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비틀 걷는 엄마' 혹시 이 병?…"심하면 사지마비, 무서운 병"

박정렬 기자 2024. 10. 1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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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증, 목디스크보다 훨씬 더 위험해
몸에 힘없고 비틀거리는 노인 상당수 해당
재발 잦은 병…조기 진단·수술 중요


목디스크는 매년 100만 명이 병원을 찾는 흔한 질환이다. 지난해에도 98만9195명이 목디스크로 진료받았다. 목디스크와 증상은 비슷하지만, 훨씬 위험한 질환이 바로 '경수증'(頸髓症)이다. 경수증은 신경다발인 척수가 지나는 경추강으로 디스크가 탈출하거나 노화로 생긴 골극(뼈의 가장자리 웃자란 뼈)이 경추강을 막거나 압박하면서 발생한다.

김종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특히 "몸에 힘이 없고 비틀비틀 걷는 노인의 상당수는 나이가 들어서라기보다 경수증일 가능성이 높다"며 "목디스크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심할 경우 신경다발인 척수가 눌리면서 사지마비나 보행장애 등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병"이라고 경고했다.
목 아프고 손·팔 저리다 보행장애까지
경수증은 목뼈가 노화와 함께 변형되는 경추증이나 디스크, 경추의 인대가 골화되는 후종인대골화증 등으로 발병한다. 후종인대골화증을 포함한 인대골화증은 경추 외에도 흉추, 드물지만 요추에도 발생한다. 당뇨병 환자에서 자주 나타난다.

초기 목과 양쪽 어깨의 뻣뻣함과 불편함, 통증이 나타나다가 점차 손과 팔의 저린감이나 방사통으로 이어진다. 이후 젓가락질이나 글씨 쓰기, 단추 끼우기 등 세밀한 작업을 하기 어려워지고 보행장애, 배뇨장애 등이 나타나 결국 병상에 누워서 지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문제는 경수증의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다른 질환과 구분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초기 대표적인 증상인 목, 어깨, 팔, 손바닥, 손가락 등의 통증과 저림은 목디스크와 헷갈린다. 손이 저리고 불편한 팔꿈치 부관 증후군, 수근관 증후군 등과도 감별해야 한다. 다발성 경화증,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도 경수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뇌졸중과 헷갈리는 사례도 있다.

김종태 교수는 "경수증이 나타나면 다리에 힘이 빠져 걷기 힘들고 계단을 오르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또 배뇨장애로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손으로 물건 잡기, 젓가락질 등이 어렵게 되면서 뇌졸중으로 오해하기도 한다"며 "경수증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반복적으로 재발하고 스스로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기 수술 예후 좋아 "단순 노화로 방치 금물"
경수증은 X-선, CT, MRI, 근전도 검사 등 영상과 신경 기능 검사로 진단한다. 진단 초기에는 견인, 경추 보조기 착용, 물리 치료 등의 보존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다만, 경수증이 명확한 경우에는 조기에 수술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경수 압박을 유발하는 병변들을 제거해 신경 압박을 풀어주고, 척추의 불안정성을 잡아주기 위해 기구 고정 등을 시행한다. 초기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면 환자 예후가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

대표적인 수술법은 경추 전방 감압·고정술과 경추후궁형성술이다. 전자는 경추 추간판이나 척추체 제거를 통해 신경 압박을 풀어주고 경추 안정화를 위한 기구 고정술을 시행하는 방법이다. 후자는 경부 뒤에서 경추에 도달해 후궁을 들어 올려 경추강을 확장하고 신경의 압박을 해결한다. 입원 기간은 약 1~2주 정도다.

김종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


만약 적절한 시기를 놓쳐 이미 심각한 보행장애나 상·하지에 뻣뻣함이 생긴 경우라면 수술 후에도 신경인성 통증이나 마비, 강직 등 영구적인 장애가 남을 수 있다. 김 교수는 "경수증이 의심되는 경우 하루라도 빨리 검사를 시행해 진단하고 결과에 따라 보존 치료 혹은 수술 등 적절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수증의 주요 원인은 노화에 따른 퇴행성 변화다. 나이가 들면 척추 관절 사이에 있는 디스크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푸석해진다. 목 디스크와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목 주변 근육을 강화는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게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목을 오래 숙이고 있는 등 나쁜 자세도 피해야 한다.

김종태 교수는 "단순히 나이 들어서 그러려니 생각하고 무시하거나 불편을 감수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초기 진단받고 치료하면 훨씬 좋아지는 사례도 많은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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