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다움이란 이런 것, 토요타 9세대 캠리 시승기

토요타 캠리 9세대 모델을 시승했다. 하이브리드 전기차만을 라인업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폭스바겐 골프와 함께 글로벌 패밀리카로 존재감이 강한 모델이자 토요타의 대표 모델이다. 외장에서나 내장에서나 토요타다움을 그대로 고수한 것이 특징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8세대 모델보다 진화해 성능을 증강하고 효율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토요타 9세대 캠리 하이브리드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는 토요타와 폭스바겐은 굳건했었다. 지금은 폭스바겐은 휘청거리고 있지만 토요타는 아직은 끄떡없다. 전기차 전략이 늦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판매 대수와 수익성 측면에서는 레거시 자동차업체 중에서는 독보적이다. 물론 그럼에도 레거시 업체들 모두가 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세상일이 그렇게 물 흐르듯이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해 준다. 다른 말로 하면 오랜 역사를 통해 노하우와 데이터를 축적해 온 사업가들은 그들이 지금 시점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수익성이 담보되어야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그런 자세를 보이는 것은 토요타와 BMW, 그리고 현대차그룹이다. 이들의 방향성이 똑같지는 않다.. 토요타는 멀티 패스웨이가 본류다. BMW는 멀티파워트레인을 모토로 하지만 전기차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로의 전환이 전면에 있지만 시장에 따라 다른 파워트레인을 제공한다.

 

탄소중립과는 별개로 비즈니스 측면에서 결과적으로 이들의 스탠스가 적어도 틀리지는 않았다고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마저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쓰나미를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존재한다.

 

어쨌거나 토요타의 멀티 패스웨이의 중심에는 카롤라가 있고 캠리가 있다. 오늘 시승하는 캠리는 9세대 모델로 일본에서는 생산하지 않고 미국 켄터키주 공장에서 주로 생산되는 미국차다. 토요타와 혼다, 닛산은 미국 브랜드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캠리는 이번에는 하이브리드 모델만 생산한다. 토요타가 계산하는 하이브리드가 훨씬 탄소중립에 현실적이라고 하는 것도 설득력이 있다. 시장에 따라 내연기관 모델도 있을 수 있다.

 


 

지금도 수익성을 위해 대 배기량의 픽업트럭과 SUV에 집중하는 미국 업체들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연간 3,000만 대가 넘는 주류 시장 중국이 주도하는 전기차로의 전환은 거역할 수 없을 것이다. 당장에는 EREV가 기세를 올리고 있어서 시간이 더 걸릴 수는 있겠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그렇다. 그만큼 탄소중립이 늦어지고 기후재앙은 더 빨리 현실화한다는 점이 지금 당장에 급박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토요타가 레거시 업체 1위에 군림하게 된 것은 해외 생산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카롤라와 캠리 등 소위 말하는 만인이 원하는 차에 집중한 것도 중요하다. 캠리가 데뷔한 1982년은 세계 시장에서 일본차의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였다. 캠리는 1982년 3월, 토요타의 세계 전략 모델로 데뷔했다. 모델의 뿌리는 1980년에 셀리카에서 파생한 스포티한 4도어 세단. 토요타 라인업의 코로나와 마크2 사이의 갭을 메우는 중형 패밀리 세단으로 기획된 모델이었다.

 

캠리는 1983년에 미국으로 수출되었다. 미국 시장에서 반응은 뜨거웠다. 이후 캠리는 미국차로 성장했고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미국 브랜드 차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토요타 자동차는 9세대 캠리에 내연기관차 버전을 없애고 하이브리드 전기차 버전만을 라인업하면서 브랜드 전략을 분명히 했다.

 

2024년 상반기 미국 시장 하이브리드 전기차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41만 대를 넘었다. 1월부터 5월까지 북미 시장 전체 매출의 33%를 차지했으며, 이는 2023년 동기 대비 6% 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다. 그중 렉서스와 토요타의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오랫동안 시장공략을 지속적으로 한 결과 이제는 수익원으로 성장한 상태다. 1세대 프리우스와 비교해 핵심 시스템 비용은 6분의 1로 줄었다. 북미의 일부 SUV는 휘발유 자동차보다 단위당 이익이 10% 더 높다.

 

Exterior


 

캠리는 패밀리세단이다. 골프가 그렇듯이 파격적인 변화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차 만들기를 한다. 현대가 YF쏘나타로 놀라게 하면서 존재감을 높였지만, 지금은 다시 보편화했다. 그로 인한 결과는 다시 분석할 필요가 있겠지만 다 이유가 있다.

 

9세대 캠리는 앞 얼굴에서 가장 큰 차이는 토요타 엠블럼이 애매한 위치에서 보닛 선단으로 올라갔다는 점이다. 라디에이터 그릴 패턴은 달라졌지만 기본 레이아웃은 같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에어 인테이크가 통합된 아우디가 시작한 싱글 프레임이다. 그로 인해 그로테스크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 역시 하나의 트렌드다.

