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지만 깊이있게… 화사한 ‘봄의 집’으로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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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봄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이런 환호를 터트리게 된다.
화사한 색감의 그림들에서 훈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서울 신사동 창작화랑에서 열고 있는 '행복이 가득한 집' 전의 작품 26점이 모두 작년과 올해 그린 유화들이다.
전철을 타고 가다가 창밖으로 본 형형색색의 집들이 다인종 도시 뉴욕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과 같다고 생각한 데서 비롯된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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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데기’ 연작 주목받은 화백
美뉴욕·日규슈 풍경 등 선봬
“작품속 ‘길’은 이웃연결 상징
다복하게 살아 온 삶 반영돼”

“우와! 봄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이런 환호를 터트리게 된다. 화사한 색감의 그림들에서 훈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김명식(73) 작가는 “봄에 맞는 색을 많이 넣었다”며 “제 그림을 보며 사람들의 마음이 환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미대 교수를 퇴임한 지 8년이 지난 작가의 머리엔 흰서리가 내렸다. 그러나 그의 창작 열정은 청년처럼 푸르다. 서울 신사동 창작화랑에서 열고 있는 ‘행복이 가득한 집’ 전의 작품 26점이 모두 작년과 올해 그린 유화들이다. “전시에 미발표작을 내놓는 게 작가의 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주 초청받는다. 지난해 미국 마이애미의 디아스포라 바이브 갤러리가 연 10개국 작가 그룹전 ‘Depth of Identity’에선 그의 작품이 도록 표지화로 선정됐다. 내년엔 일본 미조에갤러리 초대전이 잡혀 있다. “일본서는 제가 죽을 때까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전시를 열겠다고 하더라”며 그는 슬쩍 자랑했다.
그가 화단에서 명성을 얻은 것은 1990년대이다. 당시 문화일보 시(詩) 연재물 삽화를 그리기도 했던 작가는 ‘고데기’ 연작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고향인 경기 광주군 고덕리, 즉 고데기(고덕동 옛 이름)가 서울로 편입돼 고덕동이 되기 전의 풍경을 담아낸 작품들이다. 도시 문명에 의해 잃어버린 세계를 화폭에 되살리며 자연과 인간의 친화(親和)를 지향했다.
“십수 년 동안 ‘고데기’ 시리즈를 하다 보니, 무언가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2003년에 미국 롱아일랜드대 연구교수로 뉴욕에 체류하게 되면서 탈출구를 찾았지요.”

이번 전시 작품 중 ‘이스트 사이드(East Side)’ 연작이 그때의 느낌을 담아낸 것들이다. 전철을 타고 가다가 창밖으로 본 형형색색의 집들이 다인종 도시 뉴욕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과 같다고 생각한 데서 비롯된 작품들이다. 갖가지 색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의 ‘구상적 추상화’이다. 인종 갈등을 넘어 화합과 평화를 꿈꾸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집들의 크기가 비슷한 것은, 현실의 빈부격차를 넘어서려는 무의식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붓이 아닌 나이프로 만들어낸 화면의 입체적 질감은 작품을 만져보고 싶게 한다.
‘이스트 사이드’ 연작 일부는 2010년 일본 규슈산업대 연구교수로 있을 때의 경험을 반영했다. “역시 집을 그렸지만, 뉴욕의 다채로운 색에 비해 차분한 편입니다. 조용하고 튀지 않으려는 일본 사회의 특질이 절로 반영된 것이지요.”
그가 퇴직한 후 거처하고 있는 경기 용인의 자택 작업실 주변 풍경을 그린 ‘컨트리사이드(Countryside)’ 연작은 색감이 더 산뜻하다. 녹색과 빨강, 노랑, 보라 등이 어우러졌는데 정돈된 느낌을 준다. 실제 모습을 심상으로 담아낸 ‘추상적 구상화’이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부감(俯瞰) 시점이어서 대자연의 정경이 시원하게 한눈에 담긴다.
“보시다시피, 모든 작품에 길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웃과 연결하며 소통하게 해 주는 길이지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는 주제는 ‘고데기’ 시절과 같지만, 그 색감이 훨씬 밝아졌다는 게 다르다.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선사하고 싶다는 작가는 “그동안 다복하게 살아온 삶이 작품에 반영된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런데 그와 길게 이야기를 나눠보니,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늘을 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연전에 타계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 병을 앓는 손자에 대한 애틋함 등이 그의 노년에 깃들어 있었다. 황혼을 아름답게 물들이며 이웃들에게 환한 기운을 전하려는 그의 소망이 그래서 더 귀하게 느껴졌다. 전시는 24일까지(아무리 봐도 무엇을 그렸는지 알 수 없는 현대미술에 지친 사람에게 특별히 권한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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