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방사선 피폭 사고 낸 삼성전자, 수사 의뢰 검토”

이병철 기자 2024. 9. 26. 17:2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원안위 회의서 기흥사업장 사고 조사 보고
안전장치 무력화한 배선 임의 조작이 원인
임의 조작 시기와 작업자는 확인 못해
과태료 처분 최대 1050만원 이뤄질 전망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5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일어난 정비작업자 방사선 피폭 사고 조사 결과를 26일 제201회 원안위 회의에서 보고했다. 사고 원인은 방사선 방출을 제어하는 배선의 임의 조작으로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방사선 피폭 사고를 일으킨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 대해 수사 의뢰를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방사선을 발생하는 장치의 배선이 바뀐 게 사고 원인으로 확인됐지만, 배선 변경 경위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안위는 삼성전자에 대해 우선 최대 1050만원 수준의 과태료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임시우 원안위 원자력안전과장은 26일 열린 제201회 원안위 회의에서 ‘삼성전자 방사선 피폭 사고 조사 결과’를 보고하며 “이번 사고에서 원자력안전법 위법 사항 2건이 확인돼 각각 과태료 최대 450만원, 600만원을 처분할 예정”이라며 “이번 조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배선 변경 경위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까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정비작업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되면서 발생했다. 반도체 웨이퍼 표면에 코팅된 성분을 분석하는 X선형광분석기를 고치던 중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손이 방사선에 직접 노출됐다.

피폭 피해자들은 삼성전자 내부 의료실과 아주대 병원을 거쳐 원자력의학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진단 결과, 신체 특정 부위에 대한 피폭 안전 기준인 등가선량 선량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2명 중 1명은 현재까지도 치료를 받고 있으며, 다른 1명은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숙 원안위 위원은 “삼성전자 같은 큰 기업에서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 놀랍다”며 “이번이 국내에서 피폭 사고로는 11번째인데 이제까지는 대부분 영세한 비파괴 업체에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피폭 사고 피해자 중 한 명의 손 상태. 당시 사고에서 정비작업자 2명은 모두 손에 선량한도를 초과하는 수준의 피폭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삼성전자 노조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삼성전자의 사고 보고를 받고 조사단을 파견해 사건 경위 조사에 나섰다. 조사단은 사고 원인으로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도록 방사선 발생 장치의 배선이 임의 조작돼 있던 것을 지목했다. 작업자가 장치를 개방할 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방사선 방출이 멈췄어야 하나, 개방 여부와 관계 없이 상시 방사선이 방출되던 상태로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배선 변경은 스위치 접합 불량을 정비하다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장비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뚜껑을 닫아 밀폐되면 스위치가 눌려야 방사선이 나오는 구조다. 하지만 뚜껑을 닫더라도 스위치가 눌러지지 않자, 이를 해결하려고 하던 중 배선을 변경해 스위치 여부와 관계 없이 방사선이 나오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안위는 배선 변경이 고의로 이뤄졌는지, 정비를 하던 중 우연히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사단이 배선 장치를 누가, 언제 바꿨는지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련 정비 이력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고, 최근 3년간 작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했지만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박천홍 원안위 위원은 이날 “양산 설비는 아무나 손을 못 대는 데, 배선을 바꾼 사람과 시기를 특정하지 못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원안위는 추후 수사 기관에 이번 사고와 관련해 수사 의뢰를 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은 694대의 방사선 발생 장치를 사용하면서도 방사선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방사선안전관리책임자가 2명에 불과하고, 관리감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방사선발생장치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방사선안전관리책임자를 지정하고 관리감독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번 사고를 유발한 장비 점검도 방사선안전관리책임자 또는 제조사가 수립한 적절한 절차를 따랐어야 하지만, 삼성전자는 별도의 절차 마련 없이 작업자들이 임의로 작업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임 과장은 “절차서가 없는 작업은 제조사가 수행하거나, 유사한 절차를 준용해 책임자가 절차를 마련해 작업을 해야 한다”며 “이번 작업은 책임자의 관리감독 없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박천홍 원안위 위원은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제대로 된 작업 절차 하나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원안위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이 원안법에 따른 방사선발생장치 취급 기술기준 미준수, 방사선장해방지조치 미준수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과태료 처분을 할 예정이다. 해당 규정에 따른 최대 과태료는 각각 450만원과 600만원이다. 두 위반사항을 더하더라도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게 부과하는 과태료는 1050만원에 불과하다. 다만 고용노동부가 별도로 조사에 나선 만큼 추가적인 제재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또 원안위는 삼성전자 전사업장에 대한 방사선 발생 장치 전수 조사와 함께 피해자 경과를 확인하고, 시정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방사선 발생 장치 관리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