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억류 韓 선박 26척...선사, 미증유 '재정부담' 확대

임준혁 기자 2026. 4. 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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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선사 9곳 선박 16척·8개 중소 선사 10척
일 21억원 손실 발생...유가·전쟁보험료 대부분
중소 선사 협상력 약해 '할증료' 운임 반영 불가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인 선박들./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해협 안쪽에 발이 묶인 26척의 국적 선사 선박과 탑승 선원들이 해상에서 기약 없는 대기 상태에 지쳐가고 있다.

선원들의 건강과 안전도 염려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선사들의 재정적 타격도 커 26척에서 하루 21억원 규모의 손실이 매일 발생하고 있다. 폭등한 유가와 전쟁보험료가 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기업(선사)이 감당하기에는 이미 한계를 넘어 국가의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내측에 억류돼 있는 한국 선박 26척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16척은 HMM을 비롯한 대형 선사 9곳, 10척은 연매출 1000억원 이하 중소 선사 8곳의 선박이다.

▲ 내달 말까지 지속 시 피해액 2000억원 전망

이들 26척의 선박에서 하루 총 143만달러(약 21억원)의 손실이 매일 발생하고 있다. 만약 5월 말까지 전쟁이 이어질 경우 누적 피해액은 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해운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선박 26척의 용선료와 대출원리금 등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선박자본비만 하루에 63만달러(약 9억40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전쟁보험료 56만달러(약 8억4000만원) △유류비 15만달러(약 2억2000만원) △선원들에게 지급하는 위험수당 7만9000달러(약 1억2000만원) △주·부식 등 선용품(생필품) 비용이 1만1000달러(약 1600만원)씩 매일 나가는 것으로 집계됐다.

모든 선박이 내는 통상적인 고정비를 제외하면 손실의 대부분은 급등한 유류비와 전쟁보험료다. 국제 선박유 가격(싱가포르 선박유 기준)은 전쟁 발발 전 평균 1톤당 513달러(약 76만4000원)에서 지난달 평균 937달러(약 139만5000원)로 82.7% 치솟았다.

▲ VLCC 1척 통과 시 전쟁 위험보험료 최소 12배 ↑

지난주 정전 협상 소식에 한때 770달러 선으로 하락했지만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50%가량 올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에 억류된 26척은 운항을 못하고 있지만 해협 안에 정박 중인 상태라도 선박 내 기계는 계속 가동해야 해 운항에 써도 아까울 기름을 바다에 멈춰 섰음에도 계속 소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보험료도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해운 보험 전문가는 "이란 전쟁 발발 이전 호르무즈 해협 내부에 체류하는 선박의 전쟁 위험 보험료율은 선박 가치(선가)의 0.125~0.2% 수준(1주일)이었으나 개전 초기엔 1%까지 급등했다가 현재는 다소 하락한 상태"라며 "체류 선박과 다른 유형인 호르무즈를 통항하는 선박의 전쟁 위험 보험료율은 현재 1주일 단위로 선박 가치의 3~5%까지 폭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령 1억달러 가치의 VLCC 1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을 한번 운항할 때 지출하는 전쟁 위험 보험료는 기존 1주일에 25만달러에서 300만~500만달러로 최소 12배 이상 올랐다"며 선사들의 보험료 부담 실태를 전했다.

▲ 추경 예산 1448억 중 중소선사 지원 14억 배정

문제는 국내 중소 선사들이 폭등한 유류비와 전쟁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해 경영 위기에 내몰린다는 데 있다. 운항 차질에 따른 손실과 유류비·전쟁보험료·선원 위험 수당을 더하면 이들 중소 선사 8개사 합계 기준 매일 5억8000만원씩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게 해운협회의 추산이다.

대형 선사들은 이러한 추가 비용을 '긴급유류할증료'나 '전쟁위험할증료' 명목으로 운임에 반영할 수 있지만 화주와의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 선사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 중소 선사 관계자는 "할증료를 요구하다가 거래처가 끊길 수 있다는 두려움에 비용을 회사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밝혔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 선사는 비용 폭등이 도산 위기로 직결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보험료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선박을 위해 긴급 지원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확보한 추가경정예산 1448억원 중 360억원을 어업인과 중소 선사 등 산업계 피해 최소화에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360억원의 세부 사용처를 보면 △어선어업 경영자금 330억원 △수산식품 수출바우처 16억원 △국적선박 피해지원 14억원으로 나타났다.

해운업계에선 애초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중소 선사 지원금으로 150억원가량을 이번 추경안에 편성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실제 배정된 예산은 14억원에 그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에 비해 해수부의 지원 규모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며 "봉쇄가 길어지면 중소 선사들의 줄도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쟁으로 선박 보험의 전쟁 특약 가입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다.

전쟁이 발생하면 통상 보험사나 재보험사는 일정 기간 내 기존 계약 해지(NOC)를 선사에 통보하고 위험이 반영된 새로운 요율로 재계약을 체결한다. 이 과정에서 보험료가 급등하는데 선주와 화주들은 높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재가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모 국적 선사 보험범무팀 소속 변호사는 "선박이 가입하는 기본적인 해상보험은 선박보험과 선주책임상호보험(P&I 보험) 두 종류가 있는데 전쟁 특약(War Risk) 보험 역시 상업보험의 범주에 속한다"며 "P&I 보험은 일종의 조합 형식이지만 조합원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보험사들이 전쟁 특약 협상에서 경제 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선사나 화주의 어려운 형편을 고려, 요율을 낯추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인 만큼 정부가 정책적으로 억류된 선박의 선사를 대상으로 워 리스크 프리미엄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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