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폰 '이렇게' 활용해 보세요.

최근 정부가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계획을 발표하며 단말기 가격 인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필자도 이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드디어 폰을 바꿀 때가 온 건가!’하고 기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어 ‘그러면 쓰던 폰은 어떻게 처리하지?’라는 걱정이 떠올랐다. 중고로 팔자니 제값을 못 받을 것 같고, 개인정보 유출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랍 속에 묵혀 두기에는 아까워서 찾아보니 활용 방법은 꽤 있으나 문제는 실효성이다. 그래서 오늘은 구형폰 활용 방법의 실효성에 대한 탐구를 진행해 보려 한다.


"구형폰 활용 방법, 이건 비추!"


1. 자전거 블랙박스

자전거를 타다 보면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블랙박스는 헬멧만큼이나 중요한 필수품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쓸만한 건 10만 원, 20만 원도 호가하기 때문에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에 비해 구형폰을 자전거용 블랙박스로 활용하는 방법은 상당히 경제적이라고 볼 수 있다. 준비 과정도 어렵지 않다. 블랙박스 앱(아우토가드, 오토보이 등등) 설치와 거치대만 준비하면 된다.

그러나 배터리가 문제다. 1, 2시간 정도 타고 말게 아니라면 장거리를 운행할 경우 보조 배터리는 필수기 때문에 상당히 성가시고 귀찮다. 임시로 사용하는 거면 모를까 지속적으로 쓰기에는 많이 무리다. 여름에는 발열도 신경 써줘야 한다. 화각도 좁다. 140도, 170도까지 지원하는 액션캠이나 자전거용 블랙박스에 비하면 상당히 떨어진다.


2. CCTV

항시 돌봄이 필요한 대상과 함께 살고 있는 경우에는 홈 CCTV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구형폰에 CCTV 앱을 설치 후 충전기를 연결하여 적당한 곳에 비치해 두면 된다. 이렇게 만든 CCTV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집안의 재난을 예방하고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발열이 걱정되어 집 지키려다가 불안해서 잠 못 자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발열은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인 ‘스웰링 현상’의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스웰링 현상은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가 내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설치 또한 어렵다. 별도의 거치대며 전원 연결도 해둬야 하는데 보통의 cctv처럼 높은 곳에 설치하려면?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보다는 차라리 저렴이 제품을 하나 구매하는 게 훨씬 속이 편할 것이다.


TP-LINK Tapo C210 (39,800원)

TP-LINK Tapo C210은 스탠드형으로 세워두고 써도 되고, 거꾸로도 설치할 수 있다. 최대 화소는 300만 화소로 가정용으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카메라 방향은 전용앱으로 원격제어할 수 있다. 부가 기능으로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간단한 음성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다.


3. 탁상시계

구형폰을 활용하면 절대로 시간이 틀릴 일이 없는 탁상시계도 만들 수 있다. 방법은 앱을 설치한 후 충전기를 연결하면 완성이다. ‘그냥 휴대폰을 보면 되잖아?’라고 반박할 수도 있지만, 상시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것과 화면을 터치해야 시간을 알 수 있는 건 별개다.

진짜 문제는 사실 저렇게 상시로 연결을 해두고 쓰면 앞서 지적했듯이 배터리가 부풀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탁상시계가 전력 소모 면에서도 더 효율적이다. 큰돈을 들이고 싶지 않다면 다나와만 해도 배송비까지 포함해서 4, 5 천원인 제품들이 있으니 참고하자.


4. 디지털 액자

디지털 액자는 아무리 저렴한 제품이라 해도 5만 원 이상은 줘야 하고, 크기가 클수록 가격도 올라간다. 그러나 구형폰을 활용하면 간단한 앱 설치와 충전기 연결만으로 크기는 좀 작지만 성능은 꽤 괜찮은 디지털 액자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이나 그림은 인화해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이들에게는 적당하지 않은 방법이다. 그리고 사실...솔직히 말하면 처음 이틀만 반짝이지, 잘 안본다.


"구형폰 활용 방법, 이건 진짜 쓸만하다!"