 


 

사실 이 부분에서 많은 자동차회사들은 수많은 시도를 해왔다. 그러면서도 매번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마케팅 차원에서는 의도된 진부화로 귀결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풀 LED 램프의 등장으로 인해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 9세대 캠리도 각진 주간주행등으로 엑센트를 추고 있다. 이 그래픽은 테일램프와 유기적으로 어울린다. C자 모양의 주간 주행등, 각진 헤드라이트, 얇은 그릴, 넓은 전면 공기 흡입구로 요약된다.

 


 

측면에서는 에너제틱 뷰티 컨셉이라는 표현을 동원하고 있다. 볼륨감, 역동적, 스포티 등 다양한 용어를 동원한 지는 오래됐다. 세대를 진화할 때마다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들여다보면 선과 면의 조합이라는 한계 내에서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신기하다. 그것이 사용자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는 다음 문제다. 8세대보다는 억양이 좀 더 강조되어 있다.

 


 

뒤쪽에서도 선대 모델보다 억양이 강하다. 트렁크 리드부터 범퍼까지 선이 많은 것은 같다. CAMRY 레터링이 더 커지고 그것을 좌우로 길게 늘어트렸다. 테일램프는 U자형인데 선대와 방향이 다르다. 안정감을 중시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유지하고 있다. C자 모양의 미등, 작은 내장 스포일러, 리어 범퍼를 둘러싼 곡선형 디자인으로 요약된다.

 

Interior


 

토요타는 여전히 디지털화에 보수적이다. 버튼과 스위치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용이나 기술적인 면에서도 그렇지만 대시보드의 레이아웃에서 곡면형 듀얼 디스플레이가 아닌 카울이 있는 7인치 운전석 계기판이 그대로다. 그 안의 그래픽도 원형 클러스터가 기본이다. 익숙함을 원하는 사용자들을 우선으로 배려한 것이다. 상위 트림 레벨에는 12.3인치 터치스크린과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클러스터가 제공된다

 

그래도 대시보다는 더 정리된 분위기다. 수평형이라는 것이 강조되어 보인다. 배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에어벤트가 간결해졌다. 그만큼 센터 디스플레이도 보편화됐다. 운전석과 동승석을 분리하는 분할 대시보드는 그대로다. 전체적으로는 버튼과 스위치가 대부분 살아 있다. 센터 스택의 버튼이 좀 더 정리된 것 정도의 변화다. 미국 차답게 두 개의 컵 홀더는 크다.

 


 

기술 측면에서는 8인치 터치스크린은 분할형으로 원하는 정보를 선택해 표시할 수 있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에 대응한다. 그래서 오히려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하는 것을 디지털 원주민들은 선호할 것 같다. 무선 충전 패드도 있다.. JBL 오디오 시스템, 와이파이 핫스팟이 있다. 내비게이션을 가장 먼저 선보였던 일본 업체들은 내비게이션 선택에 적극적이지 않은데 시승차에는 있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도 일반적이다. 좌우 스포크에 배치된 버튼의 배열이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그것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시트는 5인승. 여전히 천연가죽을 사용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 시장을 위한 것이다. 그 이야기는 한국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직물로 하면 지지성도 좋고 감성적으로 한 단계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중고차로 팔 때를 고려한다는 명분을 언제까지 내세울까? 2일 시트는 리클라이닝이 된다. 무릎과 머리 공간은 아주 넉넉하다. 이 패키징에서는 토요타의 노하우가 묻어난다. 그것을 체감하고 뒷좌석에 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당연한 장비로 여겨지고 있다. 분할 접이 시트는 아니다. 배터리 탑재로 인한 것이다. 상위 트림에는 파노라믹 선루프가 채용된다.

 

 

 

Powertrain & Impression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하이브리드만 있다. 다른 업체들이 아직은 가솔린이나 디젤을 라인업하는 것과 다르다. 2,487cc 직렬 4기통 DOHC 앳킨슨 사이클 가솔린 엔진과 둑 개의 전기 모터와 결합하여 시스템 최대출력 227마력을 발휘한다. 8세대 모델은 211마력이었다. 이 엔진은 열효율이 41%에 달한다. 2차 전지인 리튬 이온 배터리의 축전용량은 4.0kWh. 네바퀴 굴림방식 모델에는 출력을 232마력으로 높이는 추가 전기 모터가 있다.

 

캠리에 채용된 중형차용 HEV 시스템인 THSⅡ는 엔진에 모터를 조합한 트랜스액슬, 기존에 비해 소형 경량화한 파워 컨트롤 유닛(PCU)으로 구성되며 리튬 이온 배터리와 니켈 수소 배터리 중 선택할 수 있다. 트랜스 액슬은 4세대 프리우스에 새로 채용된 평행축식을 2.5리터용으로 변경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숙성되어 온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이제 더 이상 야간에 낡은 냉장고에서 들리는 소음이 없다. 초창기 엔진과 전기모터가 따로 노는 것 같은 느낌도 없다.

