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유통 공룡의 탄생]④ 푸빌라로 시작된 신세계의 코인사업

2022년 신세계백화점이 만든 캐릭터 NFT(Non-Fungible Token) 푸빌라/사진=신세계그룹

아마존, 월마트같은 글로벌 유통 거인들과 네이버의 거침없는 행보에 이어 국내 오프라인 유통의 최강자인 신세계그룹 역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라는 새로운 금융 고속도로에 올라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점에는 이미 대성공을 거둔 자체 캐릭터, ‘푸빌라’가 있었습니다.

MZ세대 VIP 실험 ‘푸빌라’, 오프라인 인프라의 힘을 증명하다

푸빌라는 사실 코인이나 NFT를 위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닙니다. 지난 2017년, 신세계백화점이 네덜란드의 일러스트레이터와 손잡고 처음 선보인 하얀 곰 모티브의 자체 캐릭터입니다. 당초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백화점 매장을 따뜻하고 동화적인 분위기로 꾸미기 위한 마케팅 용도로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귀엽고 친근한 디자인 덕분에 가족 단위 고객과 2030 세대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인형, 에코백 같은 굿즈(기획 상품)가 불티나게 팔린 것은 물론, 타임스퀘어 등 주요 점포에 대형 푸빌라 조형물을 설치한 팝업스토어에는 이른바 ‘인증샷’을 찍으려는 인파가 몰렸습니다. 이처럼 현실 세계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미 강력한 팬덤과 대중적인 인지도를 탄탄하게 쌓아둔 캐릭터였기에, 이를 가상 공간으로 확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현실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신세계는 2022년 푸빌라를 NFT(대체불가토큰)로 발행했습니다. 본질적인 이유는 미래 핵심 소비층인 ‘MZ세대’를 선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기존 백화점 VIP가 되려면 연간 수천만 원을 소비해야 하지만 신세계는 푸빌라 NFT를 구매한 고객들에게 등급에 따라 백화점 VIP 라운지 이용권, 무료 발레파킹, 식음료 할인권 등 실제 오프라인 VVIP 혜택을 부여했습니다. 이른바 ‘멤버십의 디지털화’를 테스트한 것입니다.

결과는 1만 개 NFT의 순식간에 완판됐습니다. 이 성공이 신세계에 미친 영향은 단순한 마케팅 성과 그 이상이었습니다. 코인이나 NFT 같은 가상자산이 실체 없는 거품에 그치지 않으려면 신세계가 가진 막강한 ‘오프라인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신세계는 수만 명의 고객이 스스로 가상자산 지갑을 만들고, 코인을 수령하고, 이를 매장에 와서 사용하는 전 과정을 데이터로 확보했습니다. 이는 향후 신세계가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할 때, 소비자들이 큰 거부감 없이 새로운 결제 수단을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튼튼한 토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푸빌라 NFT를 보유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 희귀한 NFT일수록 혜택 규모가 크다. /사진=푸빌라소사이어티 홈페이지

신세계 I&C의 진두지휘… 100% 자체 결제망 구축

이러한 신세계의 블록체인 실험을 무대 뒤에서 진두지휘하는 곳은 바로 그룹의 핵심 IT 서비스 계열사인 ‘신세계I&C(아이앤씨)’입니다. 신세계I&C는 이마트의 셀프 계산대 시스템부터 쓱페이(SSG PAY) 구축,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 인프라 등 그룹 내 모든 결제와 데이터 망을 책임지는 신세계그룹의 IT 전문 계열사입니다.

향후 신세계가 스테이블코인을 본격적으로 도입한다면 이 역시 신세계I&C가 도맡아 기존의 ‘신세계포인트’를 코인화하고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통합 결제망을 구축할 가능성이 큽니다. 가격이 변하지 않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기존 신용카드사나 밴(VAN)사를 거칠 필요가 없어 신세계그룹이 매년 지불하는 결제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포인트와 상품권의 진화… 거대한 '코인 경제권'의 완성

무엇보다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가장 폭발적인 잠재력은 신세계그룹이 이미 구축해 둔 막강한 온·오프라인 통합 생태계와 만날 때 발휘됩니다.

현재 신세계는 신세계포인트와 신세계상품권을 통해 거대한 유통망을 이미 하나로 묶어 활용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같은 오프라인 채널은 물론, 쓱닷컴(SSG닷컴), 지마켓, 옥션, 신세계면세점에 이르기까지 그룹의 핵심 계열사 전반에서 포인트와 상품권을 현금처럼 자유롭게 교차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소비자의 일상 속에 신세계만의 화폐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셈입니다.

만약 이 범용성 높은 포인트와 상품권 시스템이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으로 진화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기존의 포인트 제도는 사용 시 계열사 간에 복잡한 수수료 정산 과정을 거쳐야 하고 지류나 모바일 상품권 역시 발행 및 관리 비용, 보안 유지비가 만만치 않게 듭니다. 하지만 이를 블록체인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으로 통합해 대체하게 되면 이러한 낭비성 비용과 내부 정산의 마찰이 블록체인 상에서 실시간으로 처리되며 완전히 사라집니다.

나아가 단순한 마일리지 적립이나 교환권의 개념을 넘어 플랫폼 간 경계 없이 즉각적인 결제가 이뤄지는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화폐'로 격상됩니다. 전국 수천 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이커머스 플랫폼을 촘촘히 연결한 신세계포인트의 압도적인 범용성이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기술의 날개를 달고 그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견고하고 거대한 '신세계 코인 경제권'을 완성하게 될 것입니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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