로 된 볼판정이 이뤄졌다면 토론토의 첫 점수는 더 일찍 나왔을 수 있다. 다저스 선발 글래스나우의 피칭도 어떻게 흘러갔을지 미지수다.

경기는 '만약'이라는 미련을 남기면 안 된다. 그 미련이 잘못된 볼판정에 의해서라면 더 찝찝할 수밖에 없다. 경기 후 웨그너 주심의 설명도 다소 무책임했다.

"나는 항상 하던 식으로 목소리와 메카닉으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했다. 아마도 타자가 그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다. 그게 1루로 나가려고 했던 이유가 아니겠나(I called the pitch a strike like I always do, with the voice, the mechanic. And I guess he didn't hear me, and so that's why maybe he started to go to first)"

'하던 식'이라는 부분이 눈길이 간다. 선수들이 더 집중하는 만큼, 심판들도 하던 식으로 해서는 곤란하다. 선수가 혼란이 없도록 더 확실하게 판정을 내려야 한다. 또 볼판정 정확률이 100%가 아닌 이상, 볼판정에 있어서도 훨씬 신경 써야 한다.

웨그너의 아쉬운 볼판정은 경기 초반만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아쉬운 볼판정이 3차전만 나온 것도 아니다.

보다 깔끔한 경기를 위해서라도 ABS 시스템은 도입돼야 한다.

연장 승부치기

월드시리즈 3차전은 포스트시즌 역대 두 번째로 긴 경기였다. 2018년 월드시리즈에서 다저스와 보스턴이 연장 18회 경기를 7시간 20분 동안 겨뤘다. 그때도 승자는 다저스였다(맥스 먼시 끝내기 홈런).

포스트시즌 최장 시간 경기

7시간20분 - 2018년 WS 3차전
6시간39분 - 2025년 WS 3차전
6시간23분 - 2014년 NLDS 2차전
6시간22분 - 2022년 ALDS 3차전


메이저리그에 연장 승부치기가 등장한 건 2020년 단축시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선수 보호 차원에서 임시 도입됐다.

현장 반응은 처음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주자를 2루에 두고 시작하는 것을 어색해하던 팬들도 색다른 묘미에 차츰 스며들었다. 이에 사무국은 2023시즌을 앞두고 연장 승부치기 규정을 영구적으로 채택했다.

단, 연장 승부치기는 포스트시즌에 적용되지 않는다.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정공법으로 승부를 가려야 한다는 취지다. 전통을 보존한다는 측면에서 이해는 된다.

하지만 3차전처럼 매우 긴 경기는 후폭풍이 따른다. 양 팀 도합 투수 19명이 나왔다. 토론토는 4차전 선발 셰인 비버가 몸을 풀었고, 다저스도 2차전 105구로 완투승을 따낸 야마모토가 불펜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저스 마지막 투수 윌 클라인은 4이닝 동안 72개의 공을 던졌다. 클라인의 정규시즌 한 경기 최대 투구 수는 36개였다.

윌 클라인 (다저스 SNS)

누군가는 이 모든 것을 낭만이라고 한다. 포스트시즌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라는 뜻이다. 정규시즌엔 혹사에 예민하지만, 포스트시즌은 투혼에 환호한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분위기가 당황스러울 정도다.

당초 사무국은 선수 보호라는 명목하에 연장 승부치기를 실행했다. 그 의도가 단기전이라고 해서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지친 상태에서 무리하면 부상 위험은 당연히 높아진다. 다음날 당장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피로감은 정규시즌보다 더 크게 쌓인다. 몸이 무거워지면 최고의 무대에 걸맞은 경기력도 나오기 힘들다.

정규시즌 연장 승부치기가 생긴지도 어느덧 6년째다. 팀과 선수들은 승부치기에 더 익숙해져 있다. 향후 포스트시즌 승부치기가 논의가 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이창섭
현 <SPOTV> MLB 해설위원
전 <네이버> MLB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