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시장 구조개혁 파장]③ 보험 디지털화, 판매수수료 개선 지향점

보험 판매비용 실질적 부담주체 소비자

아날로그 규제 디지털환경변화 혁신해야

보험상품 판매수수료는 보험사가 중개업자인 GA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판매비용을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주체는 보험소비자다. 소비자가 가입하려는 적합한 상품을 분석해 추천하고 계약을 실행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판매수수료의 수준과 내용을 소비자가 정확히 알아야 하는 이유다.

작년 12월19일 발표한 금융당국 보험판매수수료 개선안에는 보험상품의 판매수수료 정보를 공시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책무를 담고 있다. 보험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정보를 정확히 판단하도록 하려면 상품에 대한 다양한 비교정보를 제공하는 판매자의 의무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가 제공하는 단편적 정보만으로는 보험사간에 경쟁을 유도하고 판매자의 의도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자유롭게 상품을 올바르게 선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도 GA 설계사는 보험상품을 판매할 때 비교설명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 실효성이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판매자가 어떤 잣대로 상품을 비교하는지 명확한 기준도 없다. 영업현장에서 상품내용의 비교행위와 정보제공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비교설명을 이행하지 않아도 현실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지 않다. 2024년 9월(누적)기준으로 생보사의 보장성 판매시장에서 설계사가 직접 고객을 만나 계약을 체결하는 대면판매 비중이 95.7%다. 그 중 무저해지환급형상품이 67.4%다. 손보사는 그 비중이 각각 91.7%, 94.3%로 무저해지환급형상품이 생보사보다 훨씬 더 높다. 생보 손보 모두 신계약의 92~96%를 설계사가 고객을 직접 만나 체결하는 대면채널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그 밖에 T/M(전화) CM(인터넷) 등의 경쟁채널이 있지만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보험시장이 대면채널 설계사 중심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많지만 특히 규제의 영향이 상당히 크다. 규제측면에서 보험상품의 판매방법은 대면, 통신, 온라인으로 구분한다. 그 중에서 온라인채널에서는 소비자가 스스로 모든 가입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그림자규제(Shadow Regulation)’를 하고 있다. 통신판매채널 역시 복잡한 판매규제와 함께 이미 사양길로 접어든 시장환경으로 성장이 정체된 지 오래다. 결과적으로 경쟁채널이 없는 대면채널이 독점적 시장지위를 형성해 대면판매자의 협상력이 상품의 공급자인 보험사와 소비자를 월등히 능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보험시장에서 대세를 이루며 판매되는 무저해지환급형은 GA와 보험사 전속설계사 중심의 대면채널이 독보적인 중심채널이다. 대면채널 중심으로 판매인센티브체계가 구축돼 보험업의 부가가치 분배시스템이 소비자 몫은 희생되고 판매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면채널’과 경쟁할 수 있는 ‘디지털채널’을 육성하고 대면채널의 사업가형 지위를 설계사와 대별되는 정규직 설계사로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측면에서 메리트를 부여하는 방안 등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에게 정확한 보험상품 비교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험사 상품정보를 ‘신용정보원’을 비롯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공기관으로 집중하고 ‘디지털’을 통해 소비자가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전지구적으로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디지털 중심의 시장재편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유독 한국의 보험시장만은 예외로 여전히 과거 관행과 관습으로 시장이 운용되고 있다.

보험사가 양적성장을 지속하려면 매일매일 목표한 신규판매실적을 유지해야 한다. 보험판매의 주력채널로 대세를 형성한 GA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오히려 현재의 선지급 수수료와 아날로그 판매경쟁에 편승해야 당장의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기존 레거시(Legacy) 보험사가 근본적인 디지털혁신을 통한 변화와 시장경쟁에 나서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선지급 판매수수료에 매몰된 대면판매 중심의 아날로그형 시장구조를 디지털 경쟁체제로 변화시켜야 보험업이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궁극적으로 ‘마찰비용 없는(Friction Free)’ 저렴한 판매수수료로 소비자가 스스로 직접 상품을 선택하기 쉬운 디지털시장 환경이 활성화돼야 한다. 탁월한 정보가공역량을 바탕으로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모델을 지향하는 ‘대면채널’과 다양한 정보공유를 통해 소비자 스스로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디지털채널이 균형이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험산업환경을 바꿔야 한다. 디지털보험사의 육성이 건강한 보험시장 발전을 위한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 가격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경제적 효율성이 증대된다. 가격기능은 풍부한 정보비교를 통해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때 형성된다. 상품의 비교정보는 많을 수록 좋다. ‘보장내용, 보험료, 판매수수료, 보험담보 인수조건’ 등 다양한 정보가 고객에게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전달돼야 시장의 자정기능이 원활히 작동될 것이다 아날로그 방식의 보험경영과 판매관행에 최적화돼 있는 감독규제를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제도로 개선할 점은 없는지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현행 감독규제는 디지털플랫폼을 활용해 보험판매를 하려면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서는 안되며 고객 스스로 직접 상품을 선택하고 청약 프로세스를 진행해야 한다. 소비자가 디지털채널를 통해 보험상품 정보를 인식하고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고 결과적으로 대면판매자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디지털채널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와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 보험업 장기발전을 위한 제도적 기반마련을 위해 대면판매채널과 경쟁할 수 있는 디지털채널 활성화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력하고 전향적인 의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허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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