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부족 강원, 이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1. 프롤로그 - 불법체류자가 아니라 '미등록외국인'으로
폭행, 음주운전, 성매매, 마약운반… 이틀에 한번꼴로 불법체류자들에 관한 뉴스에는 이같은 단어들이 함께 붙는다. 피의자가 되기도 하고 이들의 불안정한 신분을 악용해 각종 범죄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인구소멸이 급가속화 하며 일할 사람이 없는 강원도에서 더이상 배척할 수만은 없는 존재가 된 불법체류자들. 특히 제조업, 건설업, 농업과 같은 분야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이들은 필수노동력이 된지 오래다. 구절양장 길을 따라 들어간 시골마을에도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이들. 하지만 이들은 ‘불법 체류자’라는 어두운 이름으로 불리며 보이지 않는 차별를 당하고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최근 불법체류자들의 권리확보를 위한 시민단체의 인권활동도 매우 활발해지고 다문화사회로의 변화에 따라 외국인의 권리신장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강원지역에는 관련 컨트롤타워도 지원 예산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먼저 농수산업 분야, 건설·제조업 분야에서 일하는 ‘불법체류자’들을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우리사회가 이들과 어떻게 어우러져야 하는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현재 신분의 불안정으로 인해 지역과 이름은 정확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점, 독자들의 이해를 구한다)
① 프롤로그-불법체류자가 아니라 ‘미등록외국인’으로
■국내 체류외국인 현황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월보에 따르면 2024년 8월 말 기준으로 우리와 함께 사회구성원으로 살고 있는 외국인은 263만952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243만3318명)보다 20만6203명, 8.5% 증가했다. 10년 전 180만명에 비해 46.6% 늘어난 셈이다.
국적별로 살펴보면 중국 96만8309(36.7%), 베트남 31만3445명(11.9%), 태국 18만9476(7.2%), 미국 17만2091명(6.5%), 우즈베키스탄 9만1925명(3.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등록외국인 권역별 현황은 수도권에 78만8356명(54.9%) 거주하고 있으며, 영남권 28만5210명(19.8%), 충청권 17만9067명(12.5%), 호남권 12만6895명(8.8%) 순으로 거주하고 있다. 강원지역은 3만709명이 등록 거주하며 전체의 2.1%를 차지한다. 원주시 4984명 춘천시 4713명 강릉시 3728명 등의 순이다.
우리 국민의 배우자(결혼이민자)는 전체 17만9106명으로 전월(17만8163명)보다 943명(0.5%) 증가했고, 외국인유학생은 23만2031명으로 전월 23만6038명보다 4007명(1.7%) 줄었다.
■불법체류라는 말보다 ‘미등록외국인’
국내 체류 외국인 중 불법체류 외국인은 지난 8월 기준 41만183명으로 나타났다. 2014년 20만8778명에 비해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등록 상태의 이들에 대한 관련 행정통계는 법무부의 ‘출입국 외국인정책통계연보’에서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법무부가 말하는 ‘불법체류 외국인’ 통계는 ‘장기(등록외국인 및 거소신고외국인) 및 단기체류자 중 체류기간 경과자’를 집계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3면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북으로도 막혀있어 국경을 유럽 등지처럼 국경을 넘어올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외국인들이 입국할 때는 합법체류 신분을 갖고 있었으나 점차적으로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현행 제도와 사회적 환경의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최철영 원주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장은 “인구가 줄어들고 또 한국 사람들이 일하기 꺼려하는 업종과 지역에 외국인노동자를 데려온다고 하면서 보건·의료서비스나 사회보장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며 “노동환경과 인식을 개선하고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으면 결국 그 사람들은 미등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불법체류’라는 표현은 외국인의 존재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줄 수 있어서,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 있다. 반면 ‘미등록외국인’은 단순히 해당 외국인이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을 나타내며, 그들이 법률을 위반한 사실과 별개로 더 중립적이고 인권을 존중하는 용어로 여겨진다.
이런 용어 변화는 외국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들을 차별이나 배제의 대상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다양한 국가와 국제기구에서 채택되고 있다. UN과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불법’이라는 표현 대신 ‘미등록’이나 ‘문서 미비’와 같은 표현을 권장하고 있다.
■ 일할 사람 없는 곳에서는 그림자 아니라 빛
취업자격 등록외국인 불법체류 신규발생 현황을 보면 E-9(비전문취업) 비자 점유율이 59%다. E-9비자는 E-9 비자는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서비스업 등에서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비자다.
다시말해 정상적인 취업을 위해 입국했다가 3년이 지나 비자가 만료되면서 자의든 타의든 미등록 신분이 되는 외국인이 많다는 말이다.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한국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젊은 근로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특히 제조업, 건설업, 농업과 같은 분야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강원도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필요성은 특히 농업, 관광업, 그리고 일부 제조업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강원도의 경우, 다음과 같은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강원도는 농업과 어업이 주요 산업 중 하나로 고령화와 더불어 젊은 세대의 도시 이주로 인해 농어촌 지역의 노동력이 부족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러한 노동력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으로, 특히 계절적인 농작물 수확 기간 동안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강원도는 평창올림픽과 같은 국제 행사를 비롯해 다양한 관광지가 있다. 이로 인해 국제 관광객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은 호텔, 식당, 관광 서비스 등에서 다양한 언어 능력과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비교적 저렴한 임금으로 일할 용의가 있는 경우가 많아,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도내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이는 특히 중소기업이나 노동 집약적인 산업에서 두드러진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도 같은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지역 사회의 다양성과 경제적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구성원이 된다. 지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해외식료품 가게나, 이들을 위한 음식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김영희·신정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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