1. 보조 카메라

요즘은 SNS 계정이나 유튜브를 운영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SNS 운영이라는 게 하다 보면 더 퀄리티 높은 콘텐츠, 좋은 콘텐츠를 올리고 싶은 욕심이 나는 순간이 있다. 영상 하나를 찍더라도 여러 대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다각도로 그를 담아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 인플루언서도 아닌 이들에게 카메라를 여러 대 장만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 그럴 땐 구형폰을 활용해 보자. 조금만 익숙해진다면 방송국 PD도 칭찬할 만한 퀄리티의 다채로운 영상을 만들 수 있다. 구글 드라이브나 클라우드 앱을 활용하면 촬영한 결과물을 백업하고 공유하는 것도 수월하다.


2. 세컨폰(업무용/게임폰)으로 활용하기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고 싶다면 데이터 쉐어링 기능을 활용하여 세컨폰으로 써보자. 데이터 쉐어링이란 자신이 사용하는 메인폰의 데이터를 세컨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KT, SKT, LG 국내 대표 통신사 3사는 모두 지원한다. 알뜰폰은 통신사에 문의가 필요하다. 이용을 위해서는 유심칩 구매와 서비스 가입이 필요한데, 통신사마다 요금을 부여하는 방식이나 서비스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카톡 사용이 목적이라면 더욱 약관을 상세히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KT 같은 경우에는 통화는 물론이고 문자 송수신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세컨폰을 통한 카톡 가입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데이터쉐어링이 머리 아프고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그냥 와이파이를 연결하여 쓰는 것도 방법이긴 하다. 다만 와이파이가 제공되는 장소가 아니면 무용지물이 되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3. 내비게이션

구형폰을 내비게이션으로 쓰는 것은 이미 많은 이들이 활용하고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나아가 스마트폰을 잘 다루는 사람들은 차 시동을 걸면 내비게이션이 자동으로 실행되게끔 설정해 놓기도 한다. 자동 실행 방법은 운영 체제에 따라 조금 다르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렉시 PRO라는 앱을 설치하여 내비게이션 앱과 함께 사용하면 된다. 핫스팟을 이용할 경우 내비게이션 Wi-Fi라는 앱을 메인폰에 설치하여 차량과 블루투스가 연결되면 핫스팟을 자동 실행하게 설정할 수 있다. 아이폰의 경우 단축어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방법은 개인용 자동화를 터치 후 블루투스로 들어가 자기 차량을 연결해 준다. 이후 동작 추가를 누르고 스크립트하기를 선택 후 앱 열기를 선택, 내비게이션 앱을 찾아서 연결하면 끝이다.


▲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위 영상을 참고하자.


▲ 아이폰 사용자는 위 영상처럼 단축어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


4. 지능형 스마트 음악 플레이어

구형폰의 탑재된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광고의 한 장면처럼 집에 들어서자마자 말 한마디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준비물은 블루투스 스피커와 와이파이가 연결된 구형폰만 있으면 된다. 둘을 연동하고, 적당한 곳에 배치한 후 빅스비 혹은 시리를 불러 음악을 재생해달라고 하면 끝이다. 처음에는 인공 지능에게 말을 거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익숙해지면 이만큼 편리한 것도 없다.


5. OTT 셋톱박스

스마트 TV가 없거나 혹은 OTT 셋톱박스가 없는 경우에도 유용하다. 휴대폰 기종에 맞는 HDMI 케이블을 구매하여 TV에 연결하기만 하면 구형 TV도 스마트 TV 부럽지 않게 시청할 수 있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케이블을 빼놓으면 되니까 스웰링 현상도 걱정 없다. 미러링 기기나 셋톱박스에 비해 가성비도 좋다.


“늘 마음만 앞서던 기부, 구형폰으로”

기부할 마음은 있지만 좀처럼 여력이 안 되어 실천하지 못했다면 구형폰을 활용해 보는 것도 고려해 보자. 방구석 애물단지였던 내 스마트폰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부 업체로는 나눔폰, 민팃 등이 있다.


기획, 글, 편집 / 다나와 김주용 jyk@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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