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고환율 영향" 혼다코리아, 車사업 철수..."모터사이클에 집중"

혼다코리아가 국내 시장 진출 22년 만에 자동차 사업을 전격 종료하고 향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모터사이클 사업에 모든 경영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지속되는 판매 부진과 고환율 등 악화한 사업 환경 속에서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 자원을 재배치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는 23일 오후 3시 30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시장을 둘러싼 환경 변화와 환율 변동 등 전반적인 사업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 방향을 신중하게 검토해왔다"며 "2026년 말 기점으로 한국 내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혼다코리아의 이번 결정은 2003년 자동차 판매 법인을 설립한 이후 23년 만에 내려진 용단이다. 자동차 사업은 접지만 차량 유지관리 서비스와 부품 공급, 보증 대응 등 애프터서비스(AS)는 법적 의무 기간인 8년 이상 유지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기존 고객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책임감 있게 대응하겠다"며 "전국 18곳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혼다 뉴 CR-V 하이브리드

혼다 뉴 CR-V 하이브리드혼다의 자동차 사업 철수 배경에는 무엇보다 극심한 판매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혼다는 2008년 연간 1만2356대를 판매하며 국내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1만대 클럽' 시대를 열었던 주역이다. 당시 혼다의 시장 점유율은 20%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나 이후 경쟁력 있는 신차 부재와 포지셔닝 실패로 하락세를 걸었다.

특히 2019년 한일 관계 악화로 촉발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은 혼다에 치명타를 입혔다. 2019년 8760대였던 판매량은 2020년 3056대로 반토막 났으며 지난해에는 연간 1951대 판매에 그치며 수입차 브랜드 중 16위까지 밀려났다. 시장 점유율은 이미 3년 연속 0%대에 머물며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수익성을 악화시킨 고환율 기조도 사업 종료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혼다 자동차는 100% 미국 오하이오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으로 전량 달러로 결제된다. 이 대표는 "2010년대 중반까지 원·달러 환율은 1110원 안팎이었으나 현재는 1950원 선까지 급등한 상황"이라며 "고환율 극복을 위한 자구책을 강구했으나 비즈니스 연속성 확보를 위해 사업구조 최적화가 필수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혼다 GB350

혼다 GB350앞으로 혼다코리아는 국내 시장 점유율 약 40%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는 모터사이클 사업을 핵심 영역으로 삼아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모터사이클 사업은 2023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4만3000대를 판매하며 견고한 수익성을 증명했다. 혼다는 일본 구마모토와 베트남, 태국 등 다양한 생산 거점을 활용해 자동차 대비 환율 리스크를 유연하게 관리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 딜러사들과의 관계 정리 및 보상 문제는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혼다코리아는 다음 주부터 6개 딜러사와 개별 협의를 시작해 재고 소진 및 인력 재배치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2023년 온라인 판매 도입으로 딜러사의 재고 부담은 없는 상태"라며 "딜러사 임직원들의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신뢰를 바탕으로 아름답게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혼다는 2001년 모터사이클 사업으로 한국에 처음 진출한 뒤 2003년 자동차 판매 법인을 출범하며 사업을 확장해왔다. 지난달까지 국내 누적 자동차 판매량은 10만8600대, 모터사이클은 42만600대를 기록했다. 2020년 닛산의 철수에 이어 혼다까지 자동차 판매를 중단하면서 국내 시장에 남은 일본차 브랜드는 토요타와 렉서스만 남게 됐다.

이날 발표된 자동차 사업 종료 시점은 2026년 말로 예고됐으나 각 지역 딜러사의 상황과 재고 현황에 따라 시점은 유동적일 수 있다. 혼다코리아는 신규 도입 예정이었던 물량에 대해서도 대기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인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 분당의 복합문화공간 '카페 더 고' 등의 활용 방안은 향후 모터사이클 사업 강화 관점에서 재검토될 예정이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혼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