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대화가 최고의 안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금 남북은 군사적 충돌의 일보직전까지 왔다"며 "대화가 최고의 안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4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17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 나서 이같이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 심은 10·4 정상선언이라는 소중한 나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르는) 11년의 긴 단절에도 시들지 않는 평화의 나무로 자랐다"며 "10·4 정상선언은 문재인 정부에서 더 발전된 합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돼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더욱 활짝 꽃을 피울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더 진도를 내지 못했다"며 "하노이 노딜의 복병과 장기간 국경이 봉쇄되는 코로나 팬데믹의 암초를 만나면서 평화는 불가역적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고, 평화경제의 꿈도 중단되고 말아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남북 간 군사적 충돌로 죽거나 다친 국민이 한 명도 없었다. 대화가 최고의 안보라고 하는 첫 번째 이유"라며 "한반도 리스크가 사라지며 국가 신인도와 함께 국민소득 등 각종 경제 지표가 크게 상승했다. 대화가 최고의 안보라고 하는 두 번째 이유"라고 했다.
또 "지금 우리는, 평화 대신 대결을 추구하는 정부가 또다시 국민소득을 후퇴시키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지수와 언론자유 지수, 의료와 복지 수준, 국민안전과 국가청렴도 등의 지표에서도,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 이뤘던 상승이 지금 다시 추락하는 현실을 우리가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반도 상황에 대해 "매우 위태롭다. 한국전쟁 이후 최악의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문 전 대통령은 "확성기와 전단지, 오물 풍선을 주고받으며 지금 남북은 군사적 충돌의 일보직전까지 왔다. 실로 위험천만한 국면"이라며 "'적대적 두 국가론'과 '자유의 북진'이라는 흡수통일론은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와 같다. 남북이 다시 군사적으로 충돌한다면 우리 민족 모두에게 공멸의 길임을 직시해야 한다. 전쟁은 모두를 죽이고 모든 것을 파괴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위기 국면을 타개할 묘수는 따로 없다"며 "대화에 나서는 길 밖에 다른 길이 없다. 역사적 경험으로 확인되듯이, 대화를 멈추고 관계가 단절될 때 북한은 더욱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매달렸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가장 위기일 때가 대화의 적기"라며 "북한은 핵과 미사일에 매달리는 무모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당면한 위기가 충돌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남북한은 서로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윤석열 정부를 향해 "우리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리는 신냉전에 편승하거나 대결 구도의 최선두에 서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하야 한다"며 "한미동맹을 튼튼히 하면서 국익을 최우선에 두는 균형외교로 스스로 평화의 길을 찾고, 더 나아가 평화의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의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고 언젠가 북미대화가 재개될 때, 지금처럼 우리가 대화를 외면하고 대결 노선만 고집하다가는 대화국면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소외되고 또다시 한반도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는 처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환영사에 나선 김동연 경기도 지사는 "경제통일의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17년 전 노무현 대통령님의 10·4 선언은 단순한 공동선언이 아닌 '평화경제' 선언이었다"며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제2 개성공단 같은 구체적 구상과 비전이 담겼다. 이 자리에 계신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발표하셨던 '신(新)경제지도'는 환동해권과 환황해권을 양 날개로 하는 '평화경제'의 실행 전략을 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비전과 철학을 이어받아 경제통일의 길을 열겠다"며 "'경제통일'은 남북 간 대화와 신뢰를 기반으로 상품, 자본, 기술, 사람의 교역과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로간의 이해를 높이면서 상호 번영의 틀을 만들고 경제 교류·협력을 바탕으로 동북아와 북방으로 우리의 경제영토를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통일'은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정착시키는 든든한 뿌리가 될 것이며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최대 접경지를 품고 있는 경기도,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을 견인하는 경기도의 지사로서 세 분 대통령(김대중·노무현·문재인)의 뜻을 잇겠다"고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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