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반도체 업계의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올해 3분기 역대급 호실적을 달성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혹할 정도로 엇갈렸다.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하고도 주가 흐름은 삼성전자의 약세와 SK하이닉스의 두 자릿수 급등이라는 극단적인 양극화로 나타났다.
두 기업의 표정과 주가가 엇갈린 것은 실적이 아닌 ‘주주환원 정책의 실행력과 구체성’ 때문이다. 벌어들인 수익의 결실을 주주와 즉각 나누겠다는 의지를 증명한 기업은 시장에서 큰 환호를 받았지만, 구체적인 실행을 미룬 기업에는 개인과 외국인의 차가운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 희비가 갈린 모양새다.
통큰 보따리 푼 SK하이닉스, 실망 매물 쏟아진 삼성전자
이들 기업의 극명한 온도차는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당일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이달 28일 3분기 실적과 함께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적극적인 현금배당 및 종합 주주가치 제고 패키지를 발표했다.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는 주주 친화 행보에 시장은 곧바로 화답했고, 당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 대비 10.89% 급등했다.
반면 하루 뒤인 29일 실적을 공개한 삼성전자의 주식 시장 분위기는 싸늘했다. 호실적이라는 재료는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상태여서,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처럼 대대적인 주주 환원 정책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특별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가시적인 모멘텀 카드는 삼성전자에 없었다. 추가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한 개인과 외국인의 투매가 쏟아지며 29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4.75% 하락했다.

미래 확신과 함께하는 환원 vs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직면한 삼성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양극화의 본질을 ‘경영진이 시장과 주주를 설득하는 방식의 차이’라고 평가한다. SK하이닉스는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확신과 더불어 창출한 현금을 주주와 적극적으로 공유하겠다는 실행력을 보여주며 주주 신뢰 및 투심을 확보했다.
앞서 단행한 40조원 규모의 대규모 자사주 취득·소각 조기 집행에 이어 투자 성과를 주주와 적극 공유한다는 원칙 아래 키옥시아 투자로 실현한 이익을 특별 배당 형태로 환원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아울러 주주가치 훼손과 시장 변동성을 감안해 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검토를 철회하고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상을 환원 재원으로 삼아 현금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병행 추진해 지속 가능한 주주가치 제고 패키지를 구체적으로 완성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실적 피크아웃(정점 통과)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잠재우지 못했고,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재평가)을 이끌어낼 주주환원 현실화 카드를 즉각 제시하지 못했다. 내년 이사회에서 자사주 소각을 비롯한 주주환원책을 본격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 집행 계획을 공식화했지만 시장과 투자자들이 손꼽아 기다렸던 파격적인 추가 주주환원 패키지 카드는 없었다. 잉여현금흐름(FCF) 확대를 바탕으로 한 대대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및 잔여 재원(최대 80조~110조원 규모) 활용 방안 등 구체적인 로드맵 확정을 내년 1월 차기 이사회로 미루면서 시장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40조원대 자사주 소각 조기 집행과 투자 차익 기반 특별배당, FCF의 50% 이상 환원 등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패키지를 앞세워 시장을 열광시킨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실행의 결단력과 규모 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올해 진행해야 할 주주 환원 정책을 내년으로 미루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공산이 커졌다. 뿔난 주주들의 신뢰를 되돌리고 주가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선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후속 밸류업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번 돈을 주주와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이 없으면 시장은 언제든 등을 돌린다는 사실을 양사의 엇갈린 주가가 단적으로 보여줬다”며 “삼성전자가 내년 초 발표할 후속 밸류업 대책이 시장의 눈높이를 압도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이미 훼손된 주주 신뢰를 회복하고 피크아웃 우려를 털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유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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