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암환자 실손의료비 부지급 논란 [현장+]

DB손해보험 실손의료비 부지급 피해자 모임은 3일 DB손해보험에 보험금 지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박준한 기자

암환자의 실손의료비 부지급 건을 두고 2년 여 이어져 온 DB손해보험과 보험계약자 간 갈등의 끝이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각자 주장하는 바가 상이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서다.

DB손보는 진단금과 달리 입원비나 치료비는 연속성이 뒤따른다고 했다. 따라서 보험금 지급 전 목적에 맞는 치료를 했는지 사실관계 확인 차 주치의 소견을 받는 것이지 이를 두고 무조건 의료자문을 요구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보험계약자들은 환자가 생존을 위해 진료를 받는데 의료자문을 받으라는 것은 이때까지 받은 진료 내용을 의심하는 행위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DB손보 "과도한 보험금 유출 예방" vs 디피모 "거대 보험사의 갑질"

3일 오전 'DB손해보험 실손의료비 부지급 피해자 모임(디피모)'은 서울 강남구 DB손보 본사 앞에서 암투병환자에 대한 실손의료보험 입원보험금 지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디피모는 DB손보와 보험 계약이 있는 암 환자로 구성된 단체다.

DB손보는 국립암센터의 '암환자 의료기관 이용 및 의료비 부담 현황 파악과 실태조사 기획 연구' 를 인용하며 요양병원 이용 암환자의 1인당 의료비가 매우 높다고 주장한다. 요양병원을 이용하지 않은 환자는 치료 1년차 이후 의료비 지출이 눈에 띄게 감소하지만 요양병원 이용환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DB손보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일부 요양병원이 암환자 유치를 목적으로 진료비 일부를 페이백하는 등 의료법 위반 행위를 불사하고 있다"며 "이들이 주장하는 바와 달리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해 의료자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행위가 적정한지를 주치의에게 확인하고자 하는 과정인데 이를 거부해 보험금 지급이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의료자문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페이백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환자를 대상으로 실제 발생하거나 필요한 의료행위에 비해 높은 비급여 의료비를 발생시키고 그 비용의 일부를 환자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을 의미한다.

DB손보는 국민 4명 중 3명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는 점을 앞세우며 요양병원에서 유출되는 과도한 보험금(페이백)이 결국 이들의 지갑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책임감을 가지고 부적절하게 지급되는 보험금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디피모는 의사에게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한 것은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디피모 관계자는 "암투병환자는 진료를 담당한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해 진료받을 권리가 있다"며 "담당의사가 작성한 진료 소견서를 바탕으로 환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는 약관대로 심사 및 지급해야 하는 것이 상식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 심사를 보류한다는 소위 '보험금 지급 거절 매뉴얼'은 보험금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DB손보 "의료자문은 극히 일부 건" vs 디피모 "의료자문 강제"

의료자문 시행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은 극명하게 갈린다. DB손보는 지난해 기준 전체 보험금 청구 건 중 0.08%만 실시했을 정도로 극히 일부 건만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디피모는 '유령의사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지급 거절 매뉴얼'을 언급하며 암환자가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료자문을 거치도록 보험사에서 종용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손해사정 및 보험금 지급 여부 심사 과정에서 약관상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에 대해 전문인인 의료인의 의견을 참고하는 절차다.

DB손보는 디피모에서 의료자문을 거부하는 이유로 의학적으로 검토했을 때 치료의 필요성이 있는지 등 적정치료에 대해 객관적인 자문이 이뤄질 경우 불필요한 치료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DB손보 관계자는 "자체 조사에 따르면 디피모 관계자 중에도 유방암 1기면서 1600일 이상 입원해 5억6000여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한 환자가 있다"며 "국민건강보험에서 암 환자 산정특례 기간인 5년이 경과한 시점에서도 계속적으로 치료받는 건에 한해 의학적 검토를 받고자 한 것"이라고 보험금 지급 거부 건과 무관함을 재차 강조했다.

반면 디피모는 의료자문 실시 건 중 40% 이상이 보험금 삭감을 포함한 보험금 지급 거절 건이라는 보험이용자협회의 통계를 들며 실손의료비 입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한 과정으로 의료자문을 악용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보험이용자협회에 따르면 2022년 상·하반기에 생명·손해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실시한 7만3765건 가운데 보험금 삭감을 포함한 보험금 지급 거절 건수는 42.5%(3만1322건)를 기록했다.

디피모는 "의료자문 회신서로 보험금 삭감을 통보받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한 보험금 청구권자는 보험금 지급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분쟁이나 소송 등으로 시간을 쓰며 건강 악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며 "DB손보는 사전 안내도 없이 보험금 지급을 미루다가 지급 거절 사유를 묻자 의료자문 또는 제 3전문 의료기관에 서류 감정을 요구하는 안내장을 보내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