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과 함께 ‘한글런’...일제시대 잃어버린 자음 달고 7000명이 뛰다

2024. 10. 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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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의미 담은 5.15㎞·10.9㎞ 코스
세종시·계룡시·속초시 등 전국서 참가
기록 측정 없어 즐기며 마라톤 만끽
지난 9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호수공원에서 ''2024 션과 함께하는 한글런'' 행사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10.9㎞ 코스를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시민 7000여 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코스는 한글날을 상징하는 10.9㎞와 세종대왕 나신 날 의미를 담은 5.15㎞로 구성됐다. 세종=임세준 기자

제578돌 한글날인 9일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호수공원은 아침부터 한글 디자인의 티셔츠를 입은 이들로 북적였다.

한글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세종특별자치시와 코리아헤럴드 헤럴드경제, 세종시문화재단, 국립한글박물관이 공동 주최한 ‘2024 션과 함께하는 한글런’ 행사는 시작전부터 국악트롯그룹인 ‘서일도와 아이들’, LG트윈스 치어리더들의 사전공연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가수 션은 이날 일반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면서 검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눈길을 끌었다. 검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이유를 묻자 션은 “‘나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의미로, ‘션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온도 1도 올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연탄 봉사를 시작하면서 대한민국 온도를 1도 올리려는 한명한명의 따뜻한 마음이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아내, 아들과 함께 참가하기 위해 충남 계룡시에서 6시반에 출발해 대회장에 도착했다는 김동선(41)씨는 “평소 가족들과 산책을 하다가 같이 뛰면 좋겠다 싶어서 마라톤 대회에 처음 신청하게 됐다”며 “5.15㎞ 코스를 뛰는데, 세종대왕 탄신일이 5월15일인 줄 이번에 참가 신청을 하면서 알게 됐다”고 멋쩍어했다.

세종 글벗중학교 3학년인 윤지환(16)군은 친구 5명과 같이 출발 전 스트레칭에 열심이었다. 윤 군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회가 열린다는 걸 알게 됐고, 배드민턴 전국 대회 출전을 앞두고 배드민턴부 친구들과 이날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고 잔뜩 신난 표정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조깅 동호회의 한 회원은 “매월 정모를 갖고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한글 창제의 의미를 곱씹어보기 위해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출발에 앞서 개회식 무대에 오른 가수 션은 인사말 외에 예정에 없던 공연으로 행사장의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오빠차’, ‘전화번호’, ‘말해줘’ 등 션의 무대가 이어지자 참가자들은 팔을 뻗어 호응하면서 행사장의 열기는 달아올랐다.

이날 대회는 기록을 측정하지 않았던 만큼 아이를 앞에 안고 참여한 젊은 엄마,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 휠체어를 타고 코스에 나온 중년 남성, 반려견과 같이 참가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호수공원 코스를 따라 흰색 티셔츠를 입고 뛰는 참가자들의 행렬이 장관을 이뤘다.

출발한 지 30분도 안돼 5.15㎞ 코스 선두 주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골인지점을 앞두고 일부 참가자는 걷기도 하면서 이날 행사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완주를 위해 아내에게 “다왔다”고 응원하는 남편, 일행의 응원에 ‘V’자로 답하는 참가자, 손을 꼭 잡고 같이 보조를 맞추는 젊은 커플, 마지막 스퍼트를 내는 건각의 참가자들 등 다양한 모습이 연출됐다.

골인 지점에는 세종시자원봉사센터에서 나온 봉사자 100명이 생수와 빵, 바나나를 나눠 주며 완주자들을 챙겼다. 이날 봉사에 나온 김춘성(여·69)씨는 “세종에서 이런 대회가 앞으로 계속 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아들과 함께 뛴 도준환(37)씨는 5.15㎞ 코스를 28분에 완주했다. 청주사랑철인클럽 회원인 도 씨는 “철인3종 대회 출전을 위해 1년 정도 준비했는데, 오늘은 아들과 같이 뛰다보니 기록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다음 대회 때는 10㎞ 코스에 같이 출전할 생각”이라고 웃어보였다.

아내와 7개월 된 아기와 같이 나온 이광석(38)씨는 “평소 일주일에 2번 정도는 마라톤을 위해 연습을 한다”며 “마라톤을 하려면 늘 세종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하는데 이번에 세종에서 열려서 좋고, 앞으로도 계속 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완주 후 기념품을 들고 인증샷을 찍고 있던 이슬(33)씨는 “평소 호수 공원 주변으로 4㎞ 연습을 해 왔던 터라 오늘 5㎞ 코스에 참여했다”며 “10년 전 이후로 마라톤 대회는 처음인데 보통 강을 끼고 이런 코스들이 많은데 이렇게 호수를 끼고 달리는 코스는 처음이라 새로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이날 참가자들은 모두 한글 디자인의 티셔츠를 착용하고 대회에 참여했다. 이 디자인은 평소 한글에 관심이 많았던 영원무역·영원아웃도어 성기학 회장과 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강형원 사진기자가 일제시대 사라진 순경음에 대한 아쉬움에 공감하고, 이를 알리고 복원하기 위해 순경음(훈민정음 제정 당시 쓰인 자음으로, 입술을 거쳐 나오는 가벼운 소리. 순음 아래 ‘ㅇ’을 이어 씀) 자음 4자(ㅂㅇ, ㅁㅇ, ㅍㅇ, ㅃㅇ)와 반설경음 ‘ㄹㅇ’이 포함된 한글 티셔츠를 제작했다. 이태형 기자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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