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스 3세가 밸모럴성에서 향년 96세로 서거한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다.
올해 초 엘리자베스 여왕은 즉위 70주년 '플래티넘 주빌리'를 맞이했다. 이로써 여왕은 영국에서 가장 오래 재위한 군주가 됐다.
현 상황
엘리자베스 여왕이 서거한 순간 왕위는 계승 서열 1순위였던 웨일스의 왕자 찰스에게 넘어갔다.
현지시간 지난 10일 영국 런던 세인트 제임스궁에서 찰스의 즉위식이 열렸고, 그는 영국 국왕 즉위위원회 앞에서 왕으로 공식 즉위했다.
왕의 역할
왕은 영국의 얼굴이다. 그러나 그의 권력은 상징적인 힘에 가깝다. 왕은 정치적으로도 중립을 유지한다.
매일 아침 왕에겐 정부의 일일 보고가 붉은색 가죽 상자에 담겨 전달된다. 중요한 회의의 요약본, 서명이 필요한 문서 등이다.
총리는 매주 수요일 버킹엄궁에서 왕을 만나 정부에서 논의되는 문제들을 왕에게 알리곤 한다.
이런 회의들은 완전히 사적인 것으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에 대한 공식 기록도 남지 않는다.
왕은 의회에서도 여러 역할을 한다.
- 정부 임명 - 총선에서 승리한 당의 대표는 주로 버킹엄궁으로 불려간다. 정부를 구성하라는 명을 공식적으로 받는 자리다. 왕은 총선 전 정부를 해산한다.
- 의회 개회식과 연설 - 왕은 개회식과 함께 매해 의회를 연다. 상원에서 진행되는 연설을 통해 정부 계획들도 전달한다.
- 국왕의 재가 - 의회를 통과한 법안이 효력을 가지려면 반드시 왕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왕이 법안 승인을 거절한 마지막 사례는 1708년이었다.

뿐만 아니라 왕은 각국 지도자들과 외국 대사들, 영국에 머무르는 고위급 인사들을 맞이하는 역할도 한다. 매년 11월 런던 세노타프에서 열리는 종전 기념 행사도 진행한다.
그런가 하면 왕은 56개 주권국과 24억 명으로 이뤄진 영연방의 원수이기도 하다. 이중 '영연방 왕국'으로 알려진 14개 나라에선 군주로도 추대된다.
그러나 지난해 바베이도스가 공화국으로 출범한 이래, 캐리비언 지역의 여러 영연방 왕국 국가들이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찰스 3세의 얼굴은 우표와 지폐 등에 그려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얼굴을 대체하게 된다. 영국 여권에 쓰여진 문구도 '여왕 폐하(Her Majesty)'에서 '폐하(His Majesty)'로 바뀐다.
국가(國歌)의 가사 또한 '신이여 왕을 구하소서'로 변경된다.
왕위는 어떻게 계승되나
현재의 군주가 서거하거나 퇴위하게 되면 순서에 따라 왕위 계승이 이뤄진다. 1차적으로 왕관을 물려받게 되는 적자는 군주의 첫째 자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첫째 아이인 찰스는 어머니의 사망 후 왕이 됐고 그의 아내 카밀라는 왕비 직함을 얻었다.
왕위 계승 규정이 2013년 개정되면서, 더 이상 아들이 계승 순서에서 큰누나를 앞지르지 않게 됐다.
찰스 3세의 적자는 그의 큰아들인 윌리엄 왕세자다. 윌리엄 왕세자는 아버지의 작위인 '콘월 공작'도 물려받았다. 그러나 '웨일스의 왕자' 칭호는 자동으로 부여되지 않았다. 이 칭호는 왕이 직접 물려줘야 한다.
윌리엄 왕세자의 첫 번째 자녀인 조지 왕자는 왕위 계승 서열 2순위다. 그리고 첫 딸이자 두 번째 자녀인 샬롯 공주는 3순위다.
대관식에선 어떤 절차가 진행될까
대관식은 왕이 공식적으로 왕관을 넘겨받는 자리다. 일정 시간, 전 군주를 위한 애도 기간을 가진 뒤 진행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52년 2월 6일, 아버지 조지 6세가 서거한 직후 여왕이 됐다. 그러나 대관식은 이듬해 6월 2일에 열렸다.
여왕의 대관식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 된 첫 대관식이기도 하다. 2000만 명 이상이 이를 시청했다.

