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분다” 글로벌 제약사들, RSV 백신 경쟁

허지윤 기자 2024. 9. 2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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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K, 중·장년층 대상 RSV 백신 최초 승인
사노피는 영유아, 화이자는 임신부 대상
美MSD·韓유바이오로직스도 도전장
미국 화이자의 RSV 백신 제조시설 내부 모습. /로이터

글로벌 제약사들이 가을을 맞아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RSV 감염 환자는 주로 가을·겨울에 발생한다. 회사마다 각자 경쟁력을 살려 공략 대상을 다르게 잡았다.

RSV는 콧물·열·기침·인후통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지만, 영유아·노인이 감염되면 치명적인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 같은 중증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전 세계에서 해마다 약 300만명이 RSV에 감염돼 입원하고 이 중 약 16만명이 사망한다고 추정한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인 미국 화이자, 프랑스 사노피,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한국법인들이 각각 RSV 백신을 국내에 공급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내는 10~3월이 RSV 유행 시기이기 때문에, 이 시기 공급을 노리고 있다.

현재 글로벌 RSV 백신 시장은 지난해 미국 시판 허가에 성공한 GSK, 화이자, 사노피·아스트라제네카의 경쟁 구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 허가는 GSK가 작년 5월에 가장 빨리 받았다. 화이자와 사노피·아스트라제네카는 각각 6월과 7월에 받았다.

국내 시장 진입 속도는 FDA 허가 순서와 다르다. 가장 빠른 건 사노피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베이포투스’다. 영유아 대상 항체 주사로, 지난 4월 말 국내 품목 허가를 받았다. 사노피에 따르면 이는 최소 5개월간 항체 유지가 가능하다. RSV 계절에 태어난 영유아는 출생 직후 투여해야 하며, 유행하는 계절이 아닐 때 태어난 영유아는 RSV 계절이 시작되기 직전에 투여해야 한다.

사노피 한국법인인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는 “글로벌 공급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나 내년 1월 안에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GSK와 화이자도 국내에서 임상 3상 시험을 거쳐 품목 허가를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GSK의 ‘아렉스비’는 글로벌 출시 첫 해인 작년 15억달러(약 2조원)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미국에서 만 60세 이상 성인용으로 승인 받고 이후 50세 이상으로 연령대를 확대했다. 지금은 출시 국가를 늘리고 있다. 일본에선 60세 이상부터 접종할 수 있다. 앞서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이 백신이 RSV로 생기는 하기도 감염 위험을 82.6% 낮춰준다는 것을 입증했다. 중증 질환 예방 효과는 94.1%였다.

화이자의 ‘아브리스보’는 접종 대상자를 60세 이상과 임신부로 확대하며 시장 확장을 노리고 있다. 작년 6월 미국에서 60세 이상 예방 백신으로 처음 허가 승인받은 뒤 임신부(임신 32~36주)에 대한 예방 접종 적응증을 추가했다. 대한소아감염학회는 신생아의 RSV 예방을 위해 임산부가 예방 접종을 하고, 아이가 면역력을 갖고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예방 접종 지침에 다음 달 추가할 예정이다.

RSV 바이러스의 모습. 지난 2013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RSV 백신 개발을 위한 새로운 표적으로 F단백질을 제시했다. F단백질이 사람 세포와 융합하기 전 모양을 표적으로 삼아 백신을 개발하면 면역 반응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이 기업의 개발로 이어졌다. /Geisel School of Medicine at Dartmouth,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Nature Reviews Microbiology

글로벌 제약사들은 10여년 전부터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제안한 대로 RSV 바이러스의 F 단백질을 표적으로 백신 연구·개발(R&D)을 진행했다. 글로벌 질병 예측기관 에어피니티는 RSV 백신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105억달러(약 1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차세대 블록버스터 백신 후보로 꼽히는 RSV 백신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다른 기업들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미국 모더나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RSV 백신 ‘엠레스비아’는 올해 5월 미국 FDA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지난 8월 유럽 허가를 받았다. 미국 머크(MSD)도 지난 7월 영아 대상 RSV 백신의 후기 단계 임상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RSV 백신 개발을 진행해 온 덴마크 바바리안노르딕은 작년에 임상 3상 시험 단계에서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국내사 중에선 유바이오로직스가 RSV 백신 후보 EuRSV의 국내 임상 1상 시험 단계에 있다. 회사는 “세계 백신 시장 진출을 위한 프리미엄 백신 개발을 목표로 향후 임상 2상·3상은 국내를 포함한 해외 임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모더나와 마찬가지로 mRNA 방식의 RSV 백신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부터 RSV 백신 개발에 돌입해 2029년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동안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집중하면서 아직 후보물질 발굴 과정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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