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향한 대통령 메시지 '언론자유' 위협하다

정철운 기자 2022. 11. 2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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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해설] MBC 겨냥한 정부 여당의 탄압, 광고 불매부터 대통령실 출입기자 징계 요구까지 점점 노골적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동남아 순방길에 나섰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이 '보복성 취재제한'만 남긴 가운데 MBC를 겨냥한 정부 여당의 탄압이 점점 노골적이다. 국민의힘은 MBC 항의방문에 이어 '대통령 명예훼손'을 이유로 MBC 사장과 기자들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최근엔 '광고 불매'까지 언급했다. 국세청은 MBC에 520억 추징금 부과를 통보했고, 고용노동부는 MBC 특별근로감독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출입기자단에 MBC기자 징계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표면적으로는 MBC와 정부 여당의 갈등이지만, 이면에는 '누구든 밉보이면 MBC처럼 될 수 있다'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겼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편파방송'을 이유로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 불허'를 통보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이 대통령실에 △윤 대통령 부부와 천공의 인연 △지금의 관계 등을 질의한 날이었다. 대통령실의 통보로 지난 7월5일 '대통령 나토 순방에 민간인 동행'을 단독 보도했던 이기주 MBC기자 역시 전용기에 탑승할 수 없었다. 전 언론계가 대통령실 조치에 항의하며 대통령실을 비판했지만, 대통령실은 끝내 MBC 기자들을 배제했다. 덕분에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자막을 달았던 MBC 보도는 다시금 회자됐다.

대통령 순방은 끝났지만, MBC 탄압은 '선'을 넘고 있다. 지난 17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MBC 광고제품 불매 운동에 동참하는 분들은 삼성과 여러 기업들이 MBC 광고를 중단해야 하며, 이는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역설하고 있다”며 사실상 광고 중단 압박에 나섰다. MBC는 “1970년대 유신 독재 시절 '동아일보 광고 탄압 사태'에서 보듯, 광고 불매 운동은 가장 저열한 언론탄압 행위”라며 여당을 향해 “자유 시장 경제를 존중함으로써 언론자유를 보장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18일 윤 대통령의 출근길 발언은 사태를 악화시켰다. 윤 대통령은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는 국가안보의 핵심축인 동맹 관계를 (MBC가)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입에서 '가짜뉴스', '이간질', '악의적'이라는 높은 수위의 단어가 나온 것. 이에 이기주 MBC 기자가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 뭐가 악의적이에요?”라고 물었으나 대통령은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집무실) 들어가시는 분에게 예의가 아니지”라고 말해 설전이 벌어졌다.

▲18일 MBC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의 설전 모습. ⓒKBS 뉴스 유튜브

“(바이든 발언) 영상이 있는데 왜 그걸 부정해요. 뭐가 악의적이예요? 저희가 뭘 조작했다는 거예요?” “몰라요?” “증거를 대봐요 그러면. 분석한 거 있다면서요. 증거를 내놓으라고요 내놓지도 못하면서.” “야 아직도 이렇게 듣네?” “아직도? 지금 뭐 군사정권이에요 여기가? 아직도라뇨.” “군사정권? 왜 군사정권이라는 말이 나와요?” “이렇게 독재적으로 하는 게 어디 있어요.” 한바탕 설전 이후 대통령실은 이재명 부대변인 이름으로 입장을 내고 “무엇이 악의적이냐”는 MBC기자 질의에 다소 감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음성 전문가도 확인하기 힘든 말을 자막으로 만들어 무한 반복했다. 이게 악의적이다. 대통령이 마치 F로 시작하는 욕설을 한 것처럼 기정사실화해 한미동맹을 노골적 이간질했다. 이게 악의적이다. MBC는 '어떠한 해석이나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발언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게 악의적”이라고 주장했으며 “공영방송으로서 성찰하기보다 '뭐가 악의적이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바로 이게 악의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는 “공적 영역에서 활발하게 검증되고 비평의 대상이 되어야 할 대통령 발언에 대한 언론 보도에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 원수가 명확한 근거 없이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악의적 행태'라고 말한 것은, 헌법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위협적 발언”이라고 우려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본인 스스로 공적인 자리에서 말한 욕설과 비속어를 있는 그대로 보도한 죄(?)를 물어 전용기 탑승 배제도 모자라 취조성 공문에 수십 건의 고소, 고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과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 광고 불매 압박까지 (MBC를 향해) 치사하고 졸렬한 보복 조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이 한 집회 현장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언론노조

이후 대통령실은 19일 출입기자단에 이기주 기자 징계 절차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요청문에서 “18일 고성을 지르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이 같은 일이 지속된다면 도어스테핑 지속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통령실은 재발 방지를 위해 해당 회사 기자에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출입기자단은 21일 “기자단 내부 의견이 크게 갈리는 만큼, 기자단 차원의 입장 정리가 어렵다”며 “(이번 사안은) 전적으로 대통령실과 해당 언론사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21일부터 출근길 약식회견을 중단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MBC 때문에 중단됐다는 기자들 내부 불만을 표출시켜 MBC를 고립시키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조선일보는 22일 사설에서 “그간 MBC의 행태가 도를 넘은 것은 사실”이라며 “기자들도 대통령에게 기본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했고, 중앙일보 정치에디터는 같은 날 칼럼에서 “MBC는 언론이 아니라 실제 플레이어가 되기로 작정한 모양”이라며 “전가의 보도처럼 우려먹던 MBC의 언론탄압 구호도 시효가 끝나가는 듯싶다”고 주장했다.

MBC를 향한 일련의 대통령실 대응은 '누구든 밉보이면 MBC처럼 될 수 있다'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MBC를 향한 탄압의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언론계가 언론자유 위축에 대해 단일한 입장을 내놓지 못한다면 취재환경은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14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은혜 홍보수석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하며 “MBC를 대변하기 위해 고발장을 접수하는 것이 아니다. MBC를 겨눈 횡포와 폭력에 문제제기하지 않으면 다른 언론에도 같은 방식의 폭력이 가해질 수 있어서다”라고 말한 대목은 그래서 중요하다.

▲출근길 약식회견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대통령실

MBC를 향한 대통령의 메시지는 훗날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MBC는 '전용기 탑승불허' 이후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결정했는데, 향후 상당한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을 받아들인다면,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 위배'라는 국정최고지도자 탄핵 사유에 해당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2항에 따르면 언론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않는다. 만약 대통령실이 MBC기자 출입정지 등 조치에 나선다면 헌재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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