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의 안전’을 지향한 부부의 특별한 의뢰
폴란드의 한 부부는 어느 날 세계적인 건축가 로베르트 코니에츠(Robert Konieczny)를 찾아가 단 하나의 요구를 남긴다.
“우리가 원하는 건 오직 한 가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집을 지어 주세요.”
통상적인 보안 솔루션이나 고급 자재 이상을 요구한 이 부부의 요청은, 건축가 입장에서도 이례적인 수준이었다. 적어도 집 전체가 완전히 밀폐되어야 하며, 웬만한 군사 무기로도 침입이 절대 불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들에게 집이란 안식처 이상의, 최후의 생존 공간이었다.

비범한 건축가, 의뢰를 현실로 만들다
로베르트 코니에츠니는 이미 독특한 구조와 뛰어난 보안성을 겸비한 주택 디자인으로 국제적으로 명성을 쌓은 인물이다. 본인조차 자신을 위해 ‘방주’라는 이름의 요새집을 설계·건축한 전적이 있다. 이 경험이 이번 프로젝트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일반 건축가라면 당황할만한 요구지만, 그는 오히려 흥미로워하며 부부의 ‘절대 안전’ 기준을 충족할 설계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주어진 한계 내에서 상상력을 극한까지 밀어붙였다.

움직이는 벽과 도개교, 중세와 미래가 공존하는 구조
이 집의 최대 특징은 스스로 닫히고 움직이는 거대한 콘크리트 벽이다. 평상시에는 큰 유리창과 현대적인 외관이지만, 비상시가 되면 벽 전체가 자동으로 슬라이딩되어 창문과 출입구를 모두 봉쇄한다.
마치 영화 속에서 보던 비상시 대피 벙커처럼, 단 한 명의 침입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곳곳에 배어 있다.
심지어 2층으로 오르는 도개교(일종의 개폐식 다리)는 중세 성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 이 다리가 닫히면 어떤 외부인도 집에 진입할 수 없다. 자동 잠금 시스템과 연동돼, 흔들림 없는 완벽한 폐쇄감을 구현한다.

보이지 않는 첨단, 디자인과 안전을 모두 잡다
이 집의 혁신은 외관에만 머물지 않는다. 모든 벽체와 문, 셔터에는 고강도 콘크리트와 특수 방탄 유리가 사용됐다. 창문을 덮는 구조물들은 평소엔 미학적으로 처리되어, 외부에서는 전혀 위화감이 없다.
심플한 버튼 하나로 모든 시스템이 가동되어 1분 이내에 ‘방어 모드’로 돌입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실내에는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생존 시스템(비상 발전기, 자체 식수 정화장치, 고밀도 환기구 등)도 갖춰져, 최악의 재난에서도 자립이 가능하다.

‘좀비도 못 뚫는 집’이라는 별명, 그 이면의 의미
집이 완공되자마자 인터넷과 SNS에선 이 집을 ‘좀비도 포기할 집’으로 칭했다. 세상이 혼란에 빠져도 여기만큼은 생존할 수 있다는 익살스러운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코니에츠니 건축가는 오히려 “좀비 이야기는 이 집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며, 진짜 의미는 극단적 위험에 대한 실질적 대비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상 기후, 치안 불안, 팬데믹 등 예측불가 미래를 대비하는 새로운 주거철학의 시작’임을 알리고 싶었다.

주거의 미래, 안전과 라이프스타일을 재정의하다
이 집을 계기로 세계 주거문화에 ‘궁극의 안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했다. 단순히 편리함이나 아름다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생활 보호와 극한의 위협까지 모든 것을 고려한 종합적 생활공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이곳에선 디자인, 하이테크, 중세 성의 방어구조,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며, 안전이라는 실용적 가치가 미학과 일상을 지탱하는 근간이 된다. 미래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한 집”이라는 개념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지도 모른다.
현대인의 최대 욕구 ‘안전’을 극한까지 구현한 폴란드의 이 주택.
전례 없는 보안 능력과 섬세한 디자인, 주거의 의미를 다시 묻는 실험정신이 한 데 어우러져, 집이란 공간의 본질을 또 한 번 확장시켰다. 오늘도 세상 어딘가에서 그 집은 묵묵히 가족의 안녕을 지키고 있다.
이 놀라운 건축물은 ‘어떤 상황에도 내 가족을 지켜주는 집’을 꿈꾸는 이들에게 경이로운 표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