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론 연비 꽝?"... 일본 잠수함 엔진 20년 속임수 발각

일본 방위산업에 또 다른 충격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해상자위대 잠수함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디젤엔진을 제조하는 가와사키 중공업이 무려 20년간 연비 성능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일본이 자랑하는 소류급과 타이게이급 잠수함 대부분이 이 '가짜 엔진'을 달고 바다를 누비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1980년대부터 독자 개발해온 잠수함 엔진 기술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과연 일본 해상자위대의 수중 전력은 안전한 것일까요?

20년간 지속된 조작극의 실체


가와사키 중공업이 방위성에 보고한 내용은 충격적입니다.

2021년까지 제조된 잠수함 엔진 일부에서 검사 부정이 행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데이터 조작을 의미하는 것이죠.

일본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잠수함 엔진의 연비 성능 검사는 엔진 조립 후 시운전 과정에서 측정됩니다.

문제는 가와사키가 일본 방위성 측이 요구하는 사양을 충족시키기 위해 실제 측정치를 멋대로 다시 써버렸다는 점입니다.

실제보다 좋은 연비를 보이도록 숫자를 바꿔치기한 것이죠.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부정행위가 20년간 계속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해상자위대가 운용 중인 타이게이급과 소류급 잠수함 대부분이 이런 '조작된 엔진'을 탑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총 25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데, 거의 절반을 가와사키가 건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상자위대 잠수함 전력의 뿌리


가와사키 중공업과 일본 잠수함의 인연은 깊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자체 개발을 시작해 최근에는 방위성과 공동 개발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이죠.

사실상 일본 잠수함 엔진 기술의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것입니다.

일본 타이게이급 잠수함

해상자위대의 잠수함 25척 중 절반 가량을 가와사키가 건조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최신형인 타이게이급과 주력함인 소류급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소류급 잠수함은 일본이 자랑하는 통상동력 잠수함으로, 스털링 엔진과 리튬이온 배터리를 조합한 비대기 의존 추진(AIP)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타이게이급은 소류급의 후속함으로 더욱 발전된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런 첨단 잠수함들이 실제로는 조작된 엔진 성능을 바탕으로 설계되고 운용되어 왔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선박용 엔진에서 시작된 의혹의 확산


이번 잠수함 엔진 조작 의혹은 사실 다른 사건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가와사키는 2024년 8월 선박용 엔진의 연비 성능 검사 데이터를 조작한 부정행위가 판명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용 엔진에서도 같은 종류의 부정이 확인된 것이죠.

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설치된 특별조사위원회가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잠수함 엔진에서도 비슷한 부정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입니다.

한 마디로 '줄줄이 소시지'처럼 문제가 연이어 터져 나온 셈이죠.

외부 변호사들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는 연내에 최종 보고서를 정리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가와사키의 조작 행위가 체계적이고 광범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민간 선박용 엔진에서 군용 잠수함 엔진에 이르기까지 회사 전반에 걸친 부정행위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경쟁 압박과 조직 문화의 병폐


특별조사위원회의 중간보고서는 이런 부정행위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제시했습니다.

첫째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경쟁사에 뒤처질 것이라는 압박감이었습니다.

연비 성능은 엔진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인데, 실제 성능으로는 경쟁사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둘째는 고객에게 실상을 알렸을 때의 악영향을 피하고 납기와 이익을 우선시했다는 점입니다.

진실을 말하면 계약이 취소되거나 손해배상을 해야 할 상황을 우려해 거짓말을 계속한 것입니다. 단기적인 손익만을 고려한 근시안적 판단이었던 것이죠.

셋째는 전문성이 높고 인재 유동성이 낮은 직장 환경에서 "부정은 불가피하다"는 강한 동조 압력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일본 기업 문화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한번 시작된 부정행위가 조직 내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20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이죠.

방위성의 감독 책임 도마에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일본 방위성의 감독 책임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가와사키 중공업에서는 이미 해상자위대 잠수함 수리를 둘러싼 로비 의혹과 해상자위대원에게 부적절한 물품을 제공한 사건이 발각된 바 있습니다.

방위산업에서 잇따라 터지는 불상사에 대해 방위성이 제대로 감독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20년간 지속된 데이터 조작을 방위성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검수 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일본은 최근 방위비 증액과 반격 능력 보유 등 방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초적인 품질 관리와 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실질적인 방위력 향상은 어려울 것입니다.

일본 방위산업 신뢰도 추락 위기


가와사키 중공업의 이번 스캔들은 일본 방위산업 전체의 신뢰도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됩니다.

가와사키는 취재진에게 "조사 중이므로 부정의 상세에 대해서는 답변을 삼가겠다.

잠수함의 운용이나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현 시점에서 없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신뢰는 크게 훼손된 상태입니다.

20년간 지속된 조작 행위가 단순히 '연비 성능'에만 국한되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엔진의 다른 성능 지표나 안전성 관련 데이터까지 조작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잠수함은 승무원의 생명과 직결되는 장비인 만큼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이 해외 방산 수출을 확대하려는 시점에서 이런 품질 관리 문제가 터진 것도 타이밍상 최악입니다.

해외 고객들이 일본 방위산업 제품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와사키 한 회사의 문제가 일본 방위산업 전체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앞으로 특별조사위원회의 최종 보고서와 방위성의 후속 조치가 주목됩니다.

이번 사건이 일회성 실수로 끝날지, 아니면 일본 방위산업 전체의 구조적 문제로 확산될지는 앞으로의 대응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