 

변속기는 CVT(무단 자동 변속기)가 표준. 구동방식은 앞바퀴 굴림방식.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시동과 발진에 대해 이제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는 시대다. 계기판 상의 순간 연비 표시계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생경함이 이제는 일상적인 장비로 여겨진 것과 궤를 같이한다. 연비성능에 예민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센터패시아와 계기판의 디스플레이창에 표시되는 연료소비 변화 그래프는 중요한 장비로 자리 잡고 있다. 시승 중에도 그 부분을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시승 시작 시의 연비는 16.4km/리터. 중형차에서 이런 수치가 이제는 일반화됐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이다.

 

지금은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과도기적인 엔진이라는 사용자의 인식에 맞춰 자동차회사들이 앞다투어 라인업에 추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발진감에 대한 위화감도 없다. 전기모터로만 주행하는 EV모드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제원표상의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보다 낮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어필하느냐가 이슈로 부상할 수 있다. 유럽 메이커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더 비중을 두는 편이다. 중국은 EREV 즉, 항속거리 연장형 전기차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 그에 비해 토요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라인업하면서도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더 중심에 두고 있다.

 

 


 

통상적인 정속 주행과 고속주행에서는 예의 매끄러운 느낌이 우선이다. 토요타가 주행성에 높은 비중을 두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방법에 대한 고집은 변함이 없다. 정숙성과 안락성을 바탕으로 한 쾌적성이 그것이다. 쾌적성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주행성 향상을 꾀한다는 점에서는 같다는 얘기이다. 그렇게 설명하지만 체감해 보지 않고는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많은 평론가가 새 차를 시승할 때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선대 모델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회사들도 시장의 반응을 수집해 새 차 개발에 반영하고 그만큼 개선되고 개량된 모델이 나온다.

 

8세대 모델부터 캠의 하체 거동은 크게 달라졌다. 섀시를 개량하고 완성도를 높여 운전자에게 안정감과 안심감을 주면서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철학은 ‘한결같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더블 위시본의 서스펜션 댐핑 스트로크는 기존 모델보다 약간 하드한 쪽으로 이동했다. 그렇다고 하체가 직선적인 거동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무게중심이 낮아졌다는 느낌은 분명하지만, 승차감은 부드럽게 느껴진다.

 


 

9세대 캠리도 그런 거동이 도드라지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냥 토요타라고 하는 표현이 적합하다. 운전자가 의도하는 데로 반응하는 거동이 예민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놓고 달려도 엔진과 섀시의 반응이 빨라진 것은 분명하지만 거동이 딱딱하거나 하지는 않다. 그보다는 전체적인 밸런스와 매끄러움 우선으로 다가온다.

 

안전장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과거의 기계적인 것에 더해 전자제어 장비가 늘고 있다. 여기에서는 굳이 나열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대부분을 채용하고 있다. ACC는 스티어링 휠 오른쪽 스포크상에 있는 버튼으로 세팅한다. 선대 모델과 버튼 타입이 약간 달라졌다. 오늘날 많은 브랜드가 ACC의 버튼을 레버 형태에서 스포크상으로 옮기고 있다. 그만큼 ADAS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차가 그렇듯이 10초 정도 지나면 계기판에 경고 표시가 뜬다. 차선 이탈 경보장치는 차선을 약간 물고 나서 경고가 뜬다. 차로 중앙을 지키며 가는 렉서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로보택시가 이슈로 부상해 있지만 토요타의 CEO 사토 코지는 ADAS는 안전을 위한 장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이 맞다. 지금 자율주행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레벨3까지이다. 레벨4는 시간이 필요하고 레벨5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로보택시는 아직은 주행 도시도 많지 않다. 그마저도 한정된 구역에서 한정된 속도로, 한정된 조건으로 가능하다. 과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9세대 캠리는 그냥 토요타의 대표 패밀리 세단 캠리다. 디테일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지만 과거처럼 혁신적인 변화는 없다. 그것이 토요타의 장점이자 강점이다.

 

 

주요제원 토요타 8세대 캠리 하이브리드

크기

전장×전폭×전고 : 4,920×1,840×1,445mm

휠 베이스 : 2,825mm

윤거 앞/뒤 : 1,580 / 1,590

공차 중량 : 1,625kg

트렁크 용량 : 524리터

 

엔진

형식 : 2,487cc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

최대출력 : 186ps/5,700rpm

최대토크 : 22.5kgm/3,600~5,200rpm

연료탱크 용량 : 50리터

전기 모터

형식 : 영구 자석식

최대출력 : 120ps

시스템 총출력 : 227ps

 

변속기

형식 : 무단 변속기 (e-CVT)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더블위시본

브레이크 앞/뒤 :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 솔리드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35 / 45R18

구동방식 : 앞바퀴 굴림방식

 

성능

복합연비 : 17.1km/L(도심 17.5/고속도로 16.7)

이산화탄소 배출량 : 92g/km

 

시판가격

XLE  4,800만원,

XLE 프리미엄  5,360만원.

 

(작성 일자 : 2024년 12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