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납치문제 ‘배짱’에 북한 ‘단칼’ 교섭 거부… 진심은?

김예진 2024. 3. 2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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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접촉도 거부할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김여정 당 부부장 담화를 게재하고 "일본측과의 그 어떤 접촉도 교섭도 외면하고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담화에 대해 "종국적으로 북·일 교섭의 기대감을 접으면서 접촉 결렬의 책임을 일본 측에 전가하려는 사전 포석이 담겨있다"면서도 "북·일 간 접촉 중 일본이 납치자 문제, 핵·미사일 문제를 전제 조건화한 것에 대한 최후 통첩 성격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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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접촉도 거부할 것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26일 담화에 담긴 입장은 완벽한 거부일까 ‘밀당’일까. 애초에 북·일정상회담은 성사 가능성이 낮았다는 회의적 시각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교섭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왼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김여정 당 부부장 담화를 게재하고 “일본측과의 그 어떤 접촉도 교섭도 외면하고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이유는 전날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의 “납치자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북한의) 주장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발언이다.

담화는 “일본측은 25일 오후 내각관방장관의 기자회견을 통하여 랍(납)치문제가 해결되였(었)다는데 대해서 절대로 받아들일수 없다는 립(입)장을 명백히 하였다”며 “또한 저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그 무슨 핵 및 미싸(사)일현안이라는 표현을 꺼내들며 우리의 정당방위에 속하는 주권행사를 간섭하고 문제시하려들었다”고 반발했다.

‘김여정 담화’가 이틀 연속 발표된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과 시간낭비하지 않겠다는 듯 조기에 ‘퇴짜’를 놓는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지난해부터 물밑접촉을 이어오던 양측 사이의 협의 내용을 북한이 폭로하듯 공개 압박하고 일본도 자국 입장을 공개적으로 고수하면서 줄다리기에 나선 양상으로도 보인다.

담화는 “일본은 력(역)사를 바꾸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며 새로운 조일(북·일)관계의 첫발을 내디딜 용기가 전혀 없다”며 북·일관계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명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물밑 교섭에서 일본 측이 보인 태도에 불만을 표출했다. 강경한 어투지만 내용상으로는 여지를 두는 듯한 북한식 에둘러 말하기의 전형이다. 또 “해결될래야 될수도 없고 또 해결할 것도 없는 불가극복의 문제들을 붙잡고 있는 일본의 태도가 이를 말해준다”고도 했다.

담화는 “최근에 여러차 주위의 이목을 끈 기시다 수상의 조일수뇌회담 관련 발언은 자기의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사상최저수준의 지지률(율)을 의식하고 있는 일본수상의 정략적인 타산에 조일관계가 리(이)용당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전제조건없는 일조수뇌회담》을 요청하면서 먼저 문을 두드린 것은 일본측이며 다만 우리는 일본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 출발을 할 자세가 되여(어)있다면 환영할 것이라는 립(입)장을 밝혔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 정부는 일본의 태도를 다시한번 명백히 파악하였으며 따라서 결론은 일본 측과의 그 어떤 접촉도, 교섭도 외면하고 거부할 것”이라며 “조일수뇌회담은 우리에게 있어서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담화에 대해 “종국적으로 북·일 교섭의 기대감을 접으면서 접촉 결렬의 책임을 일본 측에 전가하려는 사전 포석이 담겨있다”면서도 “북·일 간 접촉 중 일본이 납치자 문제, 핵·미사일 문제를 전제 조건화한 것에 대한 최후 통첩 성격도 있다”고 했다. 양 교수는 “북한식 특유의 접촉전략으로, 아쉬운 건 북한 자신이 아니라고 밝힘으로써 상대방의 양보를 취하려하는 것”이라며 “선언의 톤과 대일비방이 강하지 않은 점에서 앙측간 접촉의 여지를 남겨두는 듯 보인다”고 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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