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물가 이게 맞아?”...만족도 순위서 뚝 떨어졌다는 그 곳 [여프라이즈]
제주 2년 사이 만족도 60점 하락
성심당 앞세운 대전은 55점 상승 눈길
◆ 여름휴가 만족도 조사란 =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016년부터 매년 9월 2만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조사다. 올해는 1박 이상 국내 여름휴가(6월~8월)를 다녀왔다고 응답한 1만7052명에게 주 여행지가 어디였는지, 그 지역에 ‘얼마나 만족했는지(만족도)’와 ‘추천할 의향이 얼마나 있는지(추천의향)’를 묻고 종합만족도를 산출해 16개 광역시도별(세종시 제외)로 비교했다. 만족도, 추천의향과 별도로 각 지역의 ‘여행자원 매력도’와 ‘여행환경 쾌적도’ 10개 세부 항목에 대해서도 평가하도록 해 각 시도별 종합만족도 등락 원인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한 것도 특이사항이다. 세부 비교 항목은 ‘여행자원 매력도’ 측면 5개(△쉴거리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살거리)와 ‘여행환경 쾌적도’ 측면 5개(△청결·위생 △편의시설 △물가·상도의 △안전·치안 △교통환경). 컨슈머인사이트의 데이터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빅데이터센터구축사업을 통해, 한국문화정보원 문화빅데이터플랫폼 마켓C https://www.bigdata-culture.kr/에서도 공개되고 있다.
가장 먼저 이변의 주역. 뭐, 시원하게 만족도 1위부터 알려드린다.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719점으로 첫 1위를 차지한 곳, 강원이다. 부산이 715점으로 2위였고, 경상북도와 전라남도는 710점으로 공동 3위에 올라 눈길을 끈다. 서울(702점, 5위), 경상남도(698점, 6위), 제주도(697점, 7위), 전라북도(690점, 8위), 울산광역시(688점, 9위)순이다. 총 9개 시도가 평균을 상회해 만족도 평가에서 사실상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다.
전체 평균 만족도는 688점이다. 전년 대비 7점 하락한 결과다.
특히 많이 하락한 곳은 대구시(-31점), 제주도(-25점), 경상남도(-23점), 부산시(-20점)등이다. 강원도(-16점)의 하락폭도 컸다. 상위 9개 지역의 만족도가 모두 하락했는데 이는 ‘초초긴축 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놀랍게 돌연변이도 있다. 대전시의 독보적 상승 폭(+55점)이다. 무려 55점 껑충 뛴게 경이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강원의 도약이다. 여행자원 5개 항목 모두 3위 안에 들었으니, 최강라 평가할 수 있다. 강원도가 1위에 오른 것은 2016년 조사 시작 이래 처음이다. 전통의 여행지 답게 매년 최상위권(2, 3위)을 유지해 왔지만, 매번 제주도에게 고배를 마신다. 그야말로 지긋지긋한 ‘2위 징크스’다. 제주도가 4위로 내려앉은 작년엔 부산에게 단 1점차로 무릎을 꿇었다. 강원은 여행자원 매력도 측면(4위), 그 중 쉴거리(2위), 놀거리(4위), 볼거리(5위) 항목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지만 여행환경 쾌적도 측면에서는 중하위권(10위)에 머물러 대조를 이뤘다.
제주의 몰락도 눈길을 끈다. 2년 사이 만족도 60점이나 내려앉았다. 제주도는 2022년 7년간 부동의 1위였으니, 충격이 더 크다. 작년 4위로 내려앉은데 이어 올해는 7위로 밀려나 버렸다. 여행자원 매력도에서는 3위로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여행환경 쾌적도에서 취약하다는 평가다.
특히 제주의 발목을 잡은 건 물가·상도의 항목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최하위로 평가됐다.
여행자원 중 먹거리 항목의 평가가 2019년~2022년 3위에서 작년 5위로, 올해는 6위로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고물가, 바가지 논란이 제주도 여행에 끼친 악영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조사의 하이라이트는 대전의 퀀텀점프다. 만족도 +55점. 한마디로 비약적 상승이다. 일명 ‘노잼도시(재미없는 도시)’로 통하던 대전의 반전은 눈부시다. 대전은 지난 8년 동안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꼴찌(16위)였지만 올해 6계단을 뛰어올라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특히 작년 10위권 밖이던 여행환경 쾌적도에서 2위로 약진했는데 세부 항목 중 물가·상도의와 청결·위생 항목에서 모두 1위 평점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여행자원 매력도에서도 먹거리, 살거리 항목에서 상위권(각각 4위)에 올랐다. ‘빵의 도시’를 테마로 한 관광 진흥 전략이 유행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여행 트렌드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4. 서울 부산 관광도 빨간불
서울·부산. 양대산맥은 여행자원에 비해 여행환경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과 부산은 여행자원 매력도에서는 선두(각각 1위, 2위)를, 여행환경 쾌적도에서는 꼴찌(각각 16위, 15위)를 다퉜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부 항목별로 먹거리, 놀거리, 살거리에서 최상위권이었지만 공교롭게 청결·위생, 교통환경은 함께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자연보다는 대도시에 즐길 콘텐츠가 더 많다는 시대 흐름과 함께 교통, 치안, 상도의 등 대도시의 고질적인 환경 인프라 문제가 드러난 결과라는 지적이다.
경북은 고르게 양호한 평가를 받고 있다. 경상북도는 작년보다 3계단 상승해 3위를 기록했다. 여행자원 매력도 6위, 여행환경 쾌적도 4위였으며 세부 항목별로도 특별히 처지는 것 없이 고른 평가를 받았다. 안전·치안과 청결·위생은 최상위권이었으나 먹거리와 물가·상도의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여름휴가지 점유율에서도 강원도(25.4%)는 압도적 1위에 올랐다. 각각 10% 미만에 그친 제주도(8.7%), 경북(8.5%), 전남·부산·경남(각각 8.2%) 등 2위 그룹의 3배 수준이다. 증가한 지역은 서울을 중심으로 동부권(강원)과 동남권(대전·대구·부산) 라인이라는 특징이 있다. 여행의 핵심 콘텐츠가 자연에서 도시 문화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년 점유율과 비교해 강원도는 0.8%p 증가한 반면 제주도는 0.9%p 감소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주례여행조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대로 최근 1, 2년간 제주도 여행 관심도와 계획 점유율 하락분 만큼 ‘강원도’로 이동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제주도가 보이는 모든 소비자 지표는 제주여행의 감소와 만족도 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제주도로선 암울한 전망이다.
6. 제주도 대신 일본? 이젠 강원도 간다
제주도의 몰락 뒤에는 수혜지역이 있다. 예전에야 일본이 대체제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강원도로 그 축이 바뀌고 있다. 식비마저 줄이는 초초긴축 여행 풍토에서 강원도는 양과 질 모두 제주도에 압승을 거둔 상황이다. 강원도의 경쟁 우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을 만년 최하위의 ‘노잼도시’에서 ‘살잼(살거리+재미) 도시’, ‘먹잼(먹거리+재미) 도시’로 바꾼 핵심에는 ‘성심당’이 있다. 빵 하나가 대도시를 살릴 수도 있고, 제주도 처럼 비계삼겹살 한 점이 여행의 성지를 망칠 수도 있다. 초초긴축여행의 먹거리가 빚어낸 초연결 시대의 현상이다. 최근 해외여행지로 일본이 각광받는 이유와 대전이 뜨는 이유는 거의 판박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러 여행가는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반듯한 먹거리, 살거리 하나가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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