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육은 피할 수 없는 트렌드다.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부족과 지구 환경, 도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물 복지 이슈로부터 자유롭다. 경제 활동이 발전할수록 가치 소비 문화는 확산하기에 대체육 시장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종국엔 바이오와의 연계를 통한 궁극의 영양식에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당장의 맛과 가격을 잡기 위한 기술적 난관은 업계를 관통하는 숙제다.
6일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글로벌 육류 소비 비중은 2025년 일반육 90%, 식물성 대체육 10%에서 2040년 기존 육류 40%, 식물성 대체육 25%, 배양육 35%로 재편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전문기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식물성 식품 시장이 2020년 249억달러(약 33조원)에서 2030년 1620억달러(약 21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체육은 크게 식물성 대체육과 세포 배양육으로 나뉜다. 식물성 대체육은 콩, 두부, 곡식 등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고기의 식감과 맛을 재현한 육류다. 반면 배양육은 식물성 대체육과는 달리 ‘진짜 고기’라는 점이 특징이다. 소, 닭 등의 가축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액으로 길러내 실제 고기의 근육이나 지방, 혈관, 섬유 조직 등을 구현한다.
너도나도 뛰어드는 대체육 시장

국내 주요 식품 기업은 앞다퉈 대체육 산업에 뛰어들어 시장 선점에 혈안이다. 선두 그룹을 형성한 기업으론 신세계푸드와 동원F&B, CJ제일제당, 풀무원, 롯데웰푸드 등이 꼽힌다. 이중 CJ제일제당과 풀무원 롯데웰푸드는 식물성 대체육에 더해 배양육 연구개발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신세계푸드는 2021년 식물성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에 이어 지난해 식물성 대안식 브랜드 유아왓유잇을 론칭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2021년 전 세계 최초로 대두단백, 식이섬유 등 100% 식물성 원료를 활용해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 캔햄을 출시한 바 있다. 유아왓유잇을 통해선 런천 김치덮밥, 볼로네제 라자냐, 라구 리가토니 3종의 간편식과 최근 식물성 순대볶음까지 선보이며 가장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동원F&B는 2019년 미국의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 미트’와 독점 공금 계약을 맺고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 납품을 책임지고 있다. 이에 힘입어 식물성 대체식품 브랜드 ‘마이플랜트’를 지난해 3월 론칭하고 스테디셀러인 동원참치 기반 ‘동원참치 마이플랜트’ 5종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출시 6개월 만에 20만캔 이상 팔렸다. 동물성 단백질을 주로 공급해 온 동원F&B는 식물성 단백질로 영역을 확장하고 토탈 프로틴 프로바이더로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2022년 말 FNT(Food&Nutrition Tech) 사업부문을 신설하고 식물성 단백, 배양 단백 등을 연구하는 FNT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앞서 2021년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출범한 뒤 만두와 김치, 떡갈비, 함박스테이크 등 대체육 제품군을 선보인 데 이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배양육 분야에서도 유망한 스타트업과 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2022년 배양배지 생산기업인 '케이셀 바이오사이언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10월에는 3D프린팅 기업 티앤알바이오팹과 대체육 공동 개발 협약(JDA) 맺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3D바이오프린팅 기반의 재생의학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메디테크 기업으로 CJ제일제당은 티앤알바이오팹의 생체재료를 활용한 인공 조직 개발 기술을 배양육 개발에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배양육 산업에서 3차원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큰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고기의 맛과 질감, 외관, 영양 등을 구현해 내기 위해선 3차원 설계 시 재료의 배치는 물론 조직의 분자 단위 배열까지 최적화해야 하고, 세포 배양 및 도포 과정에서 기계적 강도 역시 섬세하게 조절돼야 하기 때문이다. 향후 인체 조직에 응용될 수 있다는 점도 해당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2019년 국내 최초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제로미트를 론칭한 롯데웰푸드도 이 분야에 문을 두드렸다. 롯데중앙연구소가 지난해 7월 3차원 바이오프린팅 기업 팡세, 기능성 소재 식품 기업 네오크레마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다. 롯데중앙연구소는 이들과 협업해 세포배양식품에 적합한 식용 배지를 개발할 예정이다. 배지는 세포 배양 시 필요한 영양소로, 식용 원료를 활용해 보다 안전하고 저렴한 배지를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마지막으로 2021년 ‘식물성 지향 식품(Plant Forward Foods) 선도 기업'을 선언한 풀무원도 대체육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다. 풀무원은 풀무원기술원 산하에 식물성대체육 연구사업부를 두고 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2022년 지속가능 식품 전문 브랜드 '풀무원지구식단'을 론칭했다.
동시에 푸드테크 스타트업 심플플래닛과 지난해 2월부터 전략적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풀무원이 심플플래닛에 투자한 금액은 20억원 규모로 심플플래닛 누적 투자액 중 20%를 차지한다.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주(cell line) 개발 관련 지적재산권을 소유한 심플플래닛은 세포 배양 파우더 개발을 주력으로 한다. 기존 고깃덩어리 형태와 달리 심플플래닛의 제품은 가루 형태이기 때문에 영양소 흡수율이 높은 게 특징이다. 실버 및 영유아 기능식 원료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 풀무원은 협업을 통해 식물성 대체육과 세포 배양육 소재를 섞은 하이브리드 배양육 제품을 개발하고 내년까지 상품화할 계획이다.
맛과 가격, 안전성은 극복 과제

주요 식품 기업들이 대체육 분야에 뛰어드는 건 대체육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에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확장에 앞서 걸림돌은 여전히 많다. 그중에서도 맛과 가격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식물성 대체육은 실제 고기와의 유사성, 배양육은 제품 간 맛의 획일성이 기술적 난관이다.
하상도 중앙대 식풍공학과 교수는 “100% 식물성 대체육을 내놓는 건 현재로선 무리”라며 “아직 식감을 정확히 구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체육과 원육의 적절한 배합을 통해 제품을 내놓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숙 백석문화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실제 고기는 세포와 조직이 비정형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축산 환경에 따라 맛이 다르지만 배양육은 실험실에서 일정하게 자라나 맛이 획일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배양육의 경우 세포 배양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채식주의자를 중심으로 이미 시장이 형성된 식물성 대체육과 달리 비교적 기술 성숙도가 낮은 배양육은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배양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부담과 완제품 섭취 시 인체에 미치는 안전성도 과제로 거론된다.
박 교수는 “긴 안목으로 보면 배양육의 시대는 오겠지만 배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막대해 경제성이 아직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배양육은 일종의 복제와 같기 때문에 이를 섭취했을 때 부작용이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 배양 과정의 윤리적 부담이 발생하는 점은 짚고 넘어갈 문제”라고 덧붙였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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