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은 사라졌지만 독특한 장례문화는 남았다

진해 연도 여자 상여 소리 4과장 솔섬에 도착해 장지까지 상여를 메고 가는 과정. /경남도민일보 DB

여성 중심의 전통 장례 풍습인 '연도 여자 상여소리'가 공연 형식으로 관객을 만난다. 15일 오후 3시 진해야외공연장 무대에 오르는 <연도마을 꽃상여>를 통해서다.

연도는 창원시 진해구 연도동 부산과 거의 경계에 있는 작은 섬이다. 지금은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부두 조성으로 바다가 매립돼 근처에 있는 송도(솔섬)와 함께 육지와 연결됐다. 한때 수백 명이 살았던 연도마을 1995년 시작한 신항만 공사로 텅 비었다. 지금 마을 사람들은 모두 흩어졌고, '연도'란 지역 명칭마저 희미해지고 있다.

연도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던 곳이다. 선사시대인이 먹고 버린 조개 껍질이 퇴적돼 이뤄진 패총과 불을 땐 흔적인 적석유구가 발견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조선 전기인 1452년 고려 시대를 편년체로 정리한 역사서 <고려사절요>(1452)를 보면 고려 원종 4년(1263) 때 연도에 왜구가 침입해서 주민들 재산을 약탈한 기록도 있다. 1469년에 편찬한 지리서 <경상도속찬지리지>(1469)에도 연도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연도는 전체 면적이 0.53㎢, 해안선 길이가 2.7㎞로 작은 섬이다. 섬에 계속 묘지를 심는다면, 삶터가 잠식될 정도다. 이웃 작은 섬인 수도(물도)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두 섬은 가까운 무인도 송도(솔섬)를 마을 공동묘지 식으로 이용했다.

연도에는 여성이 주도하는 독특한 장례문화가 있다. 성리학이 주류가 된 조선 시대부터 장례는 지극히 남성 중심적인 의례였다. 여성은 음식을 마련하거나 상여를 옮길 때 그저 그 뒤를 따르며 곡을 하는 등 소극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연도에서는 여성들이 상여를 메고, 상여소리를 하며 연도에서 묘지가 있는 솔섬까지 상여를 옮겼는데, 이것이 '연도 여자 상여 소리'란 독특하면서도 고유한 전통문화로 이어졌다.

2014년 11월 양산 상북면 대석리 물안뜰 마을에서 재현된 '상여소리와 행상' 행사에서 만장과 운구 행렬./경남도민일보 DB

연구자들은 연도에서 여성 중심 장례 문화가 완전히 정착된 시기를 일제강점기 말기로 본다. 1939년 7월 일제는 '국민징용령'을 내린다. 그리고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하며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면서 경제 수탈과 함께 인적 수탈도 심해진다. 작은 섬 연도에 사는 젊은 남성들도 이를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나마 남은 나이 지긋한 남성들은 생계를 위해 고기잡이를 하러 떠났기에 대부분 마을을 비웠다. 그래서 섬에서 누가 죽으면 어쩔 수 없이 여성들이 나서서 장례를 치러야 했다. 기록상으로는 1943년 '덕명씨 부친상' 때부터 여성들이 직접 상여를 메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전정효 전 경남문화재단 대표이사가 1992년 마산MBC(현 MBC경남) 기자 시절 발간한 경남 노동민요 취재기 <구야구야 지리산 갈가마구야>에서 당시 연도마을 주민 윤필선 할머니는 이렇게 증언했다.

"일제 말기 때 힘깨나 쓰는 젊은 남정네들은 징용으로 붙들려 갔뿌리고, 나이가 든 남자들은 고깃배 따라 멀리 바다로 나가 섬을 비우는 날이 많아서 섬에는 여자들만 있었지요. 남자라 해봤자 육칠십이 넘은 늙은이들만 남았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여자들이 상여를 매게 되었습니더."

지난 11일 〈연도마을 꽃상여〉를 준비한 이들이 공연을 앞두고 진해문화원에 모였다. 왼쪽부터 정미희 진해문화원 사무국장, 정동찬 연도여자상여소리전통상례보존회장, 박상아 예술in공간 총괄기획단장. /백솔빈 기자

진해문화원은 1984년부터 연도에 전해지는 여성 상여소리를 발굴하고 보존·전승해왔다. 2021년 3월에는 진해문화원 부설로 연도여자상여소리전통상례보존회가 결성됐다.

이번 공연은 박상아 예술in공간 총괄기획단장이 보존회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독특한 여성 상여소리의 원형을 전승하면서도 대중이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발전시키려는 취지다. 동시에 국가 차원 무형유산으로 인정 받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공연은 무료다. 문의 055-602-1131.

/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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