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 바다는 늘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처럼 느껴지기 쉽다. 차창 밖으로 스며드는 햇살, 부산항을 오가는 배, 해변을 따라 늘어선 고층 빌딩들. 하지만 속도를 줄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부산 해파랑길 1코스는 바로 그런 길이다.
오륙도해맞이공원에서 출발해 해운대 미포에 닿기까지 약 18km. 바다와 숲, 절벽과 도심이 이어지는 이 트레킹 코스는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부산을 진짜로 느끼게 해주는 여정이다.
이기대 해안산책로

해파랑길 1코스는 부산의 동남쪽 끝자락, 오륙도해맞이공원에서 시작된다. 처음 마주하는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부산이 품은 절경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풍경을 자랑한다.
왼편엔 울창한 숲, 오른편엔 거센 파도가 부딪히는 절벽. 그 사이 나무 데크가 길게 이어지며 걷는 이의 발걸음을 인도한다.
걸을수록 귓가엔 파도 소리와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섞여 들리고, 눈앞엔 시시각각 다른 색을 품는 바다가 펼쳐진다.

특히 광안대교가 등장하는 순간은 이 길의 백미다.
걷는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광안대교는 카메라를 꺼내게 만드는 풍경 그 자체. 부산의 상징을 가장 특별한 방식으로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이다.

이기대를 지나면 트레킹은 점차 도심의 품으로 들어선다. 광안리해변을 지나 동백섬으로 향하는 길은 훨씬 평탄해지고, 여유로운 분위기로 바뀐다.
동백섬 해안산책로는 자연과 도심이 공존하는 구간으로, 가족 단위 여행자들도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주변 풍경에 고층 건물이 점점 많아지고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하면, 어느새 해파랑길 1코스의 마지막 지점인 해운대 미포에 도착한 것이다.

부산 해파랑길 1코스의 진짜 매력은 그 다양성에 있다. 초입의 절벽과 숲, 해안선이 선사하는 자연미에서부터, 점차 도심 속 활기로 바뀌는 흐름까지. 이 18km의 길은 마치 도시와 자연 사이를 오가는 한 편의 여정처럼 펼쳐진다.
지루할 틈이 없는 이유는 구간마다 풍경과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낯선 여행지를 걷는 듯한 이기대의 절벽길, 부산의 일상을 느낄 수 있는 광안리와 동백섬, 그리고 여행의 끝에서 마주하는 해운대의 활기까지. 하루 만에 부산의 다채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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