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기술 1번지] 4차 산업혁명시대, 전통 한의학 편견 깬다

'한반도 보물' 첨단과학기술 융합으로 우수성 입증
한국한의학연구원, 침 치료 효과 과학적 규명에 노력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진이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의학연 제공

"한의학 침술에 대한 편견을 깨고, 첨단과학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우수성을 입증하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면서 보건 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국내 한의학 연구개발(R&D)의 중추인 한국한의학연구원도 새 시대 흐름에 발 맞춰 한의학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의학연은 특히 침술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이진용 한의학연 원장은 "사람들은 몸이 불편할 때 곧잘 침을 맞으면서도, 침이 결국 전통 의료기술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한의학연은 이런 편견에 맞서기 위해 수년간 하버드 의대와 공동으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등을 활용해 침 치료 효과를 증명하는 연구를 지속해왔다"고 설명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전경. 사진=한의학연 제공

한의학연은 침 치료에 관련된 뇌, 척수, 중추신경 메커니즘을 규명하며 한의학 침술 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침으로 경혈을 자극해 수면장애를 완화하고, 카페인에 의한 소포체(세포 내의 소기관)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능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경혈자극은 우울증, 불면증, 불안 등 다양한 정서질환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임상으로도 검증됐지만, 의료기기 개발과 임상 처방 증가로 이어지기 위한 과학적 근거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한의학연은 고함량 카페인을 투여해 과각성 상태를 유도한 동물을 대상으로 신문혈 전침자극 실험을 진행, 수면에 영향을 주는 뇌 시스템의 소포체 스트레스가 완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부작용이 적은 비약물 치료 기법으로 현대인의 질병인 불면증 치료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한의학연은 임상연구로 검증된 '경혈점'을 활용해 전자약을 개발하는 데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전자약은 수천 년에 걸쳐 축적된 한의학의 우수한 지식이 첨단 과학기술과 결합했을 때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좋은 예시다.

한약처방 이미지. 사진=한의학연 제공

연구원은 이 외에도 한약 육군자탕의 치매 치료제 가능성을 확인하고, 연잎 유래 성분의 독감 바이러스 억제 효능을 규명했다. 뽕나무 어린 가지에서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 감염을 억제하는 물질도 확인하는 등 한약의 새로운 효능을 발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21년에는 사진 속 얼굴 특징 만으로 고혈압 환자를 구별하는 기술을 개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의학연은 올해부터 침구경락 ICT 융합연구센터 건립에도 나선다. 이를 통해 국내·외 연구 역량을 결집하고, 글로벌 침구경락 연구를 주도할 계획이다.

이진용 원장은 "한의학연은 침구경락 ICT 융합연구센터와 함께 바이오헬스 신기술·신시장을 창출하고 글로벌 침구연구 분야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