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메모리 위기론]②메모리 피크아웃, 변수는 CXMT와 스마트폰 수요

HBM 공급 과잉, 메모리 피크아웃 등 한국 메모리 산업이 직면한 다양한 도전과 변수들을 분석합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공장 내부 /사진 제공=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피크아웃(하락전환)' 경고음이 증폭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외에 일반 서버와 스마트폰, 개인용컴퓨터(PC)에 탑재되는 범용 메모리의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여러 요인들이 부각되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는 범용 D램은 스마트폰과 PC 등 전방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메모리 기업의 공격적인 확장 전략에 따라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국내 평택캠퍼스의 제4공장(P4)을 중심으로 D램 생산능력 확장을 추진하는 점도 내년 공급의 변수로 꼽힌다.

세트 수요 침체, D램 가격 하락의 촉매

응용처별 D램 가격 추이 및 전망 /자료 제공=미즈호증권

D램 가격 하락의 촉매로 거론되는 요인은 세트(완제품) 수요의 침체다. 올해 시장에 출시된 인공지능(AI) 기반 PC와 스마트폰 일부를 제외하면 출하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저가 제품은 판매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시장 규모가 연간 약 3억대로 세계 수요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지난해 공급 과잉 상황에서 저렴한 가격에 D램 재고를 다량으로 쌓았다. 지난해 상반기 D램 가격이 바닥을 칠 것으로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축적한 재고다. PC 제조사 역시 올 상반기 PC 출하량 약세로 지난해 하반기 D램값이 저점에 가까운 시점에 다시 쌓았던 재고를 소진하지 못했다. 이처럼 미리 당겨온 재고는 저조한 세트 판매와 함께 범용 D램의 가격 상승을 지연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세트 제조사가 보유한 재고는 대부분 더블데이터레이트(DDR)4와 저전력(LP)DDR5 등 구형 D램이 대부분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5와 LPDDR5, HBM 위주의 고부가가치 제품 구성으로 평균판매가격(ASP)을 높였지만 구형 D램 가격이 올 4분기 하락 전환할 경우 수익성에 부담이 불가피하다.

공격적 확장 CXMT, 시장 파급력 확대

CXMT 본사 전경. /사진 제공=CXMT

중국 메모리 제조사인 CXMT가 공격적 확장 기조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잠재적인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CXMT가 값싼 LPDDR4 증설에 나서며 공급 과잉을 심화하는 양상이다. 스마트폰과 PC 제조사는 이미 재고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CXMT의 공급 확대가 더해지며 구형 D램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중국 메모리 기업들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증설과 신제품 개발을 이어왔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CXMT의 생산능력이 오는 2025년에는 전체 D램 시장의 15%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 웨이퍼 투입량 기준으로는 30만장 수준으로 삼성전자(75만장)와 SK하이닉스(52만장), 마이크론(41만장)과 견줘 격차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내수 수요를 잠식하게 될 여지가 남아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구형 D램 생산 조정을 이어가는 가운데 DDR5와 LPDDR5를 중심으로 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CXMT가 DDR5와 LPDDR5까지 생산을 확대해 시장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도 거론된다.

수익성 방어 급한 삼성, 공급 전략은

또 다른 변수는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범용 D램 공급 확대다. 국내 P4는 내년 D램 생산설비를 중심으로 가동을 앞두고 있다. 당초 용도는 낸드플래시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까지 포함될 예정이었으나 초기 설비를 비롯한 전체 공장 생산능력의 70%가량이 D램에 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D램 생산능력 확대는 범용 D램 시장 대응을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능력이 대부분 HBM에 쏠리면서 범용 D램 공급이 제약됐고, 수요가 높은 서버용 DDR5를 비롯한 일부 제품의 가격 상승이 이뤄졌다. 범용 D램의 수요 회복세가 가시화될 경우 HBM을 넘어서는 영업이익률을 갖출 가능성도 있다. 수익성 관점에서 HBM에 모든 생산능력을 쏟는 것보다 범용 D램 반등 준비를 병행하는 게 삼성전자에는 이득이다. 범용 D램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흐름에 따라 다시금 공급 증가에 기반한 점유율 경쟁에 돌입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공급 전략이 변경되더라도 당장 급격한 생산량 확대는 어려울 것이란 반론도 있다. D램 투자가 쏠리는 P4는 내년 1단계(페이즈1) 가동이 시작되고, 나머지 생산설비가 양산에 돌입하는 시점은 보다 미뤄질 수 있다. 또 P4에서 생산할 예정인 10나노미터(㎚)급 6세대(1c)로 분류되는 최첨단 D램은 기술 난도가 높아 단기간에 빠르게 생산 체제를 갖추기가 어렵다.

이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