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차의 미래가 암울한 3가지 이유…'비싸도 전기차 산다'

LPG 자동차의 미래가 어두워 보인다. 일반 판매를 시작된 지 4년이 흘렀음에도 전체 판매량이 줄었을뿐 아니라, 든든한 버팀목이던 택시와 렌터카 등도 전기차로 대체되며 점차 잊혀지는 분위기다.

르노코리아 QM6의 LPG탱크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LPG차 등록대수는 189만9867대로, 일반 판매 전인 2019년 2월(202만3585대) 대비 6.1% 감소했다. 당시 정부는 LPG차의 신규ㆍ변경ㆍ이전 등록 및 휘발유ㆍ경유차 개조를 전면 허용하며 시장 활성화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일반 판매 이후 LPG 신차를 늘리던 업체들도 몇몇 모델을 단종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전환했다. 사양화 길을 걷고 있는 디젤의 대체제 역할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친환경차 전환 시대에서의 과도기적 역할도 어렵다는 판단이다.

# 택시 = LPG? 이젠 택시 = 전기차!

기아 '니로플러스' 택시

LPG가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다. LPG가 가장 많이 팔리던 영업용차 시장에 전기차가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며 점유율을 조금씩 빼앗고 있다. 가격은 비싸지만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 저렴한 차량유지비 등을 고려하면 LPG에서 전기차로 바꿀 이유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택시용 모델은 SM6, K5, 쏘나타, K7, 그랜저 등 전부 LPG 세단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니로EV, 니로플러스 등 다양한 전기 택시가 등장했다. 2019년 2월 558대에 불과했던 영업용 전기차 대수는 지난달 7098대로 3년 만에 12배나 증가했다.

전기 택시는 일반 전기차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데다가, 부제가 없어 모든 요일에 운행할 수도 있다. 또, 급속 충전 기술이 발달하며 시간 낭비가 줄었고, 엔진오일이나 브레이크 패드 등 경정비에 신경을 덜 써도 돼 기사들의 만족도도 높다는 평가다.

렌터카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최신차나 자신이 접해보지 못한 차를 원하는 만큼, 렌터카 회사들도 그에 맞춰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특히, 카쉐어링 업체를 중심으로 아이오닉5, EV6 등 신형 전기차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 부족한 차종, 빈약한 옵션

쌍용차 토레스 LPG 바이퓨얼

최근 인기를 모으는 SUV 모델이 부족한 점도 LPG 인기 하락의 원인이다. 아무리 일반 판매를 허용했더라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LPG 차종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노릇이다.

현재 구매할 수 있는 LPG SUV는 르노코리아 QM6와 기아 스포티지, 그리고 쌍용차 토레스 셋뿐이다. 기존 QM6가 독점하던 시장에 신형 스포티지와 토레스 바이퓨얼이 추가됐지만, 준중형 아반떼ㆍK3를 비롯해 중형 쏘나타ㆍK5ㆍSM6, 준대형 그랜저ㆍK8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세단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다.

빈약한 옵션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가장 최근 출시된 신형 그랜저 LPG의 경우 사륜구동이나 퀼팅 천연가죽 시트와 2열에 리클라이닝ㆍ통풍 기능이 더해지는 '뒷좌석 컴포트 패키지'가 없다.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래피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최고급 LPG 차량을 원하는 소비자는 아무런 선택지가 없는 셈이다.

# 몇 년 째 '사골'엔진?

르노코리아 QM6

발전 없는 LPG 기술도 판매 하락의 이유다.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친환경차 개발에 매진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LPG 파워트레인에 신경쓸 여유가 없는 것이다.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QM6의 경우 SM5 시절부터 사용했던 2.0리터 엔진을 개량해 아직까지 쓰고 있다. 최근 출시된 스포티지 역시 쏘나타나 K5 등에 오랫동안 탑재됐던 2.0리터 엔진을 공유한다. 그나마 K8이나 그랜저, 스타리아에는 배기량이 늘어난 3.5리터 엔진이 적용되고 있지만, 기존 3.0리터 엔진 대비 출력이나 연비 면에서 큰 개선점은 없다.

이런 이유로 LPG차를 찾는 사람은 빠르게 줄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일반 판매가 허용된 직후인 2019년 4월 LPG 신규등록대수는 1만1092대에 달했지만, 지난달에는 5535대로 절반까지 줄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로 전환하는 시기인 만큼 LPG 기술의 발전은 힘들 것"이라며 "가성비와 경제성을 강조한 틈새 공략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