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넷플릭스 ‘스캔들’의 주연배우 손예진을 만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캔들’에서 조씨부인 역을 맡아 강렬한 열연을 펼친 배우 손예진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작품 준비 과정과 화제의 장면들에 얽힌 뒷이야기를 전했다.
2002년 영화 ‘취화선’ 이후 무려 24년 만에 선보인 정통 사극 도전부터 남편 현빈과의 대본 연습 에피소드, 디에이징 기술을 활용한 20대 시절 구현기까지 그녀를 직접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2002년 영화 ‘취화선’ 이후 무려 24년 만의 사극 복귀작이다. 그동안 사극 출연을 망설였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영화 ‘취화선’을 찍을 당시 신인이었는데, 가체를 비롯해 사극 분장과 촬영 과정에서 육체적으로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 오랫동안 사극 출연을 피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현대극과 달리 사극은 준비 과정부터 촬영 환경까지 에너지가 곱절로 든다. 하지만 이번 ‘스캔들’은 가체를 쓰지 않는 설정이었고, 무엇보다 대본 속 조씨부인 캐릭터가 지닌 욕망과 결핍, 입체적인 서사가 배우로서 강한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조씨부인은 선과 악으로 쉽게 나눌 수 없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나?
조씨부인은 100% 온전히 공감하기 쉬운 일차원적인 인물이 결코 아니다. 조선이라는 시대적 억압 속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여성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자아실현을 하지 못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비틀린 인물이다. ‘이 여자의 진짜 민낯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순간순간 스치는 차가움과 그 밑에 깔린 애증, 결핍을 복합적으로 살려내고자 했다.
-정통 사극 말투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남편 현빈 배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들었다.
오랜만의 사극이자 사극 톤의 대사를 제대로 소화하려다 보니 처음에는 입에 잘 붙지 않고 외우기도 쉽지 않았다. 혼자 연습하는 데는 한계가 느껴져 신랑(현빈)에게 상대역 대사를 맞춰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대본을 너무 국어책 읽듯이 무미건조하게 읽어주더라. 그래서 ‘제발 감정 좀 실어서 영혼 있게 읽어달라’고 투정을 부리며 귀엽게 타박했던 기억이 난다.

-극 중 조씨부인의 젊은 시절을 아역 없이 직접 연기했다. AI 디에이징(De-aging) 기술로 구현된 20대 자신의 모습을 본 소감은 어땠나?
보통 과거 회상 장면은 닮은 신인이나 아역 배우를 캐스팅하는데, 이번에는 감정선의 일관성을 위해 디에이징 기술을 적용해 직접 과거 장면을 연기했다. 영화 ‘클래식’ 시절의 내 실제 얼굴 데이터와 분위기를 참고해 정교하게 작업했다고 들었다. 화면을 보면서 ‘그 시절 내 모습이 저랬지’ 싶어 신기하기도 하고 묘한 감회가 들었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배우로서 연기의 폭과 표현의 영역이 훨씬 넓어졌음을 실감했다.

-청룡어워즈 SNS에서 조원(지창욱)과의 애정신에 현빈 얼굴이 합성된 게시물에 직접 남긴 댓글이 큰 화제를 모았다.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그 게시물을 보고 정말 크게 웃었다. 사실 신랑(현빈)이 그 합성 이미지를 메신저로 먼저 보내줘서 알게 됐다. 지창욱 씨가 인터뷰에서 ‘현빈 선배님 눈치는 전혀 보지 않았다’고 위트 있게 답한 것도 재미있었고, 그 합성 사진 자체가 유쾌해서 장난기가 발동해 ‘여.. 여보… 여긴 웬일이야’라고 댓글을 남겼다. 팬분들이 과몰입해서 즐겁게 반응해 주실 줄은 몰랐다.
-작품 속 파격적인 멜로와 애정신 수위에 대해 남편 현빈의 현실 반응은 어땠나?
같은 직업을 가진 배우이다 보니 작품과 연기에 대해서는 서로를 전적으로 존중하고 프로페셔널하게 바라본다. 질투를 하거나 수위에 대해 내색하기보다는 작품 자체와 배우의 호흡에 집중해서 모니터링을 해줬다. 배우 배우자로서 서로가 감내하고 이해해야 할 영역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

