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에 5년?” ‘이촌 르엘’ 갈등 보는 건설업계 ‘갸우뚱’

조은임 기자 2024. 10.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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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이 '이촌 르엘(이촌 현대 리모델링)' 공사기간을 2년 3개월 더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업계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근수 이촌 르엘 조합장은 "아파트 리모델링을 사실상 처음 해보는 롯데건설이 준비가 미비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공사비 인상 세부내역을 CM사와 검토해 본 결과 리모델링 공사에는 필요하지 않은 내역이 많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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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공 2년 지났지만 공정률 10.5%… 인허가 지연
선분양 전환에 조합원 중도금 납부해야

롯데건설이 ‘이촌 르엘(이촌 현대 리모델링)’ 공사기간을 2년 3개월 더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업계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준공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으로, 조합원들은 자금·거주 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 생겼다. 기존 후분양이 선분양으로 변경되며 조합원에 중도금 납부를 요구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4월 이촌 현대 리모델링 조합에 당초 내년 2월이었던 준공을 2027년 5월로 미뤄달라고 했다. 2022년 8월 착공했지만 이달 기준 공정률이 10.5%다. 2년이 넘는 기간동안 기초공사도 채 마치지 못한 것이다. 롯데건설은 도급계약서상 공사비를 3.3㎡당 542만원, 총 2727억원에서 각각 926만원, 4981억원으로 올려달라고도 했다. 공사비와 공사기간 모두 조합과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롯데건설은 이촌 르엘 공사현장에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을 내 걸었다.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이 걸린 '이촌 르엘' 공사현장 출입구의 모습./독자 제공

업계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을 위주로 사업을 하던 롯데건설이 애초부터 리모델링과 관련된 사업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수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건설은 2009년 호텔을 아파트로 리모델링한 평창동 롯데캐슬로잔(112가구)을 제외하고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적 없다. 우선 각종 인허가의 지연으로 실제 착공이 2023년 12월에 이뤄졌다. 2021년 6월 광주 학동의 아파트 철거과정에서 붕괴 사고로 인명피해가 나자 건축물관리법이 개정되는 등의 이유로 해체 심의가 강화됐다. 또 지하주차장을 지하2층에서 지하3층으로 변경하면서 설계변경 심의에 시간이 소요됐다. 당초 인허가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현장 관계자는 “대형 단지의 경우 통상 리모델링 공사에 48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본다”면서 “이촌 르엘 공사규모를 생각하면 이제와 2년 3개월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했다. 이촌 현대는 1974년 준공돼 50년이 경과한 단지로, 리모델링이 끝나면 최고 15층, 8개 동, 653가구 규모 단지가 최고 27층, 9개 동, 750가구로 바뀌게 된다.

일각에서는 선분양으로 선회해 조합원이 중도금을 납부하게 된 사안을 두고, 롯데건설의 자금사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합은 약정금 3000억원에 대한 대출을 연장하기 위해 추가적인 연대보증을 롯데건설에 요구했지만 현재 거절 당한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매출액 대비 이자·세전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3.8%에서 올해 상반기 2.9%로 떨어졌다. 또 1년 내 차환해야 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9000억원에 이른다.

김창수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현금유동성 확보 과정에서 총 차입금과 금융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해 세전수익성이 크게 줄었다”면서 “단기적인 차환부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이근수 이촌 르엘 조합장은 “아파트 리모델링을 사실상 처음 해보는 롯데건설이 준비가 미비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공사비 인상 세부내역을 CM사와 검토해 본 결과 리모델링 공사에는 필요하지 않은 내역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지하주차장을 지하 3층으로 늘리는 사안도 롯데건설 측에서는 공사와 함께 인허가를 진행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촌 현대는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선회해 2006년 조합을 설립했다. 하지만 주민 갈등과 글로벌 금융위기, 공사비 인상 갈등 등으로 시공사가 현대건설에서 포스코이앤씨로, 다시 롯데건설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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