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하자드 RE:4 "게임 취향까지 개조해버린 갓겜"

출시 이전 미디어 선공개 단계부터 극찬 일색으로 게이머를 설레게 한 캡콤의 바이오하자드 RE:4가 24일 출시됐습니다. 2005년 출시된 원작 바이오하자드4 자체가 워낙 명작인지라 출시일만을 손꼽으며 기대하던 팬들이 많았죠.
평론가와 대중의 감상이 늘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너티독의 라스트 오브 어스2처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일도 제법 있는데요. 그럼에도 전문가들에게 호평받는 게임은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특출난 점은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명작이라 불리는 예술 작품이 그저 존재만으로 감동과 경이, 심지어 정신적 충격까지 불러 일으키는 것처럼 게임을 평가하는 잣대 또한 본질적으로는 유사합니다. 시리즈에 대한 지식 등 여타 전제 조건 없이도 게임의 핵심인 '재미'는 반드시 플레이어에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사실 기자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와 같은 서바이벌 호러 게임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웰메이드 게임은 취향을 개조하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진 못했죠. 과연 취향과 상관 없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지, 바이오하자드 RE:4, 직접 플레이해 봤습니다.
장르: 서바이벌 호러
출시일: 3월 24일
개발사: 캡콤
플랫폼: PC, 콘솔
■ "어디까지 재밌어질 참이냐" 박진감 넘치는 전투 시스템

원작인 바이오하자드4는 여러모로 혁신적인 게임이었습니다. 특히 3인칭 기반의 숄더 뷰 시점과 조준 시 클로즈업을 도입해 다수의 TPS 게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유명한데요. 호쾌한 액션과 다채로운 무기 활용, 화폐를 이용한 업그레이드 및 매매 시스템 등 기존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와도 결이 다른 색다른 재미로 호평받았죠.
바이오하자드 RE:4는 원작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전투 시스템에 볼륨을 덧붙여 더욱 풍성한 플레이 경험을 선사합니다. 원작에서 기본 전투 패턴이었던 총+발차기는 여전히 건재하나, 신규 추가된 나이프 액션 패링과 은신도 활용할 수 있죠.
무지성 총+발차기 콤보를 막기 위해 헤드샷으로 스턴 상태에 빠진 적에게만 밀리 액션인 발차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즉사에 가까운 큰 대미지라는 리턴을 확실히 부여했죠. 한편 전투 패턴 다양화를 위해 RE:2에서 사용됐던 '디렉터' 기능을 적용했는데요. 플레이하다 보면 주로 사용하지 않는 총기 탄약 위주로 드롭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총기 액션 또한 디테일이 살아있습니다. 소총을 비롯한 일부 총기에 관통 성능이 존재하는데요. 관통 효과가 있어야만 대미지가 유효하게 들어가는 적이 있는가 하면, 관통된 총알에 맞은 애슐리가 리타이어되는 웃픈 일도 발생합니다.
적들의 약점이나 패턴도 다양해졌습니다. 기본적인 가나도들은 헤드샷이 공통적인 약점이지만, 플라가가 깨어나 변이 한 가나도의 경우 종류에 따라 약점이 달라집니다. 특히 연구소 냉동실에서 마주치는 실험체 레헤나라도르가 그렇습니다. 열 감지 스코프로 식별 가능한 체내의 플라가를 전부 파괴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재생되죠.
■ 편의성 대폭 개선한 밀도 있는 게임 플레이

레벨 디자인은 기존 바이오하자드4에서도 호평받았습니다. 안보 야스히로 총괄 디렉터가 제작 당시 메트로배니아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바이오하자드 RE:4는 전체적으로 맵이 촘촘하고 유기적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챕터가 진행되면서 들렀던 장소를 재방문해, 당시에는 풀 수 없었던 퍼즐이나 진입할 수 없었던 공간을 탐험하게 유도합니다. 게임 진행 상황을 반영해 지형이나 건물 구조가 변경되거나 새로운 적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퍼즐 요소는 고난도의 조작을 요구하거나 먼 거리를 이동하게 만드는 등 피로도를 높일 만한 요소를 대폭 줄였습니다. 대부분 해당 퍼즐 근처에서 힌트나 필요한 파츠를 획득할 수 있죠. 문서 형태의 힌트라면 열람 시 인벤토리에 자동 저장되기 때문에 잊어버렸다고 멘붕에 빠질 필요는 없습니다.

