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무딘 칼' 금리 인하..."내수 부진 당분간 지속된다"
내수 부양 효과 미미...대출금리탓
인하효과 나타나도 3~4분기 후
"내수 부진에 경제 불확실성 커져"
그러나 이번 금리 인하를 통해 이같은 이자 부담 완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선반영된 상태에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1일 인하 결정을 두고 “금융 안정에 대한 고려를 상당한 정도로 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매파적 인하’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채권시장 벤치마크인 3년물 국고채 금리는 금리 인하가 결정된 지난 11일 연 2.947%를 기록하며 전날보다 0.015%p 내렸다. 하락폭이 기준금리 인하폭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이미 1~2회의 기준금리 인하를 미리 반영해 지난해 말부터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정책에 발맞춰 은행들이 가산금리 계속 올리는 것도 통화완화 효과를 제한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 7~8월 사이 22차례 주담대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이달 들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오는 14일부터 주담대 우대금리를 0.05~0.25%p 축소하기로 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장금리, 특히 대출금리가 순차적으로 내려가 경제주체들의 이자 부담을 경감시켜주거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오르며 ‘부의 효과’를 가져와야 한다”며 “가계부채 총량이 많은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금리 인하에 따른 내수 부양 효과는 전자와 후자 모두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등 금리 인하 파급효과가 발생한다고 해도 내수 부양 효과는 내년 하반기에나 가시화될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정책금리의 인하가 소비와 투자를 유의미하게 증가시키는 데에는 약 3~4분기가 소요된다. 통화정책이 단기금융시장, 외환시장 등에는 빠르게 파급되지만 가계, 기업이 직접 영향을 받는 예대금리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통화정책의 파급효과가 약 9~10분기 가량 지속되기 때문에 지난해 2월부터 동결된 3.50%의 고금리는 내후년까지 내수 부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도 더딘 내수 회복세에 경제 성장세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내수 회복세는 아직 더딘 모습”고 강조하며 “지난 8월에 비해 전망(올해 2.4%, 내년 2.1%)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건설투자의 경우에는 신규착공부진지속, SOC 집행 축소 등으로 하방리스크가 다소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2010년 이후로 꾸준히 지속된 내수 부진 문제를 금리 인하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국내 은퇴연령이 60세 전후로 고정된 반면에 기대수명은 2000년대 초반 이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이에 소득이 발생하더라도 많은 부분이 소비보다 저축으로 가야하는 부분이 생기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저출산 등으로 국내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 것도 국내 대신 해외 투자를 늘리는 요인”이라며 “국내의 소비, 투자 등 내수 부진은 여러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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