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베드타운 막자” 60년째 항만도시 개발 50조 경제효과
- 주요 항구도시서 잠자는 곳 전락
- 1965년 독립적 도시 만들기 추진
- 항만 매립하고 역사적 자산 활용
- 업무지구 개발 방향 철저히 유지
일본 요코하마는 쇠락한 지역산업을 살리기 위해 ‘미나토 미라이 21(21세기 항구의 미래·MM21)’이라고 불리는 항만 지역 개발을 60년째 이어오고 있다. 수도 도쿄의 베드타운이 아닌 도시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거 시설 대신 업무용 개발에 집중하고, 옛 항만의 색깔도 지역 자산을 통해 유지했다. 그 결과, 국내외 대기업과 관광객이 몰려들어 연간 7730만 명(2023년 기준)이 이곳을 찾는 대성공을 거뒀다. MM21 개발 사례는 주거시설 혹은 유사 주거시설이 대거 포함된 북항 개발을 추진 중인 부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65년 시작된 MM21
19세기 요코하마는 일본의 교역 개방으로 도쿄 지역 수출입 업무가 이뤄지던 주요 항구였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 패망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도쿄의 급속한 성장이 진행됐다. 반면 요코하마 도심지는 전쟁 중 파괴됐고, 무역회사 등 사업체는 도쿄로 자리를 옮겼다. 약 25㎞ 거리에 있는 요코하마는 도쿄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 인구 급증과 대규모 주거 개발이 이뤄지며 각종 사회 문제가 대두됐다. 돈은 도쿄가 벌고, 잠만 요코하마에서 자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요코하마시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독립적인 도시 만들기’를 기치로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 6개 사업을 시작했다. 이 중 핵심사업으로, 요코하마 해안가를 따라 새로운 도심을 만드는 MM21이 핵심 프로젝트로 처음 제안됐다. 당시 MM21은 186만 ㎡에 취업인구 19만 명, 거주인구 1만 명을 목표로 했는데, 거주인구보다 취업인구에 집중한 것 역시 도쿄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당시 설정한 사업 목적을 보면 ▷요코하마의 자립성 강화 ▷항만 기능의 질적 전환 ▷수도권 업무 기능의 분담 등 3가지다. 사단법인 ‘미나토미라이21’은 “주거지를 만들면 요코하마에는 도움이 안 된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업무지구를 관철하는 것”이라며 “업무지구를 만들어야 취업을 하고, 일을 하고, 돈을 쓰고, 그 돈이 돌아서 지역에 상승효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계획적 개발과 옛 자산 활용
MM21은 1983년 해안부 토지조성 사업(매립)과 토지구획정리사업 등이 시작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요코하마는 요코하마역과 간나이·이세사키쵸라는 두 도심을 항만, JR(일본철도) 화물조차장, 미쓰비시 조선소 등 MM21 사업지가 가로막고 있는 형태였다. 시는 두 도심을 연결하기 위해 대상지 사업자를 설득해야 했다. JR은 민영화 과정에서 자산을 매입했고, 민간 회사인 미쓰비시 조선소는 어려운 일본 조선 경기를 주요 논리로 해 공동 사업자로 끌어들였다.
시는 해안을 매립하고,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해안가에서부터 ▷워터프론트 지역 ▷인터내셔널 지역 ▷프롬나드(산책) 지역 ▷상업 지역 ▷비즈니스 지역 등으로 구분했다. 고도 제한도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지역별로 60~300m로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이 외에도 킹 축, 퀸 축, 그랜드몰 축 등 최대 폭 15m의 보행자 동선 축도 설치했다.
역사적 자산도 활용했다. 시는 과거 요코하마항에 도착해 상품들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였던 건물 2동을 지역의 명물로 탈바꿈시켰다. 바로 붉은 벽돌이라는 뜻의 ‘아카렌가’다. 이곳은 1·2호관이 있는데 각각 1913년과 1911년에 준공됐다. 현재 1호관은 전시장 등 문화시설로, 2호관은 각종 상점과 레스토랑으로 활용된다. 이 두 건물 주변의 광장과 너른 잔디밭은 항구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이나 각종 행사 장소로 사용된다. 이 외에도 1호 독과 퇴역한 니폰마루 범선, 그리고 운행되지 않는 기찻길을 활용해 고품격 산책·러닝 코스를 개발했다.
▮“시장 바뀌어도 계획 유지”
시는 업무지구 개발이라는 애초의 목표에 충실하기 위해 기업 유치를 위한 각종 지원을 단행했다.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땅을 매입해 건물을 짓고 본사를 이전하면 자본 투입액 등에 따라 최대 약 500억 원(50억 엔)을 지원했다. 건물을 임차, 이전하여 들어오는 종업원 50명 이상의 기업도 연 최대 약 10억 원(1억 엔)의 법인시민세를 경감해준다.
이를 통해 닛산자동차가 2009년 본사를 도쿄에서 이곳으로 옮겼다. 소니 야마하 삼성 등도 R&D센터를 비롯한 거점을 짓거나 짓고 있다. 우리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코이카 격인 UR과 자이카도 본사를 MM21로 이전하는 등 지난해 기준 MM21에는 1930여 곳의 사업장이 있다.
요코하마시는 MM21로 2020년까지 누적 약 50조5000억 원(5조5832억 엔)의 직·간접적 경제유발 효과를 냈다고 본다. 지난 6월 기준 MM21은 99% 개발을 완료했는데, 취업자 수는 13만4000명에 이른다.
MM21의 성공이 특별한 점은 60년 전 계획을 지금까지 변경하지 않고 관철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현재 주거 인구가 8900명으로, 60년 전 계획(1만 명)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도시의 자립성을 강화했다. 오히려 이 사업으로 국제회의가 많이 유치됐고, 이것이 MM21 지역과 차이나타운 등 구도심의 관광 자원화로 이어지면서 계획 당시 의도하지 않았던 부가적인 효과도 발생했다.
사단법인 ‘미나토미라이21’ 준 후루키 기획조정부장은 북항 개발을 추진 중인 부산에 ‘이념적 철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역의 독립적인 경제 토대를 만든다는 철학을 관철한 것이 오랜 기간 사업을 꾸준히 유지한 비결”이라며 “시장이 바뀌어도 애초에 세운 마스터플랜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로컬 저널리즘 과정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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