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차가 범인 추적하다 파손한 물건은 누가 물어줄까?
차를 이용해 도주하는 용의자를 경찰차가 뒤쫓는 상황은 종종 발생합니다. 그런데 용의자를 잡기 위해 매우 빠른 속도로 질주하다 보면 주변의 다른 차량이나 건물 등에 부딪칠 위험이 커지고, 이로 인해 사건과 무관한 국민의 재산에 손실을 끼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소방차가 출동 중 주차된 차량 때문에 화재 현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이때 소방차가 차량을 밀고 가도 괜찮다고 아는 사람이 많은데, 법령을 위반해 소방차의 통행이나 활동에 방해되어 강제처분했을 때는 손실을 보장하지 않아도 되나 판단이 모호한 경우가 있고, 이때는 사건과 무관한 국민의 재산에 손실을 끼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경찰차가 용의자를 추적하는 상황과는 달리 소방차는 소방관이 직접 의지를 갖고 진행해야 하므로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출동 방해 차량에 대한 강제처분이 집행된 건 고작 4회에 불과합니다.
두 상황 모두 궁극적으로 공공의 안전 유지라는 대의가 있긴 하나 자칫 재산에 손실을 받는 새로운 피해자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러한 피해에 대해서는 마땅한 보상이 필요하며, 상식적으로 국가가 보상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실제 법은 어떻게 규정하고 있고, 현실에서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요?
우선 경찰관이나 소방관이 주제와 관련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오래된 이야기이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도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그래서 관련 규정으로 경찰은 위험 발생의 방지, 범죄의 예방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개정해 마련했고, 소방은 소방차 긴급출동 시 방해되는 차량과 물건을 제거하거나 이동시킬 수 있다는 소방기본법을 개정해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말이 많습니다. 실제 경찰관과 소방관에 대한 소송은 끊이질 않고 있는데, 직무집행 중 사건과 무관하게 재산에 피해를 본 국민은 날벼락을 맞은 것이고, 피해 보상을 받아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대응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경찰관이나 소방관이 개인으로서 소송에 대응하고, 직무집행이 정당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또 형사고소를 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무혐의 또는 무죄 등으로 마무리되어도 수사 기관과 재판에 출석하는 것 자체가 직무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리고 피로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에 많은 국민이 경찰관과 소방관의 민사·형사상 책임의 완전 면제를 요구했고, 관련 법안도 많이 발의됐는데, 민사 책임을 면제하면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보상이 불가능해진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서 형사 책임만 감경할 수 있는 선에서 법을 개정했습니다.
사실 위와 같은 법률이 없었던 때도 공무원의 직무집행상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 국민은 국가나 지자체에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공무원 개인이 고의성이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판례가 1990년대에 확립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던 내용입니다. 다만, 판례로만 인정해오던 것을 법률로 명확히 명시해놓아야 직무집행에 부담이 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예전부터 소송이 있어도 기각되거나 대부분 승소했으므로 경찰관이나 소방관이 배상 책임을 지는 경우는 사실상 없었는데, 그럼에도 소송을 진행한 이유는 경찰관이나 소방관에게 고의성 또는 중과실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이거나 국가배상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몰라서 그러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국가를 상대로 하는 것보다 개인에게 소송하는 것이 편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고, 또 과거에는 드물게 소송 과정에 부담을 느끼거나 인사 불이익을 걱정하여 경찰관이나 소방관이 개인 사비로 변상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지금은 국가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주는 등 법률적 조력을 주는 제도도 있어서 정말 고의성이 있거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증명하는 과정이 번거롭긴 해도 국가에서 배상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라는 면책 조건을 삭제해서 민사 책임 면제 범위를 계속해서 넓히려고 하고 있고, 손해배상 청구 대상을 국가로 단일화하자는 등의 내용을 논의하고 있으므로 경찰관과 소방관이 번거로울 일은 더욱 없어질 전망입니다.
이외에도 부족한 부분이 잘 조치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더욱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고, 빠르게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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