지난 900년간 대관식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치러졌다. 정복자 윌리엄이 처음 왕관을 받은 곳도 이곳이다. 찰스 3세는 40번째다.
대관식은 잉글랜드 성공회의 종교적 절차로 캔터베리 대주교가 집도한다.
왕은 '성스러운 기름' 성유를 바르고, 왕실의 상징인 보주와 홀을 받아든다. 행사의 클라이맥스는 대주교가 성 에드워드의 왕관을 찰스의 머리에 얹는 순간이다. 1661년부터 사용돼 온 단단한 금관이다.
이 왕관은 런던탑의 왕실 보석 수장고 정중앙에 놓여져 있다. 오로지 대관식날, 군주만 착용할 수 있다.
왕실 결혼식과 달리 대관식은 국가 행사로 치러진다. 정부가 비용을 내고, 초청객 명단도 결정한다.
다른 왕실 일원들

콘월과 케임브리지 공작 윌리엄 왕세자는 찰스 3세와 그의 첫 아내 다이애나 웨일스 공작부인의 큰아들이다. 윌리엄 왕세자는 콘월과 케임브리지 공작부인 캐서린과 결혼했다. 두 사람 사이엔 자녀가 3명 있는데, 조지 왕자와 샬롯 공주, 루이스 왕자다.
앤 공주는 여왕의 둘째 아이이자 유일한 딸이다. 그는 티모시 로렌스 중장과 결혼했다. 앤 공주는 그에 앞서 첫 번째 남편 마크 필립스 대위와 아이 둘을 낳았는데, 피터 필립스와 자라 틴달이다.
웨식스 백작 에드워드 왕자는 여왕의 막내 아이다. 웨식스 백작 부인 소피 라이스 존스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루이와 제임스 마운트배튼-윈저를 낳았다.
요크 공작 앤드루 왕자는 여왕의 둘째 아들이다. 그는 전부인 요크 공작부인 사라 퍼거슨과의 사이에 자녀 2명을 뒀는데, 베이트리스 공주와 유지니 공주다.
앤드루 왕자는 2019년 버지니아 주프레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다룬 논란의 뉴스나이트(Newsnight) 인터뷰 직후 왕실 공무에서 물러났다. 지난 2월 그는 주프레가 미국 법원에 자신을 상대로 낸 성범죄 민사 소송을 취하시키기 위해 합의금을 지불했는데,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서식스 공작 해리 왕자는 윌리엄 왕세자의 동생이다. 해리 왕자는 서식스 공작부인 메건 마클과 결혼했다. 두 사람은 아치와 릴리벳을 낳았으며 2020년엔 왕실의 고위급 자리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이주했다.
왕실 가족들의 거주지
찰스 3세와 왕비는 버킹엄궁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전엔 영국 런던의 클래런스 하우스와 글로스터셔의 하이그로브에 살았다.
윌리엄 왕세자와 콘월 및 케임브리지 공작부인 캐서린은 최근 런던 서부 켄싱턴궁에서 여왕의 윈저 영지에 있는 애들레이드 코티지로 이사했다.

조지 왕자와 샬롯 공주, 루이스 왕자는 버크셔 애스콧 인근의 램브루크 학교에 재학 중이다.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다.
왕실의 인기
플래티넘 주빌리 당시 유고브(YouGov)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인 62%가 '왕실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22%는 왕실 대신 선출직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2021년 입소스 모리가 실시한 두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5명 중 1명꼴로 '왕실 폐지가 영국에 더 좋은 일'이라는 데 동의했다.
유고브에 따르면 왕실을 인정하는 의견은 지난 10년 사이 감소 추세다. 2012년엔 75%였는데, 올해는 62%로 줄었다.
왕실 지지층 상당수가 노년층인 가운데, 이런 설문조사는 젊은층 사이에서의 결과는 다를 것임을 시사한다.
유고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해인 2011엔 18~24세 시민 59%가 왕실이 계속돼야 한다고 답했는데, 이 수치는 올해엔 33%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