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저축은행이 2분기 들어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폭이 증가했을뿐 아니라 건전성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임기를 시작한 양동원 사장이 안간힘을 쓰는 모습으로, 부실자산을 점진적으로 정리하는 한편 안정성이 높은 정책자금대출 등 안전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해 실적 개선에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저축은행은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1분기 순손실 107억3573만원을 기록해 작년 1분기 순손실 2억7023만원보다 손실 규모가 증가했다. 국제회계기준으로도 1분기 152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하나저축은행은 K-GAAP으로 1분기에만 251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작년 1분기(186억원)와 비교해 더 큰 비용 부담을 안았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관련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충당금을 쌓고 있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양 사장은 대규모 손실을 일시에 반영하는 '빅베스(Big Bath)' 전략을 취하는 대신 점진적으로 부실자산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빅배스는 과거의 부실요소를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하여 손실을 드러내는 회계기법이다. 일반적으로 대표이사가 바뀌기 전 손실을 털어내고 임기를 시작하지만 양 사장은 부실을 그대로 안고 하나저축은행을 1월부터 이끌고 있다.
하나금융도 그룹 전체 손익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하나저축은행의 경쟁력 회복을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양 사장을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 자리에 내정하면서 "저축은행 영업현장을 이해하면서 위험관리 역량을 균형 있게 갖춘 인물이 필요했고 노하우와 소통능력으로 성과를 발휘할 수 있는 리더로 양동원 후보가 적임이라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양 사장 취임 후 부동산 관련 대출 규모는 작년 말 6053억원에서 올해 1분기 5930억원으로 123억원 줄었다. 전체 대출금 대비 부동산 관련 대출 규모 비중이 25%이고 부동산 관련 고정이하여신 규모가 1392억원으로 하나저축은행의 전체 고정이하 여신 2968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인 점은 아직 부담 요소지만 꾸준히 부실을 정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하나저축은행은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안정성이 높은 보증대출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적 보증기관들이 대출금액의 80~85%를 보증해 금융기관의 실질적 손실 위험을 크게 줄인다. 정책성 대출의 경우 보증비율이 90%에 이르러 위험부담이 낮아진다.
올해 1분기 보증대출 비중은 2023년 말 21.97%에서 2024년 29.44% 수준으로 높진 뒤 30.02%로 30% 수준을 넘어섰다. 1분기에 취급한 사잇돌2 대출 규모만 1032억원으로 저축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취급했다.
한편 양 사장은 충당금 부담이 이어지고 있는 탓에 나빠지고 있는 건전성 및 자본적정성 지표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결제은행(BIS) 1분기 자기자본비율은 14.14%로 2023년 말 15.96%에서 작년 말 14.53%에 이어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도 7.83%, 11.65%, 12.53%로 높아지고 있다. 저축은행 평균 BIS자기자본비율 15.28%와 고정이하여신비율 10.59%보다도 높은 수치다.
하나저축은행의 실적 개선은 하나금융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도 중요한 점으로 꼽힌다. 하나금융은 2027년까지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기여도를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으로 그룹 전체 가치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
하나저축은행 관계자는 "빅베스보다는 리스크별 선별 대응과 점진적 건전성 관리를 통한 안정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정책자금대출 기반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해 하나은행에 입행했다. 광주전북영업본부장, 광주전남콜라보장(본부장), 호남영업그룹장(부행장) 등을 거쳐 올해 1월부터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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