-상대역인 조원 역의 지창욱과의 팽팽한 심리전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거울을 보고 표정을 미리 연습한다고 해서 나오는 연기가 아니다. 상대 배우의 눈빛과 호흡을 보고 있으면 리액션이 저절로 채워진다. 지창욱 씨와의 호흡이 워낙 좋았고, 서로 다른 에너지가 현장에서 부딪치며 씬의 긴장감이 배가됐다. 상대가 던져주는 생생한 액션에 리액션으로 화답하며 완벽한 합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2003년 원작 영화 속 이미숙 배우의 조씨부인 연기가 강렬한 레퍼런스로 남아있다. 비교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원작 영화에서 이미숙 선배님이 보여주신 조씨부인은 당대에도 독보적이었고 지금 봐도 완벽한 연기다. 당연히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번 넷플릭스 시리즈는 호흡이 긴 드라마 포맷인 만큼, 조씨부인이 왜 그런 냉혹한 선택을 하고 뒤틀린 욕망을 품게 되었는지 그 서사와 심리를 훨씬 촘촘하고 세밀하게 펼쳐낼 수 있다는 차별점에 집중했다.
-속내를 감춰야 하는 인물인 만큼 감정의 완급 조절이 쉽지 않았을 텐데, 가장 신경 쓴 연기 포인트는 무엇인가?
조씨부인은 상대와의 치열한 심리전 속에서 절대 자신의 패를 들키면 안 되는 인물이다. 감정이 격해진다고 해서 표현을 과하게 터뜨리면 캐릭터가 무너진다. 감정이 올라올수록 오히려 그것을 꾹 누르고, 미세한 눈빛의 떨림과 숨소리의 변화 같은 아주 작은 디테일로 내면의 균열을 표현하려 집중했다.

-나나(희연 역)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세 인물의 관계성을 어떻게 해석했나?
희연은 조씨부인과 조원의 위험한 내기 한가운데에 놓인 인물이자, 조씨부인에게 순수함과 질투, 복잡한 파동을 동시에 일으키는 존재다. 나나 씨가 희연 특유의 맑고 위태로운 결을 훌륭하게 표현해 줘서 씬마다 서로의 감정이 잘 얽힐 수 있었다. 세 인물이 서로 다른 결핍과 욕망으로 얽히고설키며 긴장감이 배가됐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캐릭터에 대한 도덕적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본을 읽을 때부터 이 작품은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릴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선악이 명확한 권선징악의 이야기가 아니라, 금기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적나라한 욕망과 결함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담론과 토론이 오가는 것 자체가 이 작품이 지닌 생명력이라고 본다.
-결혼과 출산 이후 작품을 대하는 가치관이나 연기 태도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쉼 없이 작품을 이어가며 나를 몰아붙이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인생의 큰 전환점들을 지나면서 무조건 다작을 하기보다는, 내가 진정으로 도전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캐릭터를 신중하게 찾아가자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일상에서 축적된 에너지를 좋은 작품에 밀도 있게 쏟아붓고 싶다.

-후배 여성 배우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롤모델로 자주 꼽힌다. 이 수식어에 대한 배우 본인의 생각은?
후배들이 그렇게 이야기해 줄 때마다 정말 감사하면서도 어깨가 무겁다. 나 역시 선배님들의 발자취를 보며 길을 찾았듯이,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일하는 배우로 남는 것이 후배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연기 앞에 서면 늘 어렵고 고민이 많다.
-차기작으로 알려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버라이어티’를 비롯해 앞으로 배우 손예진으로서 보여주고 싶은 행보는?
차기작인 ‘버라이어티’ 역시 ‘스캔들’의 조씨부인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새로운 변신이 될 예정이다. 특정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얼굴과 다른 결의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도전적인 작품들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싶다.
-이전 배우님과 인터뷰한 작품이 ‘협상’,’지금 만나러 갑니다’ 같은 장르적 특성이 강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만 해도 비하인드 스토리와 농담 위주의 재미있는 인터뷰 였다. 이제는 ‘어쩔수가없다’와 ‘스캔들’ 같은 깊이있는 작품들을 하셔서 질문 내용이 더 풍부해졌다. 연차가 쌓이면서 다양한 소재의 깊이있는 작품을 만나고 있는 배우 손예진의 소감은?
맞다. 배우로서 이런 대본이 오고, 덕분에 변신할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것은 행운이다. 연기자로 살아가면서 내가 잘하고 싶은 작품들을 만나서 이렇게 연기를 하고 보여줄수 있다는게 정말 감사할 일이다. 다음 차기작들에서도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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