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꺾였지만…여름 끝자락에 통풍 주의하세요

이병문 매경헬스 기자(leemoon@mk.co.kr) 2024. 9. 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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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많이 흘려 탈수상태 되면
혈중내 요산 일정해도 농도↑
맥주·달콤한 주스 많이 마시는
6~9월 평소보다 환자 급증
통풍 환자 80%는 가족력
부모 등 증상 있으면 꼭 검사
요산수치 너무 낮아도 문제
치매 등 뇌질환 위험 높여

폭염이 한풀 꺾였지만 이맘때쯤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질환이 있다. 바로 '통풍(痛風·gout)'이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은 6~9월 때 평소보다 1.5배 많은 환자가 병원을 찾는다. 다량의 땀에 의한 탈수와 함께 맥주나 달콤한 주스의 섭취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맥주는 주원료인 맥주보리가 요산을 생성하는 퓨린(purine)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고, 알코올은 몸 안에서 푸린체를 만드는 반응을 일으킨다. 청량음료도 과당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요산이 생긴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요산을 배출하는 신장 기능이 떨어져 요산 수치가 상승하기 쉬워진다.

또한 땀을 많이 흘려 탈수 상태가 되면 혈중내 요산은 일정해도 몸 안의 수분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요산 농도가 진해져 증상이 악화된다. 혈중에 다 녹지 않은 요산은 결정(結晶)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여름에는 당분을 포함하지 않는 물이나 차로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주는 게 중요하다.

통풍은 알렉산더 대왕이나 나폴레옹, 영국 헨리 8세 국왕 등이 앓아 '왕의 병' 또는 '부자의 병'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통치자들에게서 주로 발생한 이유는 부유한 탓에 고기와 술을 즐겨 먹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식생활이 육류 중심으로 바뀌면서 통풍 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통풍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53만5100명으로 10년 전(30만8728명)보다 약 73% 증가했다.

통풍은 몸 안에 축적된 요산의 결정(덩어리)이 원인이다. 식사나 음주로 푸린체를 섭취하면 간에서 요산이 만들어져 소변이나 대변으로 배출된다. 요산은 혈중에 녹아 있지만 농도가 높아지면 다 녹지 않아 결정체로 혈중에 존재한다. 결정체는 발이나 손가락 마디, 귀 등에 쌓인다. 어떠한 계기로 이 결정이 무너지면 통풍이 발병한다. 면역세포가 무너진 결정을 적으로 간주해 공격을 시작한다. 염증 반응이 일어나 환부가 빨갛게 부어올라 강렬한 통증이 생기는 '통풍 발작'이 일어난다. 혈액 속의 요산이 1㎗당 7㎎을 넘으면 '고요산혈증'이라고 진단한다. 기준치를 초과하면 요산 결정이 쌓이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풍은 검사를 해보면 환자의 약 98%에서 혈중 요산수치가 높은 고요산혈증을 보인다.

통풍 환자의 약 80%는 가족력이 있다. 가족력이 있으면 25세 이전에도 발병하며 이는 전체 환자의 3~6%에 불과하다. 만약 가족 중 한 사람이 통풍이나 혈액검사에서 요산이 정상보다 높다면 다른 가족들도 한 번쯤 혈액검사로 요산의 양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통풍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요산 농도를 측정하고 통풍이 의심되는 관절에서 윤활액을 뽑아내 요산염 덩어리가 있는지 현미경으로 확인한다.

고요산혈증은 최근 비만이나 대사증후군 환자에게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통풍 환자의 약 40%는 대사증후군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통풍은 비만일 때 발병 위험이 높아지지만 마른 경우에도 발병할 수 있다. 항상 바쁘게 살거나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사람은 스트레스 부하가 높아 통풍에 노출되기 쉽다.

이와 함께 요산은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다른 질환의 위험 인자로도 거론되고 있다. 일본 통풍·요산 핵산 학회의 구루이치로 이사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요산 결정은 관절뿐만 아니라 심장 혈관에도 축적돼 염증 반응을 일으켜 혈관질환의 위험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송정수·최상태 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팀이 통풍 환자 90명과 건강한 일반인 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통풍 환자는 혈청 '호모시스테인(homocystein)' 농도가 건강한 사람들보다 눈에 띄게 상승했다. 호모시스테인은 혈관 내피세포 손상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물질 중 하나로 혈액검사를 통해 동맥경화가 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혈청학적 지표다. 특히 신장 기능이 나빠진 통풍 환자는 동맥경화 위험이 더욱 높았다.

그러나 요산은 유해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등 몸에 좋은 기능이 있어 너무 낮은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 유럽에서는 요산이 너무 낮으면 알츠하이머병(치매)과 같은 뇌질환 위험을 높인다며 요산수치를 1㎗당 3㎎ 이하로 장기간 두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통풍 증상은 과일주스나 탄산음료, 시원한 맥주를 마시다 보면 관절 부위가 빨갛게 변하면서 붓고 화끈거리며 열을 동반한다. 주로 무릎과 그 아래 부분, 특히 엄지발가락에서 많이 나타난다. 이는 발가락이 우리 몸에서 가장 온도가 낮고 혈액순환이 안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통풍 통증은 갑자기 발생할 때가 많은데 대개 심한 운동을 하고 난 뒤나 과음, 고단백음식을 섭취한 다음날 아침, 큰 수술 후 발생한다. 통증은 몇 시간 이내 사라지거나 하루나 이틀 정도 이어지기도 하지만 심하면 몇 주간 계속되기도 한다.

통풍은 일단 발생하면 비약물 치료와 함께 이뇨제나 요산 생성 억제제를 사용해 평생에 걸쳐 치료해야 한다. 치료 목표는 혈중 요산 농도를 꾸준히 낮춰 5~6㎎/㎗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다. 비약물 치료로 우선 식생활이나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식사는 등푸른 생선이나 갑각류 등 푸린체가 많은 식품 섭취를 줄인다. 그 대신 퓨린이 거의 없는 쌀·밀가루 등의 소맥류, 김·다시마 등의 해조류, 야채류 등을 먹는 것이 좋다. 고단백 위주 식사를 피하고 절주 또는 금주를 한다. 의식적으로 수분을 섭취해 요산 배출을 촉진한다. 발작(發作)을 반복하거나 요산 수치가 1㎗당 8~9㎎ 이상이 되면 요산강하제를 투여한다. 통풍은 치료를 계속해도 발작을 여러 번 반복하는 사례가 많다. 결정이 없어지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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