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샷인데, 이 묘한 표정들은 뭐지?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3. 8.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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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대통령 첫 구치소 출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및 그와 함께 기소된 11명의 머그샷. 머그샷은 수사기관이 범인 얼굴 식별을 위해서 촬영하는 사진을 뜻한다. 사진 첫째 줄 왼쪽부터 트럼프, 레이 스미스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제나 엘리스 변호사, 둘째 줄 시드니 파월 변호사, 캐시 레이덤 전 조지아주 공화당 의장, 케네스 치즈브로 변호사, 데이비드 섀퍼 전 조지아주 공화당 의장, 셋째 줄 스콧 홀 공화당 투표 감시원, 존 이스트먼 변호사, 해리슨 플로이드 변호사, 마크 메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4일 저녁(현지 시각) 조지아주(州) 풀턴 카운티 구치소에 출두해 체포 절차를 밟고 범죄인 식별 사진(머그샷·mugshot)을 찍었다. 그는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다가 조직범죄법 위반과 허위 진술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전·현직을 막론하고 미국 대통령이 머그샷을 촬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석금 20만달러(약 2억6000만원)를 내기로 검찰 측과 사전 합의한 트럼프는 구치소에 도착한 지 22분 만에 석방됐다. 이후 풀턴 카운티 측은 ‘P01135809′라는 수감자 식별 번호와 함께 트럼프의 머그샷을 공개했다. 머그샷 속 트럼프는 화가 난 듯 턱을 안쪽으로 당기고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눈을 치켜뜬 표정이었다. 굳게 다문 입가에 웃음기라고는 전혀 없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머그샷은 죄책감과 수치를 암시하기도 하지만, 권력 남용과 법적 불의에 맞선 이들에게는 자긍심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면서 “트럼프 팀도 머그샷에서 어떻게 보여야 할지 계획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구치소에서 나온 트럼프는 “끔찍한 경험”이라며 “여기는 제3세계 국가”라고 주장했다. 또 “나는 머그샷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다. 와튼스쿨에서는 그런 걸 가르쳐주지 않았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 X(기존 트위터) 활동을 재개하면서 ‘선거 개입에 절대 굴복하지 말자!’는 문구와 함께 직접 자신의 머그샷을 게시했다.

2024년 대선 출마 선언을 한 트럼프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노려보는 표정을 통해서 ‘강함’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다.

'수감번호 P01135809'… 트럼프, 美 역대 대통령 첫 머그샷 - 24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보안관실이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 머그샷은 범죄 용의자가 구금되는 과정에서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촬영하는 얼굴 사진을 뜻한다. 전·현직 미 대통령 중 머그샷을 남긴 사람은 트럼프가 처음이다. 그는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 등으로 조지아주 지방검찰에 지난 14일 기소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P01135809'라는 수감 번호를 받았으며, 22분간 체포 절차를 밟은 뒤 보석으로 석방됐다. /AP 연합뉴스

트럼프와 함께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의 머그샷도 화제가 되고 있다. 트럼프를 제외하고 18명의 피고인 중 11명이 이날 낮까지 구치소에 출두해 머그샷을 찍었는데, 무표정부터 활짝 웃는 표정 등 머그샷이라고는 보기 힘든 모습들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와 그의 가담자들이 ‘머그샷의 예술’을 배웠다”며 “이들이 찍은 머그샷 뒤에는 미묘한 메시지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조지아주 상원의원들에게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허위 사실을 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제나 엘리스 변호사는 활짝 웃는 표정으로 머그샷을 찍었다. 엘리스는 NYT에 “나는 이 과정을 용기와 신념에 의한 행동으로 마주할 결심이기 때문에 웃었다. 그들이 내 기쁨을 훔쳐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셰이퍼 전 조지아주 공화당 의장도 미소 짓는 얼굴로 머그샷을 촬영했다. 그는 조지아주의 개표 결과가 뒤집힐 때를 대비해 미리 공화당 측의 선거인단을 소집해 트럼프에게 투표를 하게 한 뒤 이를 인증한 혐의(위조) 등으로 기소됐다. 시드니 파월 변호사는 살짝 미소를 머금고 당당하게 카메라를 노려보는 표정이었다. 그는 도미니언 투·개표기에 부정 소지가 있는지 확인해 본다며 주 당국의 승인 없이 개표소에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대동해 들어간 혐의를 받고 있다. NYT는 이들의 표정에 공통적으로 ‘반항심(defiance)’이 깃들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2020년 대선에 부정이 있었다’는 허위 진술을 해서 조지아주, 미시간주, 애리조나주 등의 개표 결과를 번복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무표정에 가까웠다. 이에 대해 위기관리 회사를 운영하는 에릭 디젠할은 WSJ에 “중립적 표정을 유지하는 것이 피고인들에게 최선”이라며 “판사와 배심원단에게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대신 옷깃에 성조기를 달고 머그샷을 찍었다. 자신의 행위가 ‘애국심’에서 비롯됐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을 수 있다.

과거 미국 정치인들은 자신의 무죄나 기소의 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었던 예가 있다. 톰 드레이 전 하원 원내총무는 2005년 돈세탁 혐의로 기소됐을 때 활짝 웃는 얼굴로 머그샷을 찍었다. 2004년 대선 때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도 2011년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을 때 따뜻하게 웃는 얼굴로 머그샷을 찍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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