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소프트웨어에 미래차 성패”… ‘포티투닷’에 관심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 기술 강화에 미래차 성패가 달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에서 탈피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변신에 힘쓰고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를 실현하려면 소프트웨어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2024~2025년쯤 기존 차 산업이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는 차(SDV·Software Defined Vehicle)’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벤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디터 체체 다임러그룹(현 메르세데스-벤츠그룹) 전 회장은 ”자동차는 이제 기름이 아닌 소프트웨어로 달린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 소프트웨어 기술에 따라 바뀌는 자동차 성능
SDV는 소프트웨어 역량에 따라 차의 성능도 바뀐다. 테슬라가 주도한 무선 업데이트(OTA) 트렌드 역시 SDV의 주요 기술 중 하나다.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이 모빌리티로 발달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가 주목받는 건 전기차 또는 자율주행의 가능성뿐 아니라, 자동차가 스마트폰처럼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 있어서다.
스마트폰의 경우 하드웨어인 단말기가 네트워크에 연결돼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여러 기능이 실시간 업데이트된다. 사용자 경험(UI)·중앙처리장치(CPU) 개선, 배터리 성능 향상 등이 이뤄진다. 이런 전환에서 두각을 나타낸 건 애플과 구글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가 모빌리티 전환에서 살아남으려면 애플과 구글처럼 소프트웨어에 집중해 차별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에 따르면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에 포함된 코드 수는 약 1억줄(라인)로, 1963년 처음 전자제어장치가 차에 들어왔을 당시 5만줄에서 2000배 늘었다.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는 필요 코드 수가 3억줄 이상으로 전망된다. 이런 코드 줄 증가는 자동차의 소프트웨어화(化)가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현재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2020년 기준 30%로, 2030년에는 스마트폰과 비슷한 수준인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가 2030년에 500억달러(약 65조4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 별도 소프트웨어 조직 갖추는 차 업계
볼보차는 최근 폴란드 제2 도시 크라쿠프에 신규 소프트웨어 개발 센터 ‘테크 허브’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소프트웨어를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120명을 채용하고, 조직 규모를 500~6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포드는 자율주행 전문 자회사 래티튜드AI를 설립했다. 래티튜드AI는 운전대가 없는 자율주행 기술 ‘블루 크루즈’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미 일부 모델에 블루크루즈 기술을 도입한 포드는 과거 폭스바겐과 합작해 만든 소프트웨어 자회사 아르고AI에서 근무했던 직원 550명을 채용하려고 한다.
포드 합작사 아르고AI를 설립 6년 만에 접은 폭스바겐은 3년 전 자동차 소트프웨어 역량 강화를 위한 자회사 카리아드를 만들었다. 카리아드는 자동차 운영체제 ‘vw.OS’를 개발해 모든 폭스바겐 제품을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로 연결하고, 축적한 데이터로 최적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폭스바겐은 2026년까지 1만명의 직원을 뽑고, 4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2018년 소프트웨어 자회사 우븐플래닛홀딩스를 설립해 자동차의 두뇌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 ‘아린’을 독자 개발하고 있다. 2025년 상용화가 목표다. 자동차 생산국, 제작사, 차종에 관계 없이 아린 탑재 차는 공통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 현대차, 올해 SDV 전환 가속… 두뇌기지·구심점 역할 맡는 포티투닷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신년회에서 “2025년까지 회사 시스템 전반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SDV 관련 기술 강화에 미래차 성패가 달렸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데이터 기반 사용자 경험과 안전 고도화에 나선다. 모두 정 회장이 진두지휘한다. 정 회장은 “안전과 품질에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독자 운영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SDV 전환에서 중추 역할은 지난해 인수한 포티투닷이 맡는다. 포티투닷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GSC)의 구심점이 되는 것이다. 현대차 GSC는 지속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시간이 지나도 사용자 경험, 안전성, 품질을 개선하는 운영체제 개발을 목표로 한다.
포티투닷은 2019년 3월 설립된 자율주행 스타트업이다.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던 송창현 대표가 이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모빌리티·자율주행 총괄 조직인 TaaS(서비스형 운송)본부를 설립하고,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를 본부장(사장)으로 영입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또 지난해 4200억원을 투자(현대차 2750억원, 기아 1530억원·합산 지분율 93%)해 포티투닷을 완전 인수했다.
송창현 현대차 GSC 센터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올해부터 SDV 전환을 실행으로 옮긴다”며 “현대차그룹이 기존 자동차 판매사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자로 바뀔 수 있도록, 또 ‘이동의 자유’라는 궁극의 미션을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첫걸음은 인재 채용… “IT 인력 큰 장 열린다”
SDV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올해 국내외 우수한 정보기술(IT) 개발 인력을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최진희 포티투닷 부대표가 꼽힌다. 최 부대표는 삼성전자에서 13년간 엔지니어로 일했고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플랫폼, 운영체제, 네트워크, 로봇 자율주행, 클라우드 로보틱스 플랫폼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포티투닷에는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NAVER), SK텔레콤 등 국내 주요 대기업과 미국 실리콘밸리 인력들이 합류 중이다. 현대차그룹 TaaS 인력도 포티투닷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포티투닷의 임직원 70%는 개발자로, 개발 부문 인력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 GSC가 본격 가동되는 올해는 더욱 많은 인력을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럽 등의 S급 핵심 소프트웨어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GSC의 중추가 되는 포티투닷의 향후 채용 인원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뽑을 수 있는 만큼 뽑겠다는 전략으로, ‘인력이 곧 개발력’인 이 분야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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