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0명 중 7명은 대법원 가도 '꽝'…'선원 구하라법' 상고도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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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직후 고인 앞으로 사망보험금 2억3000여만원과 선박회사의 합의금 5000만원 등 3억원 정도의 보상금이 나왔는데, 50년 넘게 연락을 끊고 살던 80대 친모가 보상금을 가져가겠다고 주장하며 법정다툼이 시작됐다.
김종선씨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2심 판결 후 대법원에 상고를 했는데 16일 만에 기각됐다. 너무 억울하다"며 "어떻게 기각됐는지 궁금해서 대법원에 문의했는데 답변이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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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원 구하라법(선원법·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서영교 대표발의)'은 2021년 1월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목숨을 잃은 고(故) 김종안씨 사망보험금 수급 논란을 계기로 입법이 추진됐다.
사고 직후 고인 앞으로 사망보험금 2억3000여만원과 선박회사의 합의금 5000만원 등 3억원 정도의 보상금이 나왔는데, 50년 넘게 연락을 끊고 살던 80대 친모가 보상금을 가져가겠다고 주장하며 법정다툼이 시작됐다.
2심 법원이 지난해 8월 친모가 사망 보험금을 받을 권한이 있다는 판결을 내리자, 고인의 누나인 김종선씨 등은 국회를 상대로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지난해 12월20일 '선원 구하라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7월부터 '선원 구하라법'이 시행됨에 따라 유족은 양육 책임을 지지 않은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보험금 등 지급 제한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사건 당사자인 김종선씨는 법안이 통과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30일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에 따라 법안을 적용받지 못하게 됐단 것이다. 50년 넘게 연을 끊었던 친모는 3억원을 챙겼다.
김종선씨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2심 판결 후 대법원에 상고를 했는데 16일 만에 기각됐다. 너무 억울하다"며 "어떻게 기각됐는지 궁금해서 대법원에 문의했는데 답변이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대법원에 다시 재심이 되느냐고 물어도 안 된다고 하더라. 법안이 통과한 후에도 알아봤는데 소용 없었다"며 "1심부터 다시 해봐야 하나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이 지난해 민사본안 사건 가운데 71.4%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한 것으로 나타났다(소송남용인 사건 제외). 10명 중 7.1명의 사건 당사자가 이유도 모른 채 상고를 기각당했다는 의미다. '선원 구하라법' 입법 추진의 계기가 된 고(故)김종안씨의 사건도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돼 법안을 적용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해 민사본안 사건 1만2381건(이하 소송남용인 사건 제외)을 처리했는데, 이 중 8727건(70%)을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리불속행이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사건에서 상고이유가 헌법이나 법률, 대법원 판례에 위반되거나 중대한 법령 위반에 관한 사항 등을 포함하지 않아 상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심리불속행 결정은 대법원의 재량으로 기각 사유를 밝히지 않아 소송당사자는 이유를 모른 채 패소 소식을 접하게 된다.
재판연구관에 따라 기각 여부가 결정되는 심리불속행제도는 실질적인 재판권 박탈로 이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심리불속행 기각률은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꾸준히 7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심리불속행 기각 처리에만 평균 3개월이 걸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0년 초반 50~60%대였던 심리불속행 기각률이 최근 높게 유지되는 이유는 최근 상고사건이 갈수록 늘어나는데도 법관 수는 늘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법관 1인당 사건 처리 수는 대법원 3305.2건, 고등법원 98.9건, 지방법원 495.1건이다.
서영교 의원은 "재판받을 권리는 헌법이 인정한 권리다. 재판의 효율성을 위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돼선 안 된다"며 "국민들이 재판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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