명성이 자자하던 애슐리의 AI는 여전합니다. 출시 전 공식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바하 명작극장 '이상한 마을의 레온'에서도 애슐리는 시도 때도 없이 납치되곤 하죠. 난전 한복판에서 주저 앉아있다 납치되거나 눈 먼 공격에 맞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깝깝해집니다. 이쯤 되면 캡콤도 짐순이, 짐슐리를 애슐리의 아이덴티티로 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루이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애슐리보다 똑똑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사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을 스턴 상태로 만들거나 어그로를 끌어주는 등 전투 상황에서 톡톡히 활약합니다. 아무래도 민간인 여성과 성인 남자의 차이가 아닐까 싶네요.
■ 원작의 허술한 개연성을 보완한 연출과 내러티브

사실 요즘 나오는 게임 중 아쉬운 그래픽으로 지적받는 게임은 거의 없다시피 하죠. 바이오하자드 RE:4 역시 리메이크답게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매끄럽고 준수한 그래픽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게임 진행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색채였는데요. 세피아 톤으로 시작해 점점 주홍빛으로 물들고 이윽고 어두워지는 것이 시간의 흐름, 스토리 진행과 맞물려 더욱 깊은 몰입을 선사합니다. 연구소에 진입하는 후반부는 전체적으로 창백한 푸른색과 회색 위주로 음울함을 자아내죠.
컷신 연출 또한 필요한 장면 위주로 콤팩트하게 짜여 있습니다. 섬세하게 인물의 감정선을 살리되 낭비하거나 늘어지는 부분이 없죠.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작중 인물의 행동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원작에서 다소 부족했던 서사와 개연성을 보충하기 위한 연출이 많았는데요. 레온의 내면 묘사나 크라우저의 관계, 전작에 비해 컴패니언으로 비중이 대폭 증가한 루이스 세라 등이 그렇습니다. 스토리라인 자체는 원작을 따라가지만 더욱 탄탄하고 매끄럽게 보완한 것이죠.
원작이 원작이니만큼 납치와 구출 일변도에서 아예 벗어날 순 없었지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유려한 진행 덕분에 기분 좋은 이입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다만 쌈마이스러운 B급 액션 감성을 사랑한 원작 팬 분들이라면 조금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 리메이크의 한계를 뛰어 넘은 '갓겜'

보통 리메이크작은 원작의 재미 요소를 생략하거나 원작을 답습하는 것에 그쳐 아쉬움을 사는 일이 많습니다. 부족한 볼륨으로 지적받은 바이오하자드 RE:3이나 원작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을 받은 너티독의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이 그렇죠.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원작의 재미 요소들을 빠짐없이 구현함과 동시에 취약점 보완까지 해낸 바이오하자드 RE:4가 고평가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워낙 원작 바이오하자드4 자체가 그래픽을 제외하면 10년이 지난 지금 플레이해도 재미있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탁월한 게임성을 자랑했으니까요.

깔끔하고 현대적인 그래픽, 원작 특유의 재미 요소, 더욱 스릴 넘치고 짜릿해진 액션까지.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욕심쟁이처럼 꾹꾹 눌러 담은 바이오하자드 RE:4는 그야말로 '갓겜'이라는 칭호가 부끄럽지 않을 게임입니다. 특히 잘 만들어놓고 최적화에서 발목이 잡히곤 하는 다른 신작 게임들과 달리 PC 최적화도 매우 준수하죠.
게임은 특히 취향 따라 평이 극명하게 갈리는 장르입니다. 그러나 바이오하자드 RE:4는 취향 아닌 사람까지 멱살 잡고 끌고 가는 웰메이드 게임이라 감히 말씀드립니다. 기자 또한 반신반의하며 게임을 실행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플레이했거든요. 이번 주말은 김레온과 함께 시크릿 에이전트가 되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1. 풍성한 볼륨과 강화된 액션
2. 기존 시리즈 오마주 등 원작 재미 보존
3. 대폭 개선된 편의성과 개연성
1. 생각보다 까다로운 난이도
2. 귀엽지만 여전히 짐덩어리인 애슐리
3. 내구를 아무리 강화해도 금새 박살나는 나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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