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에 자페의 3부작 사진집 중 마지막 권은 니시나리 뒷골목의 시인, 매춘부, 도둑들을 기록했다.

야쿠자의 영향권에 있는 오사카의 니시나리(Nishinari) 지역은 오랫동안 관광객들이 기피해 온 곳이다. 그러나 사진작가 클로에 자페(Chloé Jafé)는 수상한 장소들에 익숙한 편이다. 아니, 한술 더 떠 오히려 불꽃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강하게 이끌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페는 말한다. “도쿄에서의 삶은 너무 기계적이고 외롭다. 나는 차라리 버려진 곳에 더욱 이끌리는 편이다."
범죄가 들끓는 니시나리 지역은 자페의 최신작 ‘How I Met Jiro’의 배경이다. ‘I give you my life(2020)’와 ‘Okinawa Mon Amour(2020)’에 이은 본 사진집은 일본 열도의 은밀하고 기이한 측면을 조명하는 3부작의 마지막 장 역할을 한다. 한정판으로 세심하게 수제작되어 패브릭 파우치에 담긴 본 사진집은 도야(저렴한 여관), 기분 나쁜 가라오케 바, 파칭코 가게 등으로 가득한 니시나리의 뒷골목을 기록했다. 책은 노숙자, 노동자, 크로스드레서, 무직자, 도둑, 무정부주의자, 매춘부, 시인 등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니시나리의 주민들을 세밀한 친밀감으로 엮어내며 괴상한 동시에 카리스마 넘치는 니시나리의 숨겨진 역사를 복원한다. 니시나리를 기록하고 친구를 사귀었던 기억, 그리고 연약함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페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보자.

만나서 반갑다. 일본에서 돌아온 지 얼마나 되었나?
안녕!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돌아왔다. 놀랍게도 처음 파리를 떠나는 것보다 돌아가는 것이 더 힘들었다. 10여 년 전에 두고 온 나의 프랑스인 자아를 다시 찾는 것은 적응하기 힘든 약간의 정신 분열증적인 경험이었다. 거기다 물론 팬데믹 환경도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니시나리라… 어떻게 그곳에 가게 되었나?
타투이스트 친구 호리렌(Horiren)이 그곳에 대해 알려줬다. 그는 내가 그곳을 좋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2018년 오사카를 여행하던 중 니시나리를 잠깐 들리기로 했고, 막상 방문해보니 내가 전에 본 적이 없는 또 다른 일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강한 유대감을 느꼈고,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줄 필요성을 느꼈다.
처음 방문했을 때의 소감은 어땠나?
이전에 마피아를 촬영한 경험은 있지만, 일본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기분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말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니시나리에는 주민들 간의 암묵적인 규칙이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이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상당히 과격하다. 운이 안 좋아 술과 마약 등이 더해지면 정말로 원치 않는 장소에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어찌 됐건 상당히 어두운 곳이 틀림없다...

사진집의 주제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동네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면서 내 본능이 나를 인도하게끔 했다. 많은 사람이 거리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론 유의미한 교류를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지만. 보통 내가 먼저 대화를 시작했고 서로를 연결할 주제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각자의 연약함을 드러내고 공유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대방이 말을 많이 하고 싶어 하지 않을 때는 그냥 같이 맥주를 마시거나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소소한 순간을 공유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이 매우 방어적이었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나도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았다.
지로(Jiro)는? 지로와 어떻게 친해졌는지 말해달라.
지로..., 그는 내 아주 특별한 친구다. 그와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는 내 삶의 일부이며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를 처음 만난 곳은 가마가사키(Kamagasaki) 거리였다. 그의 문신을 살짝 보고 그것에 대해 말을 걸었는데, 갑자기 나를 잡고 구석으로 데려가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고 바지를 내렸다. 소개 완료. 지로는 동네의 한 “조직”에서 일했지만 은퇴하기로 하고 야키토리 노점을 열었다. 첫 만남 이후 우리는 함께 어울려 다녔고, 그는 나의 안내자이자 보호자가 되었다. 지금도 그와 최소 이틀에 한 번씩 문자를 주고받는다.
멋지다! 책에 따르면 지로는 니시나리를 “먹는 곳, 마시는 곳, 섹스하는 곳... 흥미롭고 재미있는 도시”라고 설명했다. 당신의 작품은 그 혼돈을 진정성 있고 즉흥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 같다.
나는 항상 지로와의 만남으로 하루를 시작하거나 끝맺었다. 나의 사진 작업에는 두 가지 구성 요소가 있다. 바로 연구를 통해 얻은 정보와 그것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3부작 내내 자아라는 개념은 매우 중요했다. 그 핵심에는 진정성이 있고, 나머지는 운에 맡겼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계획 없이 보냈고 밤, 낮 또는 누군가가 나를 인도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즉흥적인 순간과 사건들이 나에게는 가장 소중하다.

니시나리를 다룬 사진집이 더 있나?
다른 시대에 제작된 사진집이 몇 가지 있다. 그중 대부분이 화난 노숙자들을 보여주지만, 그것은 내가 본 것도, 내가 경험한 것도 아니다. 나는 니시나리를 구성하는 그 외의 사람들과 요소를 보여주고 싶었다. 좀 더 다채롭고 진실성 있는 다른 관점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 생동감이 생생히 느껴진다.
직전에 숨 막히는 도쿄에 머물다가 온 만큼, 니시나리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좀 더 생동감 넘치는 방식으로 기록하고 싶었다. 도쿄처럼 빡빡하고 정돈된 사회로부터 추방된 그들을 실제로 만나면 그 생동감에 비명을 지르고 싶어진다!
당신은 항상 아름답고 섬세한 책을 만든다. 책을 만드는 일이 당신의 일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맙다. 사진집은 작품을 알리고 전체적인 서사를 탐구할 수 있는 훌륭한 매체라고 생각한다. 사진집의 가능성은 무한하며 나는 책이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된다는 점을 좋아한다. 또한 사진집은 많은 사람에게 어필하는 동시에 개개인에게 긴밀하고 소중한 무언가가 될 수 있다. 책을 만드는 것이 내 작품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이다.
지난 여정을 돌아보면, 일본에서의 모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다고 말할 수 있는가?
7년에 걸친 이 모험은 나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여정이었다. 모든 순간이 환상적이었고, 종종 외로웠고, 때로는 힘들었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순간이 확실히 기억에 남았다는 사실이다. 너무 많은 것을 배워서, 사실 뭐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굳이 물어본다면, 자기통제, 참을성, 그리고 존중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꽤 괜찮은 배움의 시간이었다!
클로에 자페의 ‘How I Met Jiro’는 독립 출간되었으며 여기서 구매할 수 있다.


All images courtesy of Chloé Jafé
에디터 Alex Merola
25년간의 도쿄 일상 사진을 i-D에서 확인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