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이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역대급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보험사들은 오히려 스타 마케팅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도 왜 보험사들은 연예인 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을까?
적자 폭탄 터진 자동차보험, 현실은 참혹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4.0%로 전년 대비 급상승했다. 특히 7월 한 달 손해율은 92%까지 치솟으며 보험사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대형 4개 손해보험사의 보험영업이익은 2024년 마이너스 97억원으로 돌아서며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앞으로의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누적 손해율이 87%에 달하고, 손실 규모가 5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2020년 3799억원 손실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실적이 될 전망이다.

최근 15년간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만 7조2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올해 추가로 5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업계 전체가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적자 속에서도 계속되는 스타 마케팅 열풍
이런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보험사들의 연예인 광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DB손해보험은 8년째 임윤아를 전속 모델로 기용하며 ‘우리는 약속한 사이’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신규 광고에서 임윤아는 테마별 고객의 일상을 찾아가며 브랜드 친밀감을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

AXA손해보험은 배우 김혜수를, 캐롯손보는 고윤정을 새로운 광고 모델로 발탁하며 젊은 층 공략에 나섰다. 보람그룹도 최근 이성민과 강하늘을 광고모델로 선정하고 10월부터 새로운 TV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역설적 마케팅 전략의 배경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역설적 현상에 대해 “적자가 심각할수록 고객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고 설명한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 성격이 강해 시장 파이가 정해져 있고, 고객 한 명 한 명이 회사의 생존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층과 프리미엄 고객층을 겨냥한 스타 마케팅은 단순한 광고 효과를 넘어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고객 충성도 향상에 직결된다는 판단이다. DB손해보험의 경우 임윤아 모델 기용 후 브랜드 인지도와 호감도가 크게 상승했다는 내부 조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구조적 위기 속 생존 전략
자동차보험 적자의 근본 원인은 복합적이다. 최근 4년간 이어진 보험료 인하 정책으로 수입은 줄어든 반면, 부품비와 수리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집중호우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피해와 한방 진료비 급증까지 겹치면서 손해율이 급격히 악화됐다.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 비중은 2015년 23%에서 2024년 59.2%로 급증했으며, 올해 상반기 기준 한방 경상환자 1인당 치료비는 약 107만원으로 양방 치료비의 3.3배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사들은 연예인 광고를 통해 브랜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같은 상품, 비슷한 가격에서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감성적 어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는 보험료 인상, 한국만 광고 경쟁?
글로벌 주요국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자동차보험료 대폭 인상에 나섰다. 미국은 2023년 17.4%, 2024년 17.8% 상승했고, 독일은 2024년 18% 인상했다. 영국은 2023년 평균 45%까지 보험료가 올랐다.
각국은 보험료 인상과 함께 수리비 절감을 위한 구조적 개선도 단행했다. 영국은 평균 수리 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했고, 독일은 대체부품 사용을 허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반면 한국은 자동차수리비 물가지수가 2.4% 상승했음에도 자동차보험료 물가지수는 오히려 0.8% 하락해, 비용 상승분이 보험료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광고비 대신 구조개선이 답?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천문학적 광고비를 쏟아부을 여력이 있다면 차라리 구조적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방 진료비 관리 시스템 도입, 정비업체 표준화, 부품비 절감 방안 등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2024년 이후 적자로 전환됐고, 수리비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감독당국과 업계의 선제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며 “해외처럼 수리비 관리 효율화 및 보험료 현실화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만 바보 되는 구조
결국 자동차보험사들의 연예인 광고 경쟁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임시방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적자 구조가 지속되면 결국 보험료 인상이나 보장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적정 손해율 관리 실패 시 보험금 누수로 자동차보험 위험률이 올라가고, 이는 전체 보험 가입자에게 부담을 안긴다”며 “자동차보험의 합리적 보상과 보험료 개선방안을 조속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000억원 적자 앞에서도 계속되는 연예인 광고 대전. 과연 이것이 위기에 처한 자동차보험 시장의 올바른 해법일까? 소비자들은 화려한 광고 뒤에 숨겨진 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