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작품, 전율 느껴진 이유
[리뷰:포테이토 지수 89%]'노량:죽음의 바다', 10년 대장정 완성한 뜨거운 피날레
차갑지만 뜨겁고 참혹하지만 장엄하다.
10년간의 대장정을 마치는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 '노량:죽음의 바다'('노량') 얘기다.
임진왜란 7년째로 접어든 1598년 9월18일. 왜군 수장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왜군의 철수 명령이 떨어진다.
조선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김윤석)은 퇴각하려 하는 왜군을 섬멸하기 위한 최후의 전투를 준비한다.
전세는 조선으로 많이 기운 상황. 이순신과 함께 조선과 명의 연합군을 이끄는 명 수군 도독 진린(정재영)은 이미 끝난 전쟁이라며 불필요한 전쟁을 이어가는 이순신을 헤아리지 못한다.
이순신은 올바로 전쟁을 끝내려면 적에게서 완전한 항복을 받아야 한다며 전투 태세에 돌입한다.
'노량'은 이순신 3부작의 출발점 '명량'(2014)에서 그린 명량해전 1년 뒤의 이야기로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로 기록된 노량해전을 스크린에 펼쳐낸다.
임진왜란 7년의 역사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전투로 평가답는 노량해전답게 '노량'은 '명량' '한산:용의 출현'(2022)을 경험하며 축적한 해전의 기술과 노하우를 이번 영화에서 꽃 피운다.
총 150여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에서 50여분의 전반부는 왜군의 퇴각 문제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이순신과 진린의 명분 싸움. 영화는 3국의 외교적 역학관계를 3국의 언어로 복잡하게 보여주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때쯤 차갑고 고요한 겨울 밤바다를 배경으로 조선 수군과 왜군의 해상 전투를 시작한다. 100분의 후반부는 노량에서 관음포에 이르는 대규모 해전으로 이 영화의 백미다.
특히 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칼과 검, 창으로 치고받는 근접전(백병전)이 압권이다. 아군과 적군이 서로 뒤엉켜 상대를 쓰러뜨릴 때까지 살을 베고 찌르는 근접전 장면은 아수라장 그 자체. 이순신의 시점으로 보여주는 이 장면은 롱테이크로 촬영돼 치열하고 처절한 전투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숙연하게 만든다.
"차가운 겨울 바다의 전투지만 용광로처럼 뜨겁다"는 김윤석의 얘기가 과언이 아니다. 영화는 압도적인 스케일과 짜임새 있는 구성의 해전을 몰아붙여 전율하게 만든다.
'성웅 이순신', 그 이면을 포착한 '인간 이순신'의 고뇌를 드러낸 부분은 100분 해전과 함께 눈길을 끈다.
왜적과 싸우다 전사한 아들 면(여진구)을 앞세우고 그 슬픔을 안으로 삭이며 악몽에 시달리는 이순신의 소리 없는 통곡이 김윤석의 처연한 얼굴과 눈을 통해 절절하게 다가온다. 김윤석은 '노량'에서 이순신의 현장(賢將)으로서의 면모와 인간적 면모를 품격 있게 표현해냈다.
여기에 이순신과 진린이 이끄는 조명연합군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는 시마즈 요시히로 역의 백윤식도 인상적이다. 왜군의 장수지만,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는 냉혹한 리더십과 승부사 기질, 물러서지 않는 기백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리고 영화의 끝에 이르는, 불세출의 영웅의 최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눈시울이 뜨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명량'에서 시작한 긴 여정은 이를 향해 달려왔다.
'노량'은 지난 10년의 대장정을 완성하는 피날레로, 마지막 순간까지 나라와 백성을 걱정했던 이순신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김한민 감독과 제작진의 노력의 정수를 담은 작품이다.
'서울의 봄'이 위태롭던 혹한기를 보내는 한국영화에 봄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지금, '노량'이 그 기세를 이어받을 준비를 마쳤다.
감독: 김한민 / 출연: 김윤석,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김성규, 이규형, 이무생, 최덕문, 안보현, 박명훈, 박훈, 문정희 / 제작: 빅스톤픽쳐스 / 개봉: 12월20일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5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