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의 심부름꾼” vs “李와 정치공동체”…정진상의 실체는?

박성의 기자 2022. 11. 2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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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고위층 만났다는 진중권 “정진상은 이재명과 동급”
‘정치공동체’ 주장에…친명 정성호 “李의 심부름꾼” 반박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이재명 대표의 심부름꾼이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당 고위층이 말하길 이재명과 일심동체라더라."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

"이름은 익히 알았지만, 얼굴은 본적도 없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

정진상 민주당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된 가운데 그의 실체를 둔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검찰이 정 실장을 '이 대표와의 정치적 공동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친이재명계에서는 "사실무근"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검찰이 일명 '대장동 일당'과 정 실장, 이 대표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억지 프레임'을 내세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 당 일각에서도 이 대표가 대선 주자로 올라선 후 정 실장이 '실세'였다는 증언이 나온다. 이 대표 역시 공개석상에서 정 실장을 '최측근'이라 인정한 만큼, 정 실장의 뇌물수수 혐의가 드러나면 이 대표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상은 이재명의 심부름꾼에 불과?

'당 대표와 심부름꾼', 친명계에서는 이 대표와 정 실장의 관계를 이같이 정의하는 모습이다. 정 실장은 이 대표의 수많은 참모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 대표와 정 실장을 '정치공동체'라 표현한 검찰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반론이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관해 "김용·정진상은 정치적 공동체라기보다 이 대표의 시장 또는 도지사 때 그 심부름 하던 참모들"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들과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같이 해오는 지향했던 그런 정치적 관계는 아니다. 소위 말하면 심부름꾼"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정치공동체라는 얘기는 사실 제가 의원들 중에서 제일 먼저 했다"며 "이 대표와 정치공동체는 정성호다. 정당이라는 게 정치적 목적과 목표를 같이 하는 그런 사람들의 모임 아닌가. 그러면 민주당의 국회의원들, 민주당의 권리당원들이 이 대표와 정치적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정 실장에 대해 '정치적 공동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정 의원은 "정치공동체라는 말을 법률 용어에서 본 적이 없다. 법률가인 검사들이 그런 용어를 쓴다는 것 자체가 너무 정치적이지 않냐"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또 '결국은 정치자금의 궁극적인 도달처와 사용자는 이 대표이고 두 사람(정진상·김용)은 심부름 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 어쨌든 두 사람과 관련된 돈들이 이재명 그 당시 후보의 대선자금으로 쓰였지 않냐고 하는데, 일방적 주장이기 때문에 검찰이 노리고 있는 게 그런 거 아니겠냐"며 "그런 프레임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정 실장 언급은 삼가는 모습이다. 다만 검찰 수사를 '쇼(show)'에 비유하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제가 웬만하면 이야기하지 않으려 했다"며 "검찰의 창작 능력도 의심되지만, 연기력도 형편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사의 목적이 진실을 발견하는 건가, 사실을 조작하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대표 급의 명실상부한 실세?

다만 반대 의견도 있다. 정 실장을 일개 참모로 보기엔 위세가 대단했다는 증언이 당내에서 나온다.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정계 입문 후) 정 실장의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그 이름은 알고 있었다"며 "단순한 당직자나 참모 중 한 명으로 보기엔 분명 무리가 있다.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정 실장의 '실세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진 교수는 이를 '추측'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이 최근 진 교수를 만나 이 같은 사실을 직접 증언했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얼마 전 민주당의 높은 의원을 만났다. 그 사람이 직접 '정진상은 이재명의 부하가 아닌 일심동체, 같은 급의 사람'이라고 하더라"라며 "정 실장을 그저 참모나 이 대표의 집사, 수족으로 볼 수 없는 정황이 많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그 사례로 정 실장의 부친상을 거론했다. 지난해 10월 정 실장의 부친상 빈소에는 당시 당 대표였던 송영길 전 의원을 비롯해 안민석, 윤호중, 김두관, 김경협, 우원식, 정성호, 백혜련 의원 등 70여 명의 의원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도열했다. 이외 은수미 당시 성남시장과 이화영 당시 킨텍스 대표 등 지자체장들과 단체장들이 보낸 근조기와 근조화환도 자리했다.

진 교수는 이 장면을 거론하며 "정치인의 일개 참모나 집사 부친상에 이런(정치인 화환이 도열하는) 장면이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걸 보면 적어도 정 실장은 당에서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란 걸 알 수 있다. 실제 이 대표를 대선 후보로 만드는데 정 실장이 '킹 메이커' 역할을 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민주당 안팎에서도 '이재명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이 대표의 최측근들이 연이어 '뇌물 사건'에 연루됐고, 당에 부담을 안긴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표의 측근(정 실장)과 의형제를 맺었는지 안 맺었는지 모르겠지만 유동규 같은 사람이 저러고 있으니까 많이들 당혹스러워 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 대표의 지금 태도에 대해선 의원들이 불만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전날 법원이 정 실장의 구속적부심 청구를 기각하자마자 본격 조사에 나섰다. 검찰은 정 실장 구속 기간 동안 그를 상대로 이 대표의 개입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정 실장은 '대장동 일당'에게서 각종 편의 제공 대가로 1억4000만원의 금품을 받고 대장동 개발 이익 중 428억원 가량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로 19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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