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지를 볶을 때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채소가 있습니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지와 함께 볶으면 단맛과 향이 살아나 특별한 양념 없이도 맛이 깊어집니다. 너무 익숙한 조합이라 배가 아프고 가스가 차도 가지의 기름 흡수량만 의심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평소 과민성장증후군이 있거나 양파를 먹은 뒤 속이 불편했던 사람이라면 다른 재료부터 살펴야 합니다. 가지와 함께 먹을 때 장을 더 예민하게 만들 수 있는 두 채소는 양파와 마늘입니다.

가지와 양파·마늘을 함께 먹는다고 독성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세 가지 모두 평범하게 먹을 수 있는 채소이며, 가지는 일반적인 섭취량에서 저포드맵 식품으로 분류됩니다. 문제는 양파와 마늘에 많이 들어 있는 프럭탄이라는 발효성 탄수화물입니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신장질환연구소도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고포드맵 채소로 양파와 마늘을 소개합니다. 장이 예민한 사람에게는 가지볶음 한 접시가 아삭한 채소 반찬이 아니라 복부 팽만을 부르는 조합이 될 수 있습니다.

양파와 마늘의 프럭탄은 작은창자에서 충분히 흡수되지 않은 채 대장까지 내려갈 수 있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장내 미생물이 이를 빠르게 발효하면 가스가 만들어지고, 장 안으로 물까지 끌려 들어오면서 배가 풍선처럼 부풀 수 있습니다. 평소 장이 민감한 사람은 같은 팽창에도 복통과 꾸르륵거림, 설사 또는 갑작스러운 변의를 더 강하게 느낍니다. 한국 성인의 포드맵 섭취를 조사한 연구에서도 과민성장증후군 집단의 주요 프럭탄 공급원은 양파와 마늘로 나타났습니다. 가지 때문이라고 생각해 가지를 끊었는데도 불편함이 계속됐다면 팬에 함께 넣었던 향신 채소가 원인이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양파와 마늘을 큼직하게 넣었다가 조리 후 건져내는 방법은 해결책이 되기 어렵습니다. 프럭탄은 물에 녹기 때문에 국이나 가지조림에 넣으면 성분 일부가 양념과 국물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건더기만 골라내도 국물까지 먹으면 민감한 장에는 여전히 부담이 남는 것입니다. 대신 마늘 향이 필요할 때는 마늘을 담가 향을 낸 기름을 사용하고, 양파 대신 대파의 초록 부분이나 부추를 소량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지는 기름을 많이 흡수하므로 볶음기름과 매운 양념까지 줄이면 식후 더부룩함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고 속이 불편한 모든 사람이 양파와 마늘을 평생 끊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포드맵에 대한 반응은 개인차가 커서 양파는 불편하지만 마늘은 괜찮거나, 익힌 소량은 문제없이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지볶음을 먹은 날의 재료와 양, 증상이 시작된 시간을 적어 두고 하나씩 줄였다가 다시 먹어 보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재료를 찾기 쉽습니다. 저포드맵 식사는 여러 식품을 제한하므로 장기간 혼자 시행하기보다 의료진이나 임상영양사의 도움을 받아 재도입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혈변과 원인 모를 체중 감소, 밤에 잠을 깨는 복통이 있다면 음식 궁합을 따지기 전에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가지와 양파, 마늘은 서로 만나면 위험해지는 상극 식품이 아닙니다. 다만 장이 예민한 사람에게는 향을 더하려고 넉넉히 넣은 양파와 마늘이 가지의 부드러운 식감 뒤에 숨은 불편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에 가지를 볶을 때는 양파와 다진 마늘을 절반으로 줄이고, 소금과 기름도 가볍게 사용해 보십시오. 식후 배가 편안하다면 몸이 보내는 대답을 확인한 셈입니다. 남들이 좋다는 조합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내 장이 감당할 수 있는 한 접시를 찾는 습관이 중년 이후의 식탁을 오래 편안하